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국립중앙의료원 스칸디아홀…'의학과 문학의 접경 연구 세미나'
'의학과 문학의 접경: 문학 속 의학, 의학 속 문학' 주제 세 명의 연자 발표
의학과 문학은 둘 다 저 깊숙한 인간의 고통과 생명의 의미를 헤아려 치유하는데 연원을 함께 두고 있다. 따라서 문학과 의학의 융합은 직관·상상력 그리고 창의적 공감을 바탕으로 서로를 풍부하게 한다.
그러나 현실은 의학과 문학이 과학과 예술로 구분돼 각각의 영토에 제각기 놓여 있을 뿐이다. 의학과 문학의 구분을 없애기 위해 다양한 노력들이 시도되고 있지만 거의 대부분 '문학 속의 의학'의 시각으로 다뤄지고, '의학 속 문학' 특히 '의학 속 문학의 재주(在住)'연구는 미미하다.
이러한 고민들을 글을 쓰는 현직 의사들이 다양한 문학사적 사례들을 두고, 연구 고찰하는 자리를 만들어 눈길을 끈다.
8월 25일 국립중앙의료원 스칸디아홀에서 '의학과 문학의 접경 연구 세미나'가 열린다. 이번 세미나는 '의학과 문학의 접경: 문학 속 의학, 의학 속 문학'을 주제로 이승하 한국문예창작학회장(중앙대 문창과 교수)·양훈진 원장(이화미즈산부인과·마자린 북클럽 회장)·유형준 한국만성질환관리협회장(CM병원 내분비내과·시인) 등 세 명의 연자가 강연 펼친다.
▲첫 번째 연자 이승하 한국문예창작학회장은 '문학사적 의의를 남긴 해외 의사 문인'을 주제로 '제1차 세계대전을 겪은 3명의 의사 시인의 시세계, 고트프리트 벤·한스 카로사·게오르크 트라클을 중심으로'한 강의를 펼친다.
1차 세계대전을 경험한 2명의 독일인(벤·카로사)과 1명의 오스트리아인(트라클)…. 그들은 모두 군의관이며 의사다. '의미 없는 전쟁'을 비관했던 독일 표현주의 대표시인 벤, '쾌유와 치유의 시'를 쓴 낙관론자 카로사, 전쟁의 참상에 충격을 받아 코카인 과다복용으로 죽은 트라클. 이들 셋의 시세계는 이렇게 달랐다.
모두 독일어로 시를 썼고 동시대에 같은 전쟁의 현장에 노출됐던 의사 시인들의 판이한 시세계를 비교 고찰한다.
▲두 번째 연자 양훈진 원장은 '국내 의사 소설가의 장편소설 속 의학과 문학'을 주제로 한 '의사가 그린 의사, 그 빛과 그림자'를 살펴본다.
현직 의사가 쓴 장편소설 속의 의학과 문학을 고찰해 보는 시간으로 정신과 전문의 강동우의 <의과대학>, 전용문의 <죽은 의사의 시대>와 함께 최근 발간된 성형외과 전문의 김유명의 <마취>를 살펴본다. 또 일본의 나쓰카와 소스케의 <신의 카르테>도 함께 소개한다.
양훈진 원장은 소설 구성의 3요소인 인물·사건·배경 속에서 작가가 전하려 했던 의사라는 이미지의 빛과 그림자를 정리했다. 또 소설 속의 문학적 표현과 의학적인 지식분야를 찾는 과정도 함께 고찰해 볼 예정이다.
▲세 번째 연자 유형준 한국만성질환관리협회장은 '의학과 문학의 접경'을 주제로 '의학 속 문학의 재주(在住)'를 고찰해 본다.
후두돌출을 칭하는 '아담의 사과', 간경병 복벽 정맥을 이르는 '메두사의 머리', 매독을 가리키는 명칭이 돼버린 '양치기 시필리스', 해리 무디의 고령화 시나리오의 하나인 '스트룰드브루그 시나리오'에 명기된 조나단 스위프트의 <걸리버 여행기>에 등장하는 '영원히 죽지 않는 인간 스트룰드브루그' 등 의학 속 문학의 재주 현황을 살펴본다.
또 야맹증에 '어둑한 저녁에 보여야 할 개밥바라기 헤스퍼(hesper)가 아니(an) 보이는(opia)'병적 상태라 해 '헤스페라노피아'란 시정(詩情) 넘치는 병명을 붙인 의사 텔슨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증후군'을 명명한 신경과 의사 토드에 관련한 연구를 통해 도출한 개밥바라기와 앨리스의 '의학 속 문학의 재주' 과정도 함께 소개할 예정이다.
문학이 의학 속에 어떻게·어떤 방식으로 살고 있는지 그동안 우리가 미처 몰랐던 다양한 문학적 사례들을 살펴보고 듣는 흥미로운 시간이 될듯 하다.
이번 세미나는 한국노화방지연구소·박언휘슈바이처나눔재단이 후원하고 의학과 문학 접경 연구소가 주최한다(문의 : 유형준 한국만성질환관리협회장 010-5235-81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