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과계열 몰락, 돌파구는 '적정 수가' 뿐

외과계열 몰락, 돌파구는 '적정 수가' 뿐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18.04.24 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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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개 외과계열 학회, "외과 붕괴는 왜곡된 수가가 근본 원인" 지적
전공의 지원율 저조 지속 땐 의사 수입할수도…흉부외과의사 4년후 405명 부족

ⓒ의협신문 김선경
24일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대한민국 외과계의 몰락Ⅱ-과연 돌파구는 없는가' 주제의 정책토론회 ⓒ의협신문 김선경

대한민국 외과계를 대표하는 5개 학회가 전공의 지원율 저조, 중증환자 수술 환경 어려움 등으로 몰락하고 있는 외과를 살리기 위해 돌파구를 찾는 자리를 마련했다.

대한외과학회·대한흉부심장혈관외과학회·대한비뇨의학학회·대한산부인과학회·대한신경외과학회는 24일 오후 2시 국회도서관 421호에서 '대한민국 외과계의 몰락Ⅱ-과연 돌파구는 없는가'를 주제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는 각 학회별로 현재 가장 큰 문제가 무엇인지 알아보고, 해결방안을 보건복지부에 요구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특히 토론회는 7명의 국회의원(양승조·심상정·김상희·박인숙·윤소하·정춘숙·최도자)이 함께 외과계의 어려운 현실에 공감하고 적극 지지의사를 밝혀 눈길을 끌었다.

ⓒ의협신문 김선경
김형호 대한외과학회 총무이사 ⓒ의협신문 김선경

먼저 김형호 대한외과학회 총무이사는 "외과 전문의들은 악성종양 수술, 중증외상환자관리, 응급질환 등을 담당하고 있지만, 전공의 지원율이 계속 감소하면서 기피 진료과로 전락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지속적으로 외과 전공의 지원이 줄면서 외과 전문의 배출에도 문제가 생기고, 전공의 특별법 시행 후 전공의 공백을 채우기 위해 전임의·교수 등의 업무 강도가 커지고 있는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김 이사는 "이러한 일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것은 왜곡된 의료수가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며 "정부는 90%까지 수가를 보전해주겠다고 했지만 여전히 10%를 어떻게 보전해줄 것인지는 명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상대가치점수에 정책적으로 외과 수가 가산율을 충분히 보상해줘야 하고, 의원급에 대해서도 수술부위 관리 및 수술 후 상담에 대한 수가를 인정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응급 수술 전담 외과 전문의 수가, 수술지원 의사 비용 분리, 수술 숙련도를 반영한 수술수가 산정, 외상센터를 총액예산제로 운영하고 국가 재정 투자 확대, 새로운 시술에 대한 보상, 중환자실 전담전문의 배치 의무화 및 수가 지원, 집중영양치료 수가 인상 등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신재승 대한흉부심장혈관외과학회 기획홍보이사는 "흉부외과는 전공의 지원 미달, 전문의 부족, 전문의 고령화, 전문의 근무환경 악화 등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또 "대한의학회에서 수행한 2017년 전공의 정원정책 수립을 위한 전문의 인력수요 추계 연구보고서를 보면 흉부외과는 2018년 210명, 2019년 241명, 2020년 307명, 2021년 343명, 2022년 405명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신 이사는 "전문의의 고령화도 심각하다"며 "흉부외과 전문의는 2025∼2030년 275명 그만두는 기형적인 구조에 직면해 있다"며 "15년 정도 지나면 대학병원 흉부외과 교수들도 공백이 생기게 된다"고 우려했다.

또 "전공의 과정도 힘들고 높은 의료사고의 위험에 놓여있으며, 전문의 업무량도 급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밖에 "불안한 진로문제도 흉부외과를 어렵게 하고 있는 원인 중 하나이며, 흉부외과 수도권 쏠림현상도 심각해 지방에서는 흉부외과 의사가 없어 심장수술팀을 꾸릴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신 이사는 "환자의 안전을 위한 전문의 근무환경 개선에 보건복지부가 신경을 써야 하고, 진료인력 및 진료보조인력에 대한 지원도 늘려야한다"고 요구했다.

또 "고위험, 고난도수술, 에크모 치료 등 높은 사망률이 예측되는 상황 등은 의료분쟁조정 자동개시법 예외조항으로 명시해야 하고, 외과계 지원 및 가산금이 제대로 사용되고 있는지도 정확히 모니터할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의협신문
외과계 몰락 막기 위한 5개 학회 요구사항

주관중 대한비뇨의학과학회 보험정책단위원은 "비뇨의학과 전공의 지원율은 2017년 50%(50명 정원에 25명 지원)였으며, 전국 수련병원 중 비뇨의학과 전공의가 아예 없거나 1명뿐인 수련병원이 전체 수련병원의 67.75%로 나타났 충격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또 "전공의 특별법 시행으로 모자라는 전공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전임의·교수들이 근무시간은 물론 당직 시간이 급증해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주 위원은 "외과계 항목에 대한 수가를 비급여 항목에 상응하는 적정선으로 인상하지 않는다면 비뇨의학과 전공의 지원율은 계속 낮아질 것"이라며 "이는 곧 국민의 건강에 상당한 위험을 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따라서 "흉부외과·외과에서 시행됐던 정책적인 수가 가산제도를 비뇨의학과에도 적용해 줄 것을 지난 수년 간 요청했다"며 "노동집약적인 업무가 많은 비뇨의학과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말 것"을 요청했다.

ⓒ의협신문 김선경
토론회에 참석한 김웅한 서울대 소아흉부외과 교수가 소아흉부외과 전문의 현황에 대해 토로하며 질의를 하고 있다. ⓒ의협신문 김선경

김문영 대한산부인과초음파학회장은 "정부는 2016년∼2020년까지 총 126조 4000억원을 저출산 대책을 위해 사용하겠다고 밝혔으나, 출산율이 늘어나기는 커녕 오히려 감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2017년 출생아 수는 35만 7700명으로 전년대비 4만 8500명(11.9% 감소) 감소했는데, 출산율 저조(인구절벽)는 국가적인 대 재앙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회장은 "출산율 저조는 분만 병의원 감소를 불러오고 있으며, 폐업이 개업보다 2배이상 되는 문제를 낳은지 오래됐다"며 "2004년 대비 분만 병의원은 절반으로 감소했고, 분만취약지도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산부인과에서 분만을 담당하는 의사가 계속 유지되게 하려면 적정한 수가 보전은 물론, 의료분쟁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장치 마련이 절실하다"고 제안했다.

김성호 대한신경외과학회 수련이사도 "신경외과는 전공의 특별법으로 인한 수련시간 부족, 그리고 위험하고 스트레스 많은 중환자 진료를 하고 있지만 외과계에 대한 지원이 적다보니 희망과 미래가 없는 기치 진료과로 전락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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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종 대한외과학회 특임이사가 권역별외상센터 문제점 및 개선방안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의협신문 김선경

따라서 "외상수가의 현실적 증가 및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무분별한 삭감 금지대책, 외상 전담전문의 처우 대폭 상향 조정, 뇌압 감시장치에 대한 실질적인 의료수가의 현실화, 중증 응급질환 및 중환자 치료에 가산점 부여, 신경외과 중환자실의 전담전문의 요건 완화, 상급종합병원만이라도 입원전담전문의를 계통별로 세분화하는 유연성, 적정 인력 유지 확보(전공의 정원, 입원전담전문의, PA), 교수·전임의 과도한 업무 부담 해소 등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는 이국종 대한외과학회 특임이사도 참석해 권역별외상센터 문제점 및 개선 방안을 얘기했다.

이 이사는 "외상센터의 경우 다른 진료과보다 외과계열 의사들이 진료과 구분 없이 병원전단계부터 적극 개입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연관 학회들이 이제는 공통의 목적을 갖고 고민해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모두 공멸하게 될 것"이라고 걱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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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회에 참석한 심상정 정의당 의원과 이기일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의협신문 김선경

따라서 "여러 학회들이 의견을 모아 개선점을 제시할 때 정치권, 정부 관계자들이 전문가의 의견에 좀 더 귀를 기울여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각 학회별 문제점 및 요구사항에 대해 이기일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오늘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많은 것들이 결정되고, 특히 외과계열, 수술 등과 관련된 수가가 인상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앞으로 각 학회에서 제기한 문제점들을 면밀히 검토해 최대한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또 "심사실명제를 단계적으로 도입하고, 산부인과 수가에 대해서도 잘못된 부분을 찾아내 개선시키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밖에 "의료분쟁 자동개시 예외조항에 대한 의견들도 나왔는데, 환자측의 요구주장과 상반된 것이 많아 좀 더 검토를 해보겠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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