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PIA·일부 다국적 제약사 행태 문제 의식
대책 마련 목소리 커지면서 정부 대응 주목
최근 국내에 진출한 일부 다국적 제약사가 자사의 독점약 가격을 무리하게 인상하려 하거나 관련 단체가 부정확한 데이터로 '정부 때리기'에 나서자 복지부 내에 정부가 적절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20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WHO(세계보건기구) 총회에서 다국적 제약사의 무리한 가격협상 요구를 비판하고 정부간 공동대응 필요성을 제기한 배경에 이런 복지부의 문제 의식이 자리잡고 있다는 해석이다.
박능후 장관은 WHO 총회 기간에 각국 보건당국 수장이 '보편적 의료보장을 향한 약속'을 주제로 참석한 회의에서 "일부 다국적 기업이 국민 생명을 담보로 무리한 가격 협상을 요구하는 행위에 대해 WHO가 공동 해결안을 마련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WHO에서 일부 유럽 국가 보건당국 수장이 다국적 제약사 독점약에 대한 높은 약값 문제에 공동대응하자고 제안한 적은 있지만, 한국 장관이 다국적 제약사의 높은 약값을 국제 회의에서 문제 삼은 것은 처음이다.
최근 국내에서 무리한 약값 인상 요구로 일부 다국적 제약사가 논란을 빚자 복지부의 신약 급여협상 전반에 대한 문제의식이 커진 탓으로 보인다.
지난 5월 간경동맥화학색전술 조영제로 쓰는 '리피오돌'을 생산하는 게르베코리아는 6년 전 첫 계약 당시 약값보다 5배 비싼 가격으로 재계약을 정부에 요구해 논란을 빚었다.
최근 희소난치성 질환인 '척수성 근육위축증(SMA)' 증상개선 약으로 허가를 받고 급여협상에 들어갈 A치료제 역시 1년 투약비용이 한 해 8억 원에 달해 급여협상을 앞두고 우려가 있었다. 박 장관을 비롯한 복지부 수내부는 최근 일련의 초고가 약 관련 논란을 겪으면서 다국적 제약사 신약의 약값협상 과정과 문제 의식 등에 대한 관심이 커진 것으로 알려졌다.
다국적 제약사들의 모임인 'KRPIA(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의 정부 때리기도 복지부 측의 대응책 마련을 부축이고 있다.
KRPIA는 한국에서 책정받은 다국적 제약사의 글로벌 신약 가격이 OECD 평균 45%(2013년 8월 검색 기준)로 낮고 한국의 항암제 급여 평균 등재 기간이 식약처 허가 후 평균 789일에 달할 정도로 길다며 정부 때리기를 이어가고 있다. 복지부는 KRPIA의 이런 행태를 '잘못된 사실을 호도하거나 무리한 주장'이라고 지적하고 나섰다.
먼저 OECD 평균 약값 통계는 "다양한 각국의 약가제로 실제 약값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자의적으로 보정한 약값을 마치 신뢰할만한 데이터인 양 호도하고 있다"고 문제 삼는다. 유럽을 비롯해 한국도 실제 약값이 표시가격의 30∼40% 불과한 약들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급여등재 기간 역시 '제약사가 급여신청을 한 이후'부터 등재 기간을 산정하지 않고 KRPIA는 제약사의 급여 신청 여부와 상관없이 등재 기간을 산출해 등재 기간이 길어진 책임을 정부 탓으로 돌린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무엇보다 해당 데이터가 문제가 있다고 밝혔지만 KRPIA가 아랑곳하지 않고 관련 데이터를 활용하자 KRPIA와 다국적 제약사에 대한 복지부측이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정부 측 한 관계자는 "다양한 대책을 논의 중이며 우선 객관적인 관련 자료를 만들어 대응하려 한다"고 말했다.
일부 다국적 제약사의 무리한 약값 올리기와 KRPIA의 정부 때리기가 다국적 제약사 전반에 대한 정부측의 대응책 마련을 재촉하는 모양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