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궁내 태아 사망 대법원 '무죄' "사필귀정 판결"

자궁내 태아 사망 대법원 '무죄' "사필귀정 판결"

  • 송성철 기자 good@doctorsnews.co.kr
  • 승인 2018.07.27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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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상혁 의협 상근부회장 "최선 다한 의사에게 형사책임 물어서야"
"조정·중재 맡은 의료분쟁조정중재원 형사 감정하는 건 옳지 않아"

인천지역 산부인과 전문의 A씨에 대한 자궁내 태아 사망 사건 상고심(2018도1306)에서 대법원이 검찰의 상고를 기각하자 의료계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도 의료사고를 형사적으로 접근하는 데 대해 우려를 표했다. 특히 의료분쟁을 조정하고 중재하는 역할을 맡고 있는 의료분쟁조정중재원이 의료인의 인신 구속 여부를 전제한 형사 감정을 맡는 데 대해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의협신문
인천지역 산부인과 전문의 A씨에 대한 자궁내 태아 사망 사건 상고심(2018도1306)에서 대법원이 검찰의 상고를 기각하자 의료계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도 의료사고를 형사적으로 접근하는 데 대해 우려를 표했다. 특히 의료분쟁을 조정하고 중재하는 역할을 맡고 있는 의료분쟁조정중재원이 의료인의 인신 구속 여부를 전제한 형사 감정을 맡는 데 대해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의협신문

대법원이 26일 인천지역 산부인과 전문의 A씨에 대한 자궁내 태아 사망 사건 상고심(2018도1306)에서 검찰의 상고를 기각,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인정한 데 대해 의료계는 '사필귀정'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대법원의 올바른 판단에 대해 환영한다"고 밝힌 방상혁 의협 상근부회장은 "의사는 환자를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걸 직업윤리로 가지고 있다. 모든 의사가 그런 마음으로 진료를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방 상근부회장은 "의료행위는 항상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100%가 있을 수 없다. 다만 최선을 다할 뿐"이라면서 "주의를 기울이고, 최선을 다했음에도 예기치 못한 불가항력적인 의료사고가 일어날 수 있음에도 의사의 과오나 과실 때문이라는 시각으로 접근한다면 그 피해는 온전하게 국민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어떤 시술이나 수술을 할 때 성공할 확률이 반반이라고 하면 절반의 확률을 믿고 최선을 다해 수술에 임하겠지만, 예기치 못한 불상사를 의사의 과오나 과실이라는 프레임으로 몰고 가면 시도조차 안하게 될 것"이라고 밝힌 방 상근부회장은 "확률적으로 살 수 있는 환자들도 살리지 못하게 되면 피해는 결국 환자에게 돌아가게 된다"며 의료사고를 형사적으로 접근하는 시각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김동석 (직선제)산부인과의사회장(대한개원의협의회장)은 "분만실은 생사가 오가는 긴박한 전쟁터와 같은 곳"이라며 "두 생명을 책임지는 산부인과의사는 날밤을 새면서 분만을 돕는다. 산모와 아기를 위해 헌신하는 산부인과의사의 간절한 마음을 알아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난산일 때 비록 종교가 없더라도 산부인과의사들은 산모와 아기가 무사하게 해 달라고 기도한다. 절실한 산부인과의사의 마음을 재판부가 알아줬으면 좋겠다"면서 "의사는 환자를 위해 존재한다. 잘 해 보려다가 예기치 못한 결과가 발생했다고 의사를 구속하려들면 위험한 수술이나 의료행위를 하려는 의사는 사라질 것"이라고 걱정했다.

"판결이 제대로 나와 명예는 회복했지만 마음 고생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라고 밝힌 김 회장은 "환자를 살리려 했던 의사를 구속시키라는 판결을 받았다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충격"이라고 말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2016년도 제왕절개분만율 모니터링 결과' 보고서를 보면 분만을 1건이라도 한 의료기관은 2006년 1119곳에서 2016년 603곳으로 46.1%가 줄었다. 전국 228개 시군구 가운데 56곳은 분만을 할 수 있는 산부인과가 없다. 분만병원의 1/4 가량은 지난해 한 건의 분만 실적이 없다. 이들 병원도 폐업 대열에 합류할 가능성이 높다.

낮은 수가로 인해 월 20여건 안팎에 불과한 분만 건수로는 분만실을 유지할 수 없는 상황이다보니 분만 산부인과가 분만을 포기하거나 폐업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분만실을 유지하기 힘들 정도로 수가는 낮지만 의료분쟁 비율은 가장 높다. 의료분쟁 비용도 만만치 않다. 김재연 대한산부인과의사회 법제이사가 2017년 4월 <의료정책포럼>에 발표한 '저출산 시대를 극복한 보건의료 대책'을 보면 분만과 관련한 손해배상금액은 중앙값 7000만 원(최고 5억 5000만 원)으로 파악됐다. 제왕절개수가(40만 원 기준)를 감안하면 중앙값의 경우 175건을, 최고 금액으로는 1375건을 사고 없이 분만해야 배상이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김 회장은 "의료사고가 났다고 분만의사를 구속하고, 거액을 배상하는 판결이 나올 때마다 분만실이 문을 닫고, 산부인과 의사가 계속 없어질 것"이라며 "의료사고의 모든 책임을 산부인과의사에게 물으려 할 게 아니라 사명감을 갖고 분만실을 지키는 산부인과 의사들이 생존할 수 있도록 수가를 정상화하고, 배상책임의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사건의 변호를 맡아 무죄 판결을 이끌어 낸 박복환 변호사(법무법인 샘)는 "대법원 재판부는 기본적으로 태아 심박동수를 검사하지 않은 것과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에 대해 검사측이 합리적인 의심이 없을 정도의 증명을 하지 못했다며 무죄로 판단한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을 존중했다"고 설명했다.

항소심 무죄 판결 당시 박 변호사는 "인신을 구속해야 하는 형사 사건에서 의료 분쟁과 조정 업무를 맡고 있는 의료분쟁조정중재원이 감정업무를 하는 게 적절한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면서 한국의료분쟁조정원이 형사 감정업무를 맡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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