'이성자 : 지구 반대편으로 가는 길' 기획전

'이성자 : 지구 반대편으로 가는 길' 기획전

  • 윤세호 기자 seho3@doctorsnews.co.kr
  • 승인 2018.04.17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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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자 작가 탄생 100주년 기념, 근·현대 여성미술가 조명
과천 국립현대미술관…7월 29일까지 회화·판화 등 127점 소개

지구 반대편으로 가는 길 1월 4, 90, 1990년, 캔버스에 아크릴릭, 150x150cm, 진주시립이성자미술관 소장.ⓒ의협신문
지구 반대편으로 가는 길 1월 4, 90, 1990년, 캔버스에 아크릴릭, 150x150cm, 진주시립이성자미술관 소장.ⓒ의협신문

지난 1일까지 광화문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 전관에서 선보인 '신여성 도착하다'전을 통해 한국 여성미술가에 대한 집중 조망 그 이후,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이성자 : 지구 반대편으로 가는 길'전이 열려 눈길을 끌고 있다.

이번 '이성자 : 지구 반대편으로 가는 길'전은 한국 여성 미술가를 대표하는 이성자(1918∼2009년)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고 '신여성 도착하다'전을 시작으로 그동안 상대적으로 덜 조명 받아온 여성미술가들을 연구하고 조망하기 위해 기획된 전시로 오는 7월 29일까지 회화·판화 등 127점, 아카이브(포스터·드로잉·목판·모자이크·도록 등) 등을 소개하고 있다.

작품제목에서 차용한 이번 전시명 '지구 반대편으로 가는 길'은 이성자의 행적과 작품세계의 개념을 아우른다. 이성자에게 프랑스와 한국은 지구 반대편에 위치하는 극지로서 서로 대립되는 요소이자 조화를 이뤄야 하는 상징적인 공간이다. 

1950년대 프랑스로 건너가 공부를 한  작가 가운데 유일하게 미술전공을 하지 않은 사람은 당시 이성자 뿐이었다. 

이성자는 1951년 프랑스에서 회화의 기초를 배우면서 작가의 길을 시작했다. 

파리 아카데미 그랑드 쇼미에르에서 회화의 기초를 배웠고 주변 여행을 통해 경험과 안목을 높이면서 작품세계를 확장해 갔다.

개인전 80여회·그룹전 300회 이상을 열었고 파리에서는 주로 유화를, 프랑스 남부 투레트의 작업실 '은하수'에서는 판화를 그리고 한국에 돌아와서는 도자를 다루는 등 끊임없는 도전과 열정으로 60여년을 작업했다.

당시 그녀는 그림 기법과 표현에서는 철저하게 프랑스 화단의 영향을 받았다. 그러나 소재와 주제는 오히려 타국이었기 때문에 더욱 한국적이었고 개인적인 경험에서 나오는 것들을 다뤘다.

이성자는 동양과 서양, 정신과 물질, 자연과 인공, 삶과 죽음 등 대립적 요소의 조화를 통해 서로 상생할 수 있는 새로운 창조의 세계를 보여주려 했다.

이것은 곧 60여년간 작품세계의 주요개념이자 철학으로 자리잡았다. 특히 그녀는 작품에 철학이 있어야 함을 강조했다. 당시 프랑스 화단의 모더니즘을 그대로 수용하는 대신, 철저하게 자신의 주관과 의지로 작품 양식과 소재를 선택해 자신의 심경과 철학을 화폭에 담았다. 

 

전시장 전경.ⓒ의협신문
전시장 전경.ⓒ의협신문

이번 전시는 작가의 시기별 대표작을 네 개의 주제로 나눠 구성했고, 회화뿐 아니라 판화와 병행해 작품세계 변화의 궤를 동시에 볼 수 있도록 구성했다. 

먼저 ▲조형탐색기는 이성자가 1953년 아카데미 그랑드 쇼미에르에서 회화 공부를 시작하면서 구상·추상 등 여러 조형적인 실험을 하던 1950년대 작품을 선보인다. 

두 번째 ▲여성과 대지 / 이성자는 자신의 작업을 시기별 특징에 따라 분류하고 있는데 1960년대를 '여성과 대지'로 명명했다. 그녀는 "나는 여자이고, 여자는 어머니이고, 어머니는 대지이다"라고 말하면서 여성으로서의 삶을 수용했고, 어머니로서의 자부심을 가졌다.

자신을 낳아준 어머니와 고국에 대한 애정, 그리고 세 아들에 대한 모성애는 이성자가 그림을 그리는 이유이고 삶의 목적이었다. 여성으로서 세 아이의 어머니로서 대지를 경작하는 마음으로 그린 시기다. 

세 번째 ▲음과 양 / 1965년 이성자는 15년 만에 고국에 돌아와 개인전을 열었다. 가족을 만난 몇 년 후 어머니가 돌아가시면서 땅·아이들에게 억매였던 그녀가 스스로 자유로워진 시기다. 

이때 미국 여행에서 본 층층이 포개져 있는 고층건물과 형형색색의 전기불 등 물질적 풍요로움에 깊은 감동을 받으며 그녀는 작품활동에 새로운 국면을 맞는다. 바로 중첩된 건물의 도시를 표현한 시기다. 

네 번째 ▲지구 반대편으로 가는 길에서는 자연과 한국과 프랑스를 오가며 내려다 본 극지와 자연·우주를 나타낸 '지구 반대편으로 가는 길' 등으로 나눴다. 

2000년대초 이성자 작가의 생전 모습.ⓒ의협신문
2000년대초 이성자 작가의 생전 모습.ⓒ의협신문

이성자의 시각은 1980년대부터 죽을때까지 하늘 혹은 우주로 향했다. '극지로 가는 길' 또는 '대척지로 가는 길'과 같은 의미인 '지구 반대편으로 가는 길'은 그녀가 한국과 프랑스를 오가는 여정 속에서 본 극지의 풍경을 그린 것이다.

전시 제목이기도 한 '지구 반대편으로 가는 길'은 '극지' 혹은 '대척지'를 작가의 입장에서 구체적으로 해석한 것으로 프랑스에서는 한국을, 한국에서는 프랑스가 작가에게 지구 반대편이 되는 것을 의미한다. 

바르토메우 마리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이번 전시에 소개되는 총 127점의 작품들은 변화와 실험을 거듭한 이성자 작가의 작품세계와 작가정신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며 "이 전시를 통해 국제적인 흐름과 입체적인 시각에서 한국미술사의 지평을 넓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라며 이번 전시가 갖는 의미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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