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밭에서
바닷가 소금밭에서 어린아이가
두 손 가득 소금을 긁어모은다
바닷물에서 나온 소금이 신기한 듯
손가락에 찍어 맛보며 키득거린다
아직 소금 맛 알 때가 아닌 아이
제가 세상의 빛 속에서 자라
바다의 소금 되어야 하는 줄 모르고
소금 맛에 얼굴을 찡그린다
바닷물에 아비의 눈물 한 방울
섞여 있다는 걸 아이는 모를 것이다
목마른 나무들 푸르게 세워놓고
그 눈물방울들이 모여서
바다 이룬다는 걸 아이는 모를 것이다
그 눈물에 하늘이 축복을 내려
간이 맞는 세상 만드는 걸
아이가 아비가 될 무렵
눈시울 붉어지며 알 것이다
그 눈물 속에 바다가 숨어
소금처럼 빛나는 걸 알 것이다
바다에서 온 내일의 소금들이
입 안 가득 하얀 소금을 물고
하얗게 웃고 있다
전 한림의대 산부인과 교수(2015년 정년퇴임)/<열린시학> 등단(200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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