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자리
아침 햇살 콕콕 쪼아가며
할머니 서넛 걸어가고 있다
나이들어 걸음마저 느리면
저승문 앞 좋은 자리 받지 못한다고
외진 설움 하나 둘
모여들고 있다
"왔댜, 그 물 먹어봤슈, 옥돌장판이 워떠탸"
마른 침 꼴딱이며 일수 찍는
일,
옆집 진희 할머니가 보이지 않는 오늘,
서성거리며 흔들리는 눈빛들
성한 이 사이 비집고 흐르는
"좋은 디 구경 갔당가"
나라정신건강의학과의원장/2010년 <시현실> 신인상 등단/시집 <엉겅퀴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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