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고혈압학회, '한국 고혈압 진료지침 2018' 개정안 발표
고혈압 기준, 140/90mmHg 유지…'주의혈압' 새롭게 분류 눈길
지난해 11월 미국심장협회·심장학회(AHA·ACC)가 목표 고혈압 기준을 130/80mmHg로 낮추면서 대한고혈압학회가 '한국 고혈압 진료지침 2018'을 어떻게 개정할 것인지 주목받았으나, 결과는 '현행 유지'(140/90mmHg)였다.
다만, 고혈압의 분류에 있어 정상혈압을 기존(2013년 진료지침)과 동일하게 120/80mmHg로 정한 대신, 120∼129/80mmHg 구간을 '주의혈압'으로 새롭게 분류해 생활습관 개선을 권고하고, 130∼139/80∼89mmHg 구간을 '고혈압 전단계'로 분류해 강력한 생활습관은 물론 특정한 경우(단백뇨를 동반한 만성콩팥질환자 등)에 약물치료를 할 수 있도록 권고한 것이 특징이다.
또 2013년 진료지침과 마찬가지로 '고혈압 1기'를 140∼159/90∼99mmHg로 정하고, '고혈압 2기'를 160/100mmHg 이상으로 정했다.
대한고혈압학회는 18일 춘계학술대회가 열리고 있는 제주도 롯데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국 고혈압 진료지침 2018' 개정안을 발표했다.
이날 고혈압 진료지침 2018은 미국이 고혈압 기준을 바꾼 지 얼마 되지 않아 발표되는 것으로, 미국 기준을 따를 것인지, 아니면 현재 기준(140/90mmHg)을 유지할 것인지를 두고 연관학회는 물론 고혈압 환자들에게도 큰 관심을 받았다.
그러나 대한고혈압학회는 '미국 기준을 따르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국내에서는 심뇌혈관 위험도 평가 틀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아 목표 혈압 기준을 낮췄을 때 얼마나 심뇌혈관을 예방할 수 있는지에 대한 데이터(임상연구자료)가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 때문이다.
하지만, 혈압의 분류를 좀 더 세밀하게 해 적극적인 생활습관 개선을 통해 정상혈압을 유지하도록 하고, 고혈압 전단계서부터 적극적 생활습관개선을 포함하는 비약물치료를 해서 심혈관질환을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개정안에 포함시켰다.
조명찬 대한고혈압학회 이사장은 "고혈압 전단계를 분류한 것이 특징이고, 고혈압 전단계는 심혈관질환의 위험도가 많게는 2배까지 증가하므로 적극적인 생활요법이 국민보건 차원에서 필요한 영역임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또 "확장기혈압의 기준을 80mmHg까지 낮춤으로써 젊은 연령층의 확장기혈압 상승에 경고 메시지를 제공하고, 적극적인 예방 목적의 생활요법을 장려하는 계기로 삼고자 했다"고 덧붙였다.
이밖에 "정상혈압보다 약간 상승한 혈압에 대해 '주의혈압'으로 분류해 될 수 있는대로 혈압을 정상범위로 유지하도록 권고했다"고 설명했다.
진료지침 개정안은 진료실 밖 혈압측정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개정안은 ▲고혈압에 대한 약물치료를 시작하기 전에 백의고혈압을 배제할 것 ▲고혈압약을 증량 또는 감량할 때 가정혈압 또는 활동혈압측정을 고려할 것 ▲고혈압 전단계 및 가면고혈압의 가능성이 높은 환자는 가정혈압 또는 활동혈압 모니터를 시행할 것을 고려 ▲가면고혈압은 생활요법과 약물치료를 고려할 것을 권고했다.
신진호 학회 진료지침제정위원회 간사는 "진료실 밖 혈압측정 방법으로서 가정혈압 또는 활동혈압은, 정확하고 안전한 고혈압 치료에 필수적인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적극적으로 혈압을 조절할수록 정확한 혈압측정과 안전한 치료가 더욱 중요해지기 때문에 진료지침을 개정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신 간사는 "최근의 고혈압 치료의 중요한 추세는 2017년 미국심장학회 고혈압 진료지침만 보더라도 적극적으로 혈압을 낮추는 것"이라며 "따라서 적극적으로 혈압을 조절하기 위해서는 가정혈압 측정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학회 진료지침은 고혈압 전단계(130∼139/80∼89mmHg)부터 적극적 생활습관개선을 포함하는 비약물치료, 그리고 단백뇨를 동반한 만성콩팥질환에서는 약물치료를 시작할 수도 있다고 권고한 것이 가장 눈에 띈다.
개정안은 고혈압 전단계는 적극적인 생활습관개선을 포함하는 비약물치료가 가장 중요하다고 밝히면서도, 필요하다면 단일제부터 약물치료를 하고(가면고혈압으로 진단되면 약물치료 시작), 고혈압 1기에서는 복합제 등 적극적인 약물치료를 하도록 권고했다. 또 기존 노인 고혈압의 치료 시작 시기를 160mmHg에서 140mmHg로 낮췄다.
이와 관련 조명찬 이사장은 "고혈압 전단계의 약 30%가 가면고혈압인 것으로 최근 보고됐고, 기존의 연구에 의하면 가면고혈압의 예후가 일반적인 고혈압에 비교해 약물치료를 받지 못해 더 나쁘다는 보고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또 "가면고혈압의 약물치료에 대한 무작위 임상 연구는 없지만, 약물치료에 대해서는 전문가 의견으로 생활요법과 동시에 약물치료를 시행할 것을 권고했다"며 "국내에서 가정혈압 측정이나 활동혈압 측정의 여건을 마련하기 위해 학회와 정부가 큰 노력을 더 기울여야 한다"고 제시했다.
신진호 간사는 "중저위험군에 상당수의 젊은 고혈압 환자가 포함돼 있는데, 이들에 대한 조기에 심혈관계 질환의 예방 차원에서 약물치료를 적극적으로 시행하고, 노령인구에서도 새로운 연구자료에 기반을 둬 혈압치료를 적극적으로 시행함으로써 노인 인구의 질병 부담에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해영 교수(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는 "심뇌혈관질환 고위험인, 모든 고혈압 환자, 그리고 고혈압 2기 환자들은 약물치료를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며 "현재 추천되는 모든 약은 위약과 비교해서 심뇌혈관질환을 예방할 수 있고, 고혈압약에 의한 심뇌혈관 예방 효과는 강압 정도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일차 고혈압 약으로 ACE억제제, 안지오텐신차단제, 베타차단제, 칼슘차단제, 이뇨제 중에서 선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베타차단제의 경우 일차약으로 처방할 수 있지만, 노인에서는 제한적으로 사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당뇨병·만성콩팥병·뇌졸중 등 다른 질환을 동반한 것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혈압을 조절할 것을 권고했다.
통상 140/90mmHg 미만으로 혈압을 조절하도록 권고하는 목표 혈압은 130∼139mmHg 범위에서 혈압을 유지하면 충분한 것으로 인식됐으나, 이번 개정안은 심뇌혈관 위험도가 높은 환자들에 대한 최근 연구결과를 반영해 140/90mmHg 미만으로 혈압을 조절하더라도 130/80mmHg까지 혈압을 최대한 낮출 것을 권고했다.
또 앞서 언급했듯이 노인에게서도 기존의 지침보다 더 적극적으로 혈압을 조절하도록 권고했다. 즉, 2013년 진료지침에서 140∼150mmHg로 혈압을 조절하도록 권고했던 것을 일률적으로 140/90mmHg 미만으로 조절하도록 권고한 것.
이 밖에 당뇨병 환자 중 심혈관계 질환을 동반한 환자는 더욱 적극적으로 혈압을 조절해 130/80mmHg 미만으로 혈압을 조절하도록 권고했다. 또 성인 고혈압 환자에서 인지기능장애 및 치매를 예방하기 위해 고혈압 치료를 고려할 것을 권고했다.
신진호 간사는 "고령화 시대에 치매의 예방에 있어서 치료의 역할을 명확히 함으로써 적극적으로 고혈압을 조정하는 인구가 많아지면 고령화 사회의 치매의 질병 부담을 효율적으로 경감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