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과학기술대학 초청, 남북 협력으로 건립한 평양과기대 방문
남북 공동 협력사업 중 유일하게 남아...남북 화해 주춧돌 되길
문용자 (사)남북보건의료교육재단 이사장(대한의사협회 고문)이 13∼16일 남북회담 이후 의료인으로서는 처음으로 평양을 방문했다. 통일부 승인 하에 평양과학기술대학의 초청으로 방북한 문 이사장은 평양과기대 등의 수리 문제 등에 대해 협의했다. 문 이사장의 평양과학기술대 3박 4일 방문기록을 소개한다.
필자는 남측 평양과학술대학 재단인 동북아교육문화협력재단 전영구(한미약품 고문)·윤상권 이사와 함께 2018년 8월 13일 오전 10시 20분 김포공항 KAL 여객기편으로 중국 북경을 경유해 평양으로 출국했다.
평양국제공항은 7년 전과 다르게 대폭 확장돼 있었으며, 편리하고 깨끗한 모습이었다. 공항 내부까지 민족화합연합회(민화엽) 관계자와 평양과기대 각 부서 부총장 등 약 10여명이 마중을 나왔다.
평양에 도착하니 소나기가 내렸다. 우리 일행이 가물었던 평양 거리에 소나기를 몰고왔다며 더욱 큰 환영을 받았다.
자동차로 45분 거리에 있는 숙소까지 가는 길에는 마치 유럽을 연상케 하는 크고 웅장한 가로수와 반듯한 고층 빌딩이 보였다. 2010년 5·24 조치 이전에 평양을 방문할 당시와 달라진 모습에 놀랐다.
평양 중심을 흐르는 대동강 양각도에 들어선 양각도국제호텔 39층에 침실을 배정 받은 후 평양야경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움직이는 스카이 라운지 식당에서 열린 만찬에 참석했다. 1995년 문을 연 양각도국제호텔은 프랑스 건축가들이 국제 컨퍼런스를 위해 6성급 호텔로 건축했다고 한다.
14일 아침 8시 30분 식사를 마친 후 평양과기대를 방문, 학교 실무진을 만났다.
평양과기대는 한국의 여러 인사들이 십시일반 마련한 어렵고 귀한 후원금을 기반으로 2005년 기공해 2009년 9월 16일 준공한 사연이 있는 곳이다.
하지만 준공 이후 지속해서 관리를 하지 못해 천장에 구멍이 나 떨어지는 빗물을 물통으로 바치며 공부를 해야 한단다. 승강기도 없어 건물 옥상까지 걸어올라가느라 땀으로 범벅이 됐다. 낡은 건물 곳곳을 시멘트로 땜질한 모습도 보였다.
남북의 공동기금으로 건립한 평양과기대가 낡고 노후한 모습으로 변한 모습을 보면서 가슴이 아팠다. 운동장이 없어 햇볕도 들지않는 지하실 창고를 간이 운동장으로 사용한다고 한다
참담한 심정으로 평양과기대 대외협력 실무진들과 여러차례 회의를 거듭했다.
2000년 이후 남북공동 협력사업 세 가지 가운데 개성공단과 금강산사업은 중단됐다. 유일하게 남은 평양과기대가 어렵게 버티는 형국이다.
이런 환경을 볼 때 지난 5년간 힘들게 진료하고도 문을 닫아야 한 개성공단에서의 참담한 감정이 되살아나 눈물이 났다. "대담하게 맞서라(Dare to compete)"라는 말을 남긴 채 평양과기대를 나섰다.
15일 아침에는 김일성종합병원 평양산원을 방문했다. 평양산원과 옥류 아동병원은 마주보고 구름다리로 연결돼 있는 데 두 병원 모두 각각 900∼1000병상 규모다. 의료장비는 독일 지멘스 CT, 초음파, X-ray를, 부인과에서는 Mammogram 외에 유방 nipple만 보는 정밀 초음파가 보였다. 내과는 물론 치과까지 갖춘 종합병원 규모였다.
세쌍둥이·두쌍둥이는 20세까지 모자 모두 정부기관에서 관리하며, 소아병원은 10세 이하 어린이의 경우 정서 불안과 두려움을 없애주기 위해 입원 치료에서 퇴원까지 엄마와 함께 입원할 수 있도록 하며, 학생이 입원한 경우에는 동급 학생 5명 이상과 소속 학교 선생이 병실로 찾아와 방문 수업(특히 영어)을 진행한다고 한다.
병실을 둘러보는 데 아름다운 합창소리가 들려 공연을 하는 줄 알고 가보니 5∼7명 가량의 입원치료를 받는 학생들에게 지도교사가 음악을 가르치고 있었다. 악기를 전공하는 학생을 위해 병실 레슨을 하는 모습 을 보고 감탄했다.
평양산원·유경안과병원·옥류아동병원·김만유병원은 약 10년전부터 원격진료를 실시하고 있다고 한다. 함경남북도·나진 선봉·평양남북도·신의주 양강도·강원도 원산·황해도·개성 사리원등 북녘땅 곳곳에 있는 보건진료소를 통해 화상진료를 하고, 처방약은 각 보건진료소를 통해 환자들에게 보급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고 한다.
이들 종합병원은 수술 및 연구기관으로 인식되고 있다고 한다.
안내자는 우리 재단을 소개하는 팜플릿에 '황폐한 북한의료'라는 문구를 보자 "우리 의료가 김정은 수령님 즉위 7년간 모든 체계와 조직과 제도가 유럽식으로, 최첨단으로 가려고 연구하는데 어떻게 '황폐한 북한의료'라는 단어를 썼냐. 도로 가져가라"며 벌컥 화를 냈다.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설계했다는 유경안과병원은 10층 건물 2층 외벽에 시력검사표를 그려 넣어 길을 가는 사람이 길에 선 채 시력을 스스로 점검하도록 했다. 건물 정면에는 사람의 눈동자를 조각해 건물 내부까지 볼 수 있도록 했다.
우리 일행이 처음부터 방문을 원한 김만유병원 구강병원은 휴일이라 내부는 보지 못했다.
원래 계획대로 4박 5일 일정이면 구강병원과 김만유병원도 방문할 수 있을 터이지만 3박 4일로 하루를 줄여야 했다.
기억력이 없어지기 전에 나름대로 급히 보고서를 작성하다보니 난필이다. 독자들의 양해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