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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저기기 사용하다 '실명'...도대체 무슨 일이?

레이저기기 사용하다 '실명'...도대체 무슨 일이?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18.07.2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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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안경' 쓰지 않고 장비 작동하다 사고…기기업체와 법적 다툼 중
위험성·주의사항 꼼꼼한 확인 필수…기기 구입시 증빙서류 남겨야

병·의원에서 의료기기업체로부터 의료기기를 구입할 때 반드시 장비에 대한 안내는 물론 주의사항을 충분히 듣고, 사실확인을 서명한 서류를 반드시 남겨야 할 것으로 보인다.

X-ray 장비, 레이저장비 등 고위험 장비를 사용할 때 업체로부터 의료기기를 설치하면서 장비의 위험성·주의사항 등 설명을 듣지 않고 장비를 사용하다 의사가 다치거나 위험에 노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경기도 고양시 A의원에서 의사가 레이저기기를 사용하다 한 쪽 눈이 실명되는 사례가 발생해 고위험 장비를 사용하는 의사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A의원장은 2018년 1월, 피부시술용 레이저 장비를 제조판매하고 있는 B의료기기회사로부터 '데모용 장비'를 제공받아 시술하던 중 레이저의 반사된 빛에 의해 오른쪽 눈의 영구적인 시력손상을 입었다.

A의원장은 "B의료기기회사 측의 기계적 결함과 주의의무 위반에 의해 발생한 사고"라며 "돌이킬 수 없는 치명적인 상해를 입었음에도 B의료기기회사 측은 한마디의 사과 없이 증거조작과 허위진술만 반복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A의원장은 ▲레이저 장비를 설치한 뒤 엔지니어들이 장비점검을 하지 않았고 ▲10℃ 이상이 유지되는 환경에서 보관돼야 하는데, 의료기기 운송 중 적정온도를 유지하지 않은 문제로 기계적 결함이 발생했을 가능성 ▲장비 보관증 조작 ▲장비 사용 시 주의사항이 기재된 첨부문서를 전혀 제공하지 않은 문제 ▲사용자 매뉴얼 제공하지 않은 문제 ▲장비의 위험성과 안전 관련 주의사항에 대해 설명하지 않은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또 충분한 설명을 해주지 않아 장비를 사용하면서 레이저 빛에 의해 한 쪽 눈이 실명이 되는 사고를 당했다며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의협신문
일러스트 / 윤세호기자 seho3@kma.org

A의원장은 "병·의원은 특성상 레이저뿐만 아니라 방사선·고전압·고압력·고위험가스·화학약품 등 의사와 환자에게 위해를 가할 수 있는 다양한 의료기기와 의료소모품을 취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B의료기기회사의 레이저기기는 레이저등급분류 상 'class 4'의 최고위험 등급 장비로 일반 의료장비보다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충분한 설명이 없었다는 입장이다.

A의원장은 "B의료기기회사 측이 해당 병·의원 의료진이 한 번도 사용해본 적이 없는 고위험 의료기기를 설치하면서 장비의 위험성과 주의사항을 설명하지 않고, 그와 관련된 문서도 제공하지 않아 상해가 발생한 것은 명백한 업무상 과실치상 행위"라며 "B의료기기회사는 사용자가 전문가인 의사라고 해서 주의의무를 게을리해도 된다는 무책임한 주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의료기기의 잘못된 사용은 의료진 뿐 만 아니라 환자에게도 생명과 직결되는 치명적인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많기 때문에 오히려 제조판매자의 설명의 의무를 강화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A의원장은 "레이저기기 사용자에게 설명을 들었다는 확인서를 받는 등 다양한 안전장치를 마련했어야 하지만 B의료기기회사 영업사원과 엔지니어 모두 보안경을 사용하지 않았고, 설명도 해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는 "평소에 회사에서 안전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음이 분명하다"며 "고위험 의료장비를 취급하면서 안전교육을 철저하게 하지 않은 것 또한 중대한 업무상 과실에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주장에 대해 B의료기기회사 관계자는 "해당 의사가 보안경을 착용하지 않고 레이저 장비를 사용한 것이 문제"라고 반박했다.

또 "다른 의료기관에서 사용하던 장비를 인계받은 것이고, A의원장에게 전달할 때 장비 오작동 문제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장비에 대한 매뉴얼은 세일즈를 하는 직원들이 모두 안내를 하는 내용"이라며 "레이저기기를 사용하는 의사들이 보안경을 착용하는 것은 매우 당연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고등학생들도 레이저에 대한 위험성을 알고 있고, 우리 회사 식당 직원들도 레이저 장비를 사용할 때에는 보안경을 착용해야 한다는 것을 알 정도로 상식적인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사건과 관련 레이저기기를 사용하고 있는 의사 및 의료기기회사 관계자들은 의료기기를 구입할 때 장비에 대한 점검, 매뉴얼, 주의사항을 반드시 확인할 것을 당부했다.

이와 함께 장비를 설치한 뒤 장비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확인하고, 장비의 이상유무도 꼭 확인해야 하는 것은 물론 확인서를 받는 것도 빼놓으면 안된다고 조언했다.

C의료기기회사 한 직원은 "장비 사용을 직접 병원을 찾아가 교육하고 있다"며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담당자가 직접 의사를 대상으로 교육을 한다"고 말했다. 또 "일정 기간 동안 주의사항을 안내하면서 1에서 10까지 다 가르쳐 준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교육을 한 것에 대한 확인을 반드시 받도록 돼 있다"며 "누구에게 언제부터 언제까지 장비에 대한 교육을 했는지 서명(교육자 및 피교육자 서명)도 받는다"고 강조했다.

김동석 대한개원의협의회장은 A의원장의 사건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라면서 "대부분 계약서와 장비 인수증을 받는다"며 "의료기기회사 직원들이 장비를 설치할 때 설명서를 보여주면서 시연까지 해준다"고 말했다.

또 "앞으로 다른 의사 회원들도 의료기기를 구입할 때 제품 설명 및 주의사항 등을 반드시 받고 확인 서명을 해야할 것 같다"며 "의사들도 의료기기를 사용하기전에 충분히 시연을 통해 공부하고, 사고를 당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상주 대한피부과의사회 총무이사도 "예전에는 장비를 설치하고 확인서를 받는 일이 드물었는데, 최근에는 장비에 대한 설명 및 주의사항 등을 잘 설명해주고 있다"며 "고위험 장비는 의사들도 충분히 숙지를 하고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의료기기에 대해 충분히 숙지를 하지 않고 사용하다가 사고를 당하면 의사 스스로 손해가 크기 때문에 지금까지 의료기기를 구입하고 안내사항을 대충 들었던 회원들은 앞으로 신경을 좀 더 써야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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