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정성평가 결과 꼬리표에 "모두가 상종서 치료받을 수 없어"
각 의료기관 인력·장비 여건 달라…상종 위주 지표 문제지적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질환별 적정성평가 결과를 잇따라 공개하고 있는 가운데, 각 의료기관의 여건을 고려하지 않은 '줄 세우기'로 인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최근 심평원은 급성기뇌졸중·대장암·유방암·폐암·위암 적정성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심평원의 배포 자료 제목은 '진료 잘하는 병원 미리 확인하세요'로 현황을 모두 공개했고 각 질환별 평가대상 조건에 부합하는 모든 의료기관은 1등급부터 5등급의 결과를 받았다.
각 의료기관은 다음 적정성평가 결과가 발표될 때까지 해당 등급을 꼬리표로 달게 된다. 그런데 여기에 맹점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의료기관 관계자는 "적정성평가 결과 공개는 각 의료기관을 줄 세우는 것"이라며 "1등급을 받은 기관이 이를 홍보용으로 쓰지만 반대의 경우 감춰야 한다. 운영자로서는 예민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증질환의 경우 지방의료원은 대상기관으로 진입하는 것이 오히려 어려운 상황임에도 대상기관으로 선정돼 낮은 등급을 받으면 이미지에 타격을 입는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대장암 적정성평가 결과에는 부산광역시의료원(2등급)과 인천광역시의료원(3등급) 두 곳이 대상기관에 포함됐다.
대장암 적정성평가는 ▲평가대상 총 건수 10건 이상 ▲구조·건사·교육·수술·결과 등 모든 지표 발생기관 ▲보조요법영역 8개 지표 중 5개 이상 발생 기관 등의 조건을 충족해야 종합점수가 산출된다.
종합점수가 산출된 137개 의료기관 중 1등급은 상급종합병원 43개 등 총 124개로 90.6%에 달한다. 두 지방의료원은 해당 조건을 모두 만족했지만 2등급과 3등급에 그쳤다.
대형병원의 틈바구니에서 열악한 지방의료원으로서 대상기관에 이름을 올렸지만 적시된 성적표로 인해 피해가 돌아갈 수 있는 상황.
게다가 지방의료원에서 치료받는 암 환자는 대부분 지자체나 사회봉사단체 등이 의뢰한 소외계층이다. 사회서비스적 성격인 것. 지방의료원은 자체적으로 가능하다는 판단이 설 경우에만 암 환자 치료를 진행하고 나머지는 연계 상급병원에 전원한다.
김철수 인천시의료원장은 "따라갈 수 없는 상급종합병원 위주로 짜인 적정성평가 지표를 공공의료를 하는 지방의료원에도 적용하니 불이익이 발생한다"며 "지방의료원에서는 적은 의료비를 지불하고도 양질의 치료를 받을 수 있다. 이런 부분이 전혀 고려되지 않고 의료기관의 줄을 세우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우리 의료원을 찾는 환자는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와 차상위계층이 많다. 누구나 상급종합병원에서 치료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2년전부터 암 관리에 집중하며 환자들의 호응을 받고 있지만, 등급은 3등급"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상급종합병원에서 폐암 치료를 받던 환자가 우리 병원으로 와 변이를 발견한 경우도 있다"며 "여건을 고려하지 않은 적정성평가와 이로 인한 줄 세우기에 수가 차등 지급까지 이어지며 적자는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경우도 있다. 한양대구리병원은 서울 한양대병원을 모(母) 병원으로 하는 자(子) 병원이다.
한양대구리병원의 폐암 적정성평가 등급은 3등급. RT 요법이 필요한 환자는 대부분 서울 모병원으로 전원시키기 때문에 장비와 인력을 구축하지 않은 것이다.
이에 대해 심평원 관계자는 "각 기관의 여건이 다르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면서도 "국민에게 객관적 결과를 전달하는 것에 의미가 크다. 인력과 장비가 없다면 최선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