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령 교수, RCT 결과 뒤집은 한국인 대상 RWE 발표
국내 환자 대상 데이터로 세계 최초 릭시아나 RWE '눈길'
급격하게 경구용 항응고제(NOAC) 시장이 팽창하고 있다. 오랫동안 심방세동 환자에게 처방돼 온 와파린의 대안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
연이어 발표되고 있는 실제 임상 현장의 리얼월드 데이터도 NOAC 처방 증대에 몫을 하고 있다. 이미 바이엘의 자렐토(리바록사반), BMS·화이자의 엘리퀴스(아픽사반), 베링거인겔하임의 프라닥사(다비다트란) 등은 대규모 리얼월드 데이터를 통해 안전성과 효과성을 증명하며 처방의 근거자료로 제시하고 있다.
시장에 나와 있는 4종의 NOAC 가운데 유일하게 리얼월드 데이터가 나오지 않는 것이 다이이찌산쿄의 릭시아나(에독사반)다.
지난 7월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이 발표한 국민건강보험 청구자료 기반 NOAC 리얼월드 데이터 분석에서도 릭시아나는 빠져 있었다. 국내 출시가 2016년 2월로 충분한 데이터가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국내 연구진이 릭시아나의 리얼월드 데이터 분석을 내놓았다. 세계 최초의 릭시아나 임상 현장 데이터 분석이 한국인 대상으로 이뤄진 것이다.
아직 만족할 수준의 기간과 모집단이 갖춰진 데이터는 아니지만 미국심장학회지 JACC(Journal of the American College of Cardiology)에 8월 21일 자로 발표될 만큼 의미를 인정받았다는 평가다.
<의협신문>는 이번 연구논문의 제1저자 이소령 순천향의대 교수(순천향서울병원 심장내과)와 교신저자로 참여한 최의근 서울의대 교수(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를 만나 한국인 대상 릭시아나 리얼월드 데이터의 의미와 한계점, NOAC 치료의 향후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이번 연구는 국민건강보험 청구 데이터를 기반으로 2014년 1월∼2016년 12월까지 심방세동으로 인한 뇌졸중 예방 목적으로 에독사반을 복용한 4061명의 환자와 와파린을 복용한 환자 1만 2183명을 1:3으로 매칭해 분석한 결과다.
연구진은 유효성과 안전성을 비교하기 위해 ▲허혈성뇌졸중 발생률 ▲두개 내 출혈 발생률 ▲위장관 출혈로 인한 입원 발생률 ▲주요 출혈로 인한 입원 발생률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률 ▲허혈성뇌졸중·두개 내 출혈·사망 발생률 등 6가지 평가변수를 확인했다.
연구 결과 릭시아나는 모든 지표에서 와파린에 비해 뛰어난 안전성과 효과성이 나타난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다양한 고위험군 하위 집단에서도 일관되게 나타났다.
Q. 우선 이번에 진행하신 연구의 의미에 대해 듣고 싶다.
최의근 교수: 이번 연구는 NOAC 4번째 제품인 에독사반의 첫 리얼월드데이터라고 볼 수 있다. NOAC 약물들은 관련 랜드마크 스터디가 나오면 이후 리얼월드 데이터들과 후속계열의 데이터들이 나라별로 나왔다. 보통 서양권 국가에서 리얼월드 데이터가 먼저, 많이 나온다.
하지만 릭시아나는 기존에 이러한 데이터가 없었으며, 전 세계에서 처음으로 리얼월드데이터를 보고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소령 교수: 릭시아나의 RCT에는 10%만 아시안이었다. 이에 반해 이번 연구는 100% 아시안으로 60mg과 30mg이 허용된 진료환경에서 연구를 했다.
RCT의 결과로는 허혈성뇌졸증에서 대등한 결과를, 위장관 출혈은 증가시킨다는 결과가 나왔다. 하지만 이번 연구에서는 릭시아나가 허혈성뇌졸증·위장관 출혈 모두에서 와파린에 비해 효용성이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그간 유리할 수 있다는 추측이 이번 연구를 통해 근거를 마련한 것이다.
Q. 이번 연구의 표본집단 규모가 타 NOAC 약물의 리얼월드 데이터에 비해 작은 것으로 보인다. 이 외에 한계점으로는 볼 수 있는 부분이 있나?
최의근 교수: 이번에 분석한 표본은 4000여명이다. 평균 추적 기간은 약 4개월로 짧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와파린에 비해 우월한 결과를 보였기 때문에 발표하게 됐다. 표본 집단 추적 기간이 길어진다면 세부적으로 분석했던 신장기능검사, 나이 등에 따른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계속해서 연구를 이어갈 계획이다.
Q. 이번 연구가 실제 진료 현장에서의 처방에 영향을 미칠까?
이소령 교수: 현재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에 릭시아나에 대한 데이터가 없었고 RCT에서는 위장관 출혈을 높인다고 발표가 나와 있었다. 한국인이 위장관 문제에 민감하다는 것을 고려했을 때 이번 연구 결과가 처방의 근거로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최의근 교수: 기존 RCT에서 아시아와 비아시아인들을 세부 비교한 결과가 있는데 거기에는 아시아인들이 허혈성 뇌졸중, 주요 출혈에 있어 유리하다는 결론이 있었다. 그 연구의 연장선으로 더 많은 표본을 확보해 6가지 결과를 확인한 결과로 릭시아나가 와파린보다 좋다고 제시할 수 있게 됐다.
Q. 최근 NOAC 보험 급여기준을 낮춰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이소령 교수: 글로벌 가이드라인이나 국내 가이드라인에도 CHA2DS2-VASC 남자 1점에 NOAC 사용이 권고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보험 기준은 2점이다. 남자 1점에 NOAC을 사용했을 때 확실한 혜택이 있다. 보험 적용이 된다면 적절한 뇌졸중 예방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최의근 교수: 남자 1점이 상대적으로 홀대 받고 있는 집단이다. 65세 이상 다른 병이 없는 사람, 액티브하게 활동하고 있는 사람에게 와파린을 먹으라고 설득하는 것은 굉장히 어렵다. '1주일에 1번씩 피검사 받는 것이 어렵다', '못 먹는 음식 등이 많다', '비보험이라도 NOAC을 처방받겠다'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환자들에게도 뇌졸중 가능성은 작지 않다. 1% 이상의 뇌졸중 가능성을 갖고 있다면 와파린보다 NOAC을 쓰는 것이 훨씬 더 유리하다. 국내 보험 기준에 남자 1점이 포함돼 NOAC을 처방받는 날이 왔으면 한다.
Q. 개원가의 NOAC 처방이 늘고 있다. 유의할 점을 조언하신다면?
최의근 교수: NOAC은 반감기가 비교적 짧다. 그래서 환자를 잘 설득해 순응도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약을 잘 먹도록 교육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각자의 전략을 짜는 것이 필요하다.
예전에 개원가에서 와파린을 처방할 때에는 오전에 피검사를 하고 오후에 전화로 호출하곤 했다. NOAC을 적절한 허가사항에 준수해 처방한다면 수월해질 수 있다. 출혈 리스크를 낮췄고 편의성은 높였기 때문에 개원가에서 더 많은 환자들이 이 약을 처방받을 것이라고 본다.
이소령 교수: 치과 치료나 내시경을 앞두고 와파린을 5일간 끊어야 한다는 과거의 가이드라인이 개원가에서 퍼져있다. NOAC의 경우 짧은 반감기를 고려해야 한다. NOAC 시장 확대가 예상되는 만큼 올바르게 처방할 수 있도록 데이터 기반의 고민을 할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
NOAC이 와파린보다 무조건적으로 좋다는 인식이 걱정이다. 현재까지는 무분별하게 사용해왔던 것도 사실이다. 좋은 약을 두고 좋게 쓰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해서는 안 된다.
최의근 교수: 간단한 치과 치료나 내시경의 경우 NOAC을 끊지 말라고 가이드라인에서 권고하기도 한다. 중요한 부분이다. 무심코 NOAC 복용 중단을 얘기했다가 그 사이에 중풍이 오는 경우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