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사르탄 80mg 제제 67종 중 46종 오리지널 보다 비싸
제약협회 "약가인하 후 제품별 정책 적용하다 보니…"
발암물질이 함유된 중국산 발사르탄 원료로 백여종의 고혈압치료제 제네릭이 생산·판매돼 사회적 파문이 일고 있다. 이번 사건을 통해 의료계와 환자들의 제네릭에 대한 불신은 더욱 커지고 있는 상황.
식약처의 원료의약품 관리감독 미흡 등이 주요 이슈로 떠오르고 있지만, 한켠에는 최근 바른의료연구소에 의해 수면위로 올라온 제네릭 약가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
문제 제품을 포함한 제네릭 상당수가 오리지널인 노바티스의 '디오반'과 암로디핀과의 복합제 오리지널 '엑스포지' 보다 가격이 높은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제네릭이란 특허가 만료된 의약품을 연구개발 등 투자 없이 복제해 만들어지는 제품이다. 오리지널과의 동등성만 증명하면 출시할 수 있기 때문에 제네릭의 경쟁력은 결국 가격이다. 제약산업을 선도하는 국가에서도 제네릭 활성화를 추진하는 것도 이 같은 재정절감 효과 때문이다.
특히나 국내의 경우 여러 제약사가 공동으로 생동성시험을 진행하고 위수탁을 통해 한 공장에서 제네릭을 생산하는 경우가 많다. 결국 생산라인 하나 없이도 자사의 상자에 넣어 납품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런데 이런 제네릭 가격이 오리지널 보다 높은 기현상이 국내에서 벌어지고 있다.
발사르탄을 제제로한 80mg 고혈압치료제는 국내에 총 67종이 판매되고 있다. 오리지널인 ''디오반필름코팅정80mg'의 보험상한가는 1정당 520원이다.
상식적으로는 제네릭 제품 대부분이 520원 이하로 책정돼야 한다. 오리지널과 가격 차별화 없이는 영업이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리지널보다 가격이 비싼 제네릭은 46종에 달했다.
160mg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노바티스의 '디오반필름코팅정160mg'의 보험상한가는 1정당 957원이다. 시판되고 있는 53종 제네릭 가운데 28종은 오리지널보다 비싸다. 이 중 26종은 976원으로 책정돼 오리지널 가격에 비해 1정당 19원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한국제약바이오협회 관계자는 "오리지널의 특허가 만료되고 제네릭이 출시되면 첫해 오리지널의 보험상한가는 원래 가격의 70%, 제네릭은 59∼60%로 책정, 고시된다. 이듬해에는 오리지널과 제네릭 모두 53.55%의 상한가로 정해지며 동일성분 동일가격이 고시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후부터는 제품별로 약가가 적용된다. 사용량약가연동제·실거래가인하제 등 사후관리가 제품별로 적용되면서 오리지널보다 제네릭 가격이 높은 현상이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혁신형 제약기업 제도도 약가 역전 현상에서 몫을 한다. 혁신형 제약기업으로 선정되면 제네릭까지도 약가 우대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혁신형 제약기업인 종근당·SK케미칼·한독·부광약품·한림제약·태준제약·건일제약·한국콜마 등은 이번 발암 발사르탄 사태에 연루됐으며 상당수의 제품이 오리지널보다 가격이 비싸다.
이 같은 가격 역전 현상의 배경에는 정부의 제네릭 우대 경향이 있다. 국내 중소제약사의 경우 여전히 제네릭 사업이 최대 수입원이다. 이에 따라 정부가 제약산업 육성이라는 이름 아래 제네릭 가격을 고평가해온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수백개의 제네릭 회사가 난립해 있는 국내 제약계의 모양새가 그 근거라고 볼 수 있다. 제네릭만으로 충분히 막대한 수익 창출이 가능하기에 너도나도 뛰어든 결과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한 제약사 관계자는 "제네릭 가격이 높은 것이 공익적으로 옳지 않다는 데 동의한다. 제네릭 약가가 오리지널 보다 높은 것도 기현상이 맞다"면서도 "하지만 제약사가 제네릭 약가를 높게 책정하고 영업하는 것이 모두 리베이트에 의한, 혹은 위한 것이라고는 볼 수 없다. 일선 영업현장에서는 다양한 상황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