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의료연구소 "무능한 식약처 & 엉터리 약가정책 합작품"
원료의약품 제조판매사 정보·생물학적 동등성시험 결과 공개 요구
최근 발생한 '발사르탄 사태'가 제대로 된 위기대응 매뉴얼이 없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무능함과 보건복지부의 엉터리 약가정책의 합작품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바른의료연구소는 12일 "식약처의 무능한 대처와 보건복지부의 무부별한 제약산업 육성정책이 이번 사태를 만들었다"면서 중국 업체가 발사르탄 제조공정을 변경하고 발사르탄에서 불순물인 'N-니트로소디메틸아민(NDMA, Nitrosodimethylamine)'이 검출되는 과정에 대해 식약처가 관리·감독을 철저히 했다면 사태를 예방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식약처와 복지부도 파악하지 못한 '발암 가능성 물질 함유 여부'를 의사들이 사전에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고 밝힌 바른의료연구소는 '발암 가능성이 있는 약을 처방한 부도덕한 의사'라며 지탄받는 의료계의 현실을 개탄했다.
유럽의약품안전청(EMA)은 7월 5일(목) 고혈압 치료제의 원료의약품 중 중국산 발사르탄에서 'NDMA'이라는 불순물을 확인, 제품을 회수했다. 식약처는 7일(토) 해당 원료를 사용한 국내 제품에 대해 잠정적인 판매중지와 제조·수입 중지 조치를 취했다.
바른의료연구소는 식약처에 대해 ▲문제가 된 원료의약품 제조업소(제지앙 화하이, Zhejiang Huahai)에서 불순물 포함 사실을 직접 보고받지 못한 점 ▲원료의약품의 품질에 심각한 하자가 있을 시 보고 규정 미비 ▲원인으로 지적된 '제조공정 변화'에 동의했을 가능성이 큰 점 ▲철저히 관리해야 할 원료의약품의 제조공정에 대한 동의 규정이 없을 가능성이 큰 점 ▲적절한 검토·시기에 대한 고민 없이 무작정 발표를 강행한 점 ▲판매·제조중지 목록을 번복해 혼란을 가중시킨 점 ▲발암물질 NDMA의 2A등급의 의미를 명확히 밝히지 않은 점 ▲2013년 한약재 추출 '천연물신약'에서 1급 발암물질인 벤조피렌과 포름알데히드가 검출됐음에도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은 점 등을 지적하며 "식약처는 위기상황에서 오로지 면피성 대응만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위기대응에 대한 제대로 된 매뉴얼을 만들고, 전체 의약품에 대한 불순물, 발암물질 등을 조사해 충격적인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조치해야 한다"는 점도 짚었다.
보건복지부에 대해서는 ▲특허 만료된 오리지널 약보다 더 높은 약가를 책정하고 있는 점 ▲복제약에 대해 원가보다 훨씬 높은 약가를 책정하고 있는 점 ▲제약산업 육성정책이 제약사의 수익 올리기 도구로 전락하고 있는 점 ▲약가 우대·세제 지원 등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41개 혁신형 제약기업 중 20%에 해당하는 9개 사가 판매정지 대상업체 포함된 점 등을 들며 "제약산업 육성이라는 허황된 미명 하에 엉터리 복제약가 정책을 하고 있다"면서 판매중지된 발사르탄 제제와 오리지널약과의 약가비교 자료를 제시하며 약가정책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발사르탄 원료의약품 1kg이 90∼240달러인 점을 감안할 때 발사르탄 80㎎ 완제품의 약가가 525원이므로 원료 가격 대비 엄청난 폭리를 취하고 있다"고 밝힌 바른의료연구소는 "원료의약품의 원가 정보를 쉽게 파악할 수 있는 식약처가 해외에서 수입하는 원료의약품 가격을 공개해 현재 복제약 가격에 낀 거품을 국민에게 알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바른의료연구소는 여러 제약회사가 공동으로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을 하거나 생산라인을 가동하지 않고도 복제약을 판매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는 약사법령과 제약업계의 구조적 문제에 대해서도 이의를 제기했다.
"한 제약회사가 해외에서 싼 가격으로 구입한 원료의약품으로 완제품을 만들어 여러 제약회사에 공급할 수 있어 생산라인을 가동하지 않고도 복제약을 판매할 수 있다. 심지어 한 제약사에서 제조한 완제품을 20여 곳이 넘는 제약사에서 이름만 달리해 판매하는 경우도 있다"고 지적한 바른의료연구소는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도 공동 또는 위수탁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의사들이 약의 우수성·적절성을 판단할 수 있도록 원료의약품 제조소, 원료의약품 구입업체, 의약품 제조사, 판매사 등 복제약 생산 이력과 생물학적 동등성시험 결과도 공개할 것을 요구했다.
"의사들의 싸구려 약 처방행태가 이번 사태를 키웠다"며 이번 사태의 원인을 의사 탓으로 돌리고 있는 대한약사회에 대해서도 "명백한 의사 명예훼손 망언"이라며 "성분명 처방을 한다고 해도 이번 사건은 사전에 예방할 수 없었다"고 반박한 뒤 "식약처에 국내외 원료의약품 제조사와 전체 의약품에 대해 철저한 관리감독을 요구할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바른의료연구소는 2012년 10월 감사원의 '건강보험 약제관리 실태에 관한 감사결과 보고서'를 제시하며 "약국의 '싸구려 약 바꿔치기' 관행에 대해 철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당시 감사원은 "환자에게 싸구려 약을 조제해 주고, 의사가 처방한 고가약을 처방한 것처럼 부당청구한 혐의가 있는 약국이 전체 약국의 80%인 1만 6306개소에 이른다"고 밝혀 충격을 던졌다.
"'저가약 대체조제 인센티브 제도(의사가 처방한 오리지널약을 약사가 싼 약으로 바꿔 조제하면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약사에게 약가차액의 30%를 지원하는 제도)'로 '싸구려 약'은 오히려 약사회에 더 어울린다"고 지적한 바른의료연구소는 "의사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한 약사회에 대해 응분의 대가를 치르도록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바른의료연구소는 "1급 발암물질인 벤조피렌과 포름알데히드가 검출된 '천연물신약'에 대해 정부가 강력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촉구한 뒤 "식약처와 보건복지부는 국민건강 보호를 최우선으로 불행한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제도와 정책을 재정립해야 한다"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