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과학연구관리과장으로 자리 옮겨...의료계 파면 요구 외면
징계없이 '단순 해프닝' 마무리?...의협 "갑질 공무원에 면죄부" 비판
정기현 국립중앙의료원장 등 의료인에 대한 갑질 논란으로 대기발령 중이었던 손일룡 보건복지부 공공의료정책과장이 질병관리본부 생명과학연구관리과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대한의사협회가 손 과장의 파면을 요구하는 시위까지 벌였지만, 보건복지부는 결국 의료계의 파면 요구를 외면했다.
손 과장은 지난 4월 정기현 국립중앙의료원장과 다수의 국공립병원장, 보건복지부 관료 등이 함께 식사하는 자리에서 정 원장이 국립중앙의료원에서 발생한 간호사 사망 사고에 대해 보고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강하게 질책했다.
문제는 질책 과정에서 손 과장이 "정부를 무시하는 거냐", "시골병원 출신", "지방대 출신", "의사 나부랭이 ▲▲들" 등 공직자에 걸맞지 않은 부적절한 언사를 한 것이 알려지면서 논란을 일으켰다.
막말 질책을 받은 정 원장은 보건복지부 공공의료정책과를 찾아 손 과장 앞에 무릎을 꿇고 사과했다는 내용이 드러나면서 파문을 키웠다.
파문이 커지자 보건복지부는 손 과장을 대기발령하고 내부감사를 진행했다.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은 의협회장 당선인 신분이던 지난 4월 26일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근무하고 있는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 앞에서 손 과장의 파면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시위에 나선 최 회장은 "의협은 손일룡 과장에 의해 자행된 비인간적인 갑질 행태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 도저히 묵과할 수 없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국민의 신뢰를 철저히 저버린 손 과장을 즉각 파면하라"고 촉구하면서 "그가 행한 행위에 대해 엄중한 사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회장은 시위 직후 손 과장 파면요청서를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직접 전달하기 위해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 사회보장위원회 사무국을 방문했지만, 사회보장위원회 관계자들이 보건복지부 민원을 접수하는 곳이 아니라며 사무실을 닫고 면담을 거부, 뜻을 이루지는 못했다.
보건복지부는 5월 8일 대기발령 중 내부감사를 받던 손 과장 후임으로 정준섭 사회복지정책실 기초의료보장과장을 임명했다.
보건복지부는 아직까지 손 과장의 보직 변경에 사유나 내부감사 결과에 대해 공식발표를 하지 않고 있다.
이번 인사에 대해 정성균 의협 대변인 겸 기획이사는 "국민 위에 군림하고 갑질을 하라고 공무원들에게 봉급을 주고, 권한을 부여한 것은 아니다"면서 "보건복지부장관은 예산과 지도감독권을 무기로 산하 기관장과 직원들에게 갑질 막말로 모욕을 주고, 명예를 훼손했을뿐 아니라 공직자로서의 윤리를 저버린 공무원에게 면죄부를 준 것"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