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전공의협의회, 전공의 660명 설문조사...70% 보호구 못받아
84.7% 주의사항·안전교육 받지 못해...측정뱃지 사용 9.8% 불과
전공의 3명 중 1명은 하루 1시간 이상 방사선에 노출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상당수의 전공의는 보호구 조차 없이 무방비 상태로 방사선에 노출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5월 25~27일 3일간 구글 사이트를 통해 전국 91개 수련병원 전공의 660명을 대상으로 방사선 노출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 결과를 공개했다.
설문조사 결과, 전체 응답자의 97.0%(640명)가 수술실·CT실 등에서 방사선에 노출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방사선에 노출된 경험이 있다고 답한 전공의 중 36.4%(223명, 전체 응답자의 35.3%)는 하루 평균 1시간 이상 방사선에 노출됐다고 밝혔다.
특히 5.6%(36명)은 하루 5시간 이상 방사선에 노출돼 있다고 응답, 전공의 수련·근무 환경에서 방사선 노출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방사선 노출에 대한 대책은 부족한 것으로 파악됐다.
전체 응답자 중 방사선 작업종사자 등록돼 있다는 응답은 5.9%(39명)에 불과했으며, 방사선 관계종사자에 등록됐다는 응답은 6.1%(40명)로 저조했다. 방사선 노출한계량을 넘긴 적이 있냐는 질문에 83.8%(553명)가 '모르겠다'고 답해 방사선 노출 안전대책이 미비한 것으로 파악됐다.
인피폭선량측정계(TLD) 뱃지를 사용했다는 응답자는 9.8%(65명)에 불과했으며, 'TLD에 대해 들어본 적도 없다'고 답한 응답자는 28.8%(190명)에 달했다.
방사선 노출 업무와 관련해 주의사항 혹은 안전교육을 받은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도 84.7%(559명)는 '없다'고 응답했으며 , CT keep(방사선에 노출되는 CT촬영을 하는 순간에도 환자의 호흡을 유지하기 위해 호흡기를 짜주는 앰부배깅 행위) 상황에서 방사선 대처 교육에 대해 90.3%(596명)는 '받은 적 없다'고 밝혔다.
방사선 노출 시 보호구를 제공받고 있느냐는 질문에 70.0%는 '아니다'라고 답했다.
중복응답으로 방사선 보호구 미제공 이유에 대해 '비용 문제'(20.3%), '수량 부족'(11.1%), '착용 시간 부족'(9.8%), '병원의 무관심'(8.2%) 등을 꼽았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A여성전공의는 "임신 후 방사선 피폭 경험이 있다. 병원에서 관리에 무심해 결국 그만두었다"면서 "임신 가능성이 있을 때도 CT실에서 대기해야 하는 근무환경은 개선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른 B전공의는 "아무리 눈에 보이지 않는 위험요인이라 하더라도 저희가 1년만 근무하는 인턴이라 하더라도 문제가 심각한 거 같다"면서 "심지어 포터블 벤틸레이터가 있다 하더라도 앰부배깅(ambu bagging)을 직접 하라며 CT keep을 보내는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다.
C전공의는 "신경외과 중환자실 환자들은 루틴으로 주 1∼2회 brain CT 찍는다"면서 "환자가 너무 많아서 거의 반나절 이상 CT만 찍은 적도 많이 있다"고 수련현장의 실상을 전했다.
이번 설문조사에는 인턴 202명, 전공의 1년차 118명, 전공의 2년차 107명, 전공의 3년차 113명, 전공의 4년차 120명 등 660명이 참여했다.
설문조사를 진행한 대전협 관계자는 "인턴의 경우 환자 CT 검사에 동행해 엠부배깅을 하는 경우가 많았고, 대부분이 위독한 환자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살피기 위해 CT실을 자주 방문한다"면서 "이 과정에서 제대로 된 보호장비·보호구는 갖추지 못하는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번 설문조사 결과에서 알 수 있듯 방사선 노출에 무방비 상태에 있는 전공의의 안전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정부의 지원 대책이 절실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