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트렌스젠더, '장애' 아닌 '상태'"

WHO "트렌스젠더, '장애' 아닌 '상태'"

  • 홍완기 기자 wangi0602@doctorsnews.co.kr
  • 승인 2018.07.2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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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질병분류' 최신판 발표, 2022년부터 적용
질병 진단 기준 '외부 시각→주관적 불편함' 변경

세계보건기구(WHO)는 18일 '<span class='searchWord'>국제질병분류</span>' 최신판을 통해 트렌스젠더가 더 이상 정신질환자가 아니라고 규정했다. ⓒ의협신문
세계보건기구(WHO)는 18일 '국제질병분류' 최신판을 통해 "트렌스젠더는 더 이상 정신질환자가 아니다"고 규정했다. ⓒ의협신문

WHO가 최근 트렌스젠더(성별 불일치)를 '정신, 행동, 신경발달 장애'에서 '성 건강 관련 상태' 범주로 옮기는 등의 내용을 담은 '국제질병분류' 최신판을 공개했다.

WHO는 "트렌스젠더는 정신장애가 아니라는 증거가 이제 명백하다. 장애로 분류할 경우 심각한 오명을 쓸 수 있다. 트렌스젠더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과 더 나은 의료 서비스가 필요하다"며 국제질병분류를 개정한 취지를 밝혔다.

레일 세이 WHO 생식 건강 및 연구부 이사는 "우리는 새로운 분류가 사회적 낙인을 줄이고, 성 소수자 개인이 사회에서 더욱 넓게 받아들여 지기를 바란다"면서 "의사와 보험 업체가 이 분류를 참고함으로써 트렌스젠더가 보건의료에 더 쉽게 접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국제질병분류 개정은 WHO가 트렌스젠더를 '개인이 경험하는 성별과 지정된 성별 간의 지속적인 불일치'로 규정하면서 '질병'이 아닌 '상태'로 규정한 것으로 해석된다.

권준수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이사장(서울의대 교수·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은 "대부분의 나라에서 미국정신과학회에서 만든 진단기준(DSM)을 쓰고 있다. 그동안에는 이러한 기준에 따라 트렌스젠더(성별 불일치)를 객관적인 시각에서 질병으로 분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생물학적인 남자가 사회적으로 여성스럽다고 생각하는 취향과 성향을 가질 때 그것을 '외부의 시각'에서 질병으로 분류했다"고 밝힌 권 이사장은 "'병'이라는 것은 잘못된 것을 치료해야 한다는 뜻을 포함한다. 스스로가 불편함을 느끼지 않음에도 이를 질병으로 보는 것에 대해 신경정신계에서도 많은 논의를 해 왔다"고 덧붙였다.

권 이사장은 "WHO의 질병분류 개정은 '성별 불일치'를 외부의 시각이 아닌 주관적인 불편감을 통해 질병 여부를 판단할 수 있도록 변경한 것"이라며 "진단기준으로 본다면 본인이 불편감을 느끼면 병으로 진단해 치료를 진행할 수 있지만, 불편감이 없다면 치료의 대상이 아니다. '젠더 디스포리아(성별 위화감 또는 불쾌감)'로 진단명이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WHO가 국제질병분류를 개정한 데 대해 권 이사장은 "사회에서 '트렌스젠더'를 성격의 외향 또는 내향과 같은 '차이'로 보도록 인식을 확산시키려 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는 13일 WHO의 국제질병분류 개정을 지지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대의협은 성명을 통해 "실제 의료 현장에서 트렌스젠더들의 건강권은 열악하다. 사회적 인식 개선과 더 나은 의료 서비스가 필요하다"면서 '개개인의 성적 지향, 성 정체성을 떠나 건강할 권리는 누구에게나 있다'는 견해를 밝힌 세계의대생협회의 의견을 지지했다.

국제질병분류 개정판은 5만 5000개의 질병, 부상, 사망 원인을 분류하고 있다. 개정판은 2019년 5월 WHO 총회 승인 후 2022년 1월 1일부터 발효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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