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사회 여의사 활동은 여성사의 큰 획"
제13회 전국여의사대표자대회·학술심포지엄 성료
'역사를 통해 여의사의 미래를 그리다'
한국여자의사회가 구한말 이래 근대사회부터 여의사 역사를 개척해온 선배들의 발자취를 조명해보고 전문가·지식인·지도자로서의 기여방안을 모색하는 자리를 가졌다.
한국여자의사회는 25일 코리아나호텔 7층 글로리아홀에서 제13회 전국여의사대표자대회·학술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역대 여자의사회장들이 참석해 한국여의사의 역사를 돌아본다는 대회의 의의를 더욱 빛냈다.
이향애 한국여자의사회장은 임원 워크숍, 홈페이지 개편, 여의사인권센터 개설 등 4개월간의 회무기간을 돌아보며 짧은 기간 동안 도움을 준 회원 및 집행부에 감사 인사를 먼저 전했다.
"여의사들은 여성의 교육과 일제강점기 때 의료봉사 및 정치 활동 등을 했다. 여성사에서 큰 획을 그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한국 여의사들의 120년사를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오늘 우리나라 여의사의 역사를 조명해 보는 시간을 만들었다. 전국 여의사 회원 모두가 숭고한 역사의식과 자존감으로 선배들의 혼을 되살려 나갔으면 한다"며 개회사를 마쳤다.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 박인숙 국회의원(자유한국당 서울송파구갑), 임영진 대한병원협회장, 박홍준 서울시의사회장이 축사를 전했다. 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 서울시의사회에서 각각 행사 후원금을 전달했다.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을 대신해 방상혁 의협 상근부회장이 축사를 대독했다. "우리나라 여의사 비율은 1980년대 이후 꾸준히 증가해 최근 약 25%에 이르고 있다. 의료계와 국회를 비롯해 다양한 분야에 진출해 뛰어난 역량을 발휘하면서 여의사의 입지는 갈수록 단단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급진적인 보장성 강화정책의 일방적 추진 등 격변 속에서도 여의사분들은 여성 의료전문가·건강한 사회의 지도자로서의 소임을 다하기 위해 최선을 기울여왔다"면서 "협회 차원에서도 의료계의 격변에 효과적으로 대응해 여의사분들을 포함한 전체 회원의 권익증진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면서 축사를 마쳤다.
박인숙 국회의원은 "미투운동 등 사회적으로 성 관련 문제가 많다. 국회 내부적·의료계에서도 굉장히 문제가 많다"며 "그동안 우리도 '침묵'이라는 잘못을 했다. 이는 잘못이다. 의료계도 보수적인 집단 중 하나"라면서 "이에 여자의사회에서 '인권센터'를 개설한 것이 상당히 뜻깊다"고 말했다.
"현재 문화체육관광위원회로 바꿨지만 언제든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말씀 주시면 열심히 애써보겠다"고 전했다. 박인숙 의원은 36대 한국여자의사회장을 역임한 바 있다.
박홍준 서울시특별시의사회장은 "한국여의사회는 단합력이 대단하다고 생각한다"면서 "'집안이 어려울 때마다 어머니의 쌈짓돈이 큰 힘이 됐다'는 구절이 있다. 회관신축을 포함한 어려운 의료계의 상황에서 여의사회의 어머니 역할을 기대한다"며 대한의사협회 회관신축 위원장으로서의 축사를 먼저 전했다.
"서울시의사회 상임이사회에 여의사분들이 7분이다. 역대 가장 많은 인원으로 알고 있다"며 "상임이사회에서 큰 역할을 해주고 계신다. 회원들이 진료에만 오롯이 신경 쓸 수 있는 환경이 되도록 함께 적극 대처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임영진 대한병원협회장은 서면을 통해 "한국여자의사회는 정치·문화·교육·사회 전반에 걸쳐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오늘 대회는 한국의 현재와 밝은 미래를 한눈에 내다볼 수 있는 축소판"이라며 "한국 의료계 발전을 위한 해법을 모색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정인주 한국여자의사회 공보이사가 '한국 근대사회에서 여의사의 활동과 역사적 의미'를 주제로 기조 강연을 이어갔다. 한국 여의사의 근대사회 시기(1900∼1945년)의 활동을 살폈다.
"발표를 준비하면서 여성의사들의 역사를 유심히 살피고, 공부하는 좋은 계기가 됐다"며 한국 여성 전문직의 역사를 개척하며 구국 운동과 후학 양성에 앞장선 여성 의료인들을 조명했다.
내외법으로 인해 여성들이 진료를 기피했던 안타까운 역사부터 최초의 여성병원 '보구여관', 최초의 여의사인 박에스더(1876∼1910년)를 비롯해 김정동·허영숙·송복신·손치정·유영준·한소제·길정희·고수선·최정숙·현덕신·변석화·정봉금·김선인·최옥자 등 일제 강점기에 의료·교육·정치 등 다방면에서 활동한 대표적인 여의사들의 행적을 살폈다.
전국여의사대표자 대회에 앞서 열린 학술강연에서는 ▲염증성 장 질환 진단과 치료(김유선 인제의대 교수·서울백병원 소화기내과) ▲내시경 발전 역사(김은영 대구가톨릭의대 교수·대구가톨릭대병원 소화기내과) ▲KMA POLICY란 무엇인가?(김영완 의협 KMA POLICY 특별위원회 위원장)가 진행됐다. 진행은 정성애 한국여자의사회 총무이사가 맡았다.
김영완 의협 KMA POLICY 특별위원회 위원장은 KMA POLICY의 목표·필요성 및 업무절차, 방향성 등을 소개했다. 한국여자의사회는 8가지 제안 주체 중 하나로 자리하고 있다.
"위원회를 KMA 'POLICE'로 오해하시는 분들이 많다. 그만큼 생소하다는 것"이라며 "KMA폴리시는 보건의료 현안에 대한 대한의사협회의 공식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위원회는 'POLICY'를 60개 가지고 있다. 미국의사회인 AMA는 4400개"라며 "미국의 경우 정부나 단체에서 이러한 '정책'을 돈을 주고 사 간다고 한다. 의사들의 입장이 녹아있는 정책안을 원한다는 사실이 부러웠다"며 "대한의사협회는 아직 태동기다. 하지만 몇 년 후에는 몇백, 몇천 개가 넘는 'POLICY'를 보유해 정부나 단체에서 우리의 정책을 요구하는 날이 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국 여의사 120년 역사 조명'을 주제로 각 의대 여의사회의 태동과 도약의 역사를 정리하는 시간도 마련됐다. 진행은 황규리 한국여자의사회 공보이사가 맡았다. ▲가톨릭의대여의사회(김찬주 총무) ▲경북의대여동창회(정명희 회장) ▲경희의대·의전원여의사회(손영진 회장) ▲고려의대여자교우회(박경아 회장) ▲서울의대함춘여자의사회(이동순 회장) ▲연세의대여동창회(김현정 홍보이사) ▲이화의대동창회(이남희 회장)의 역사를 돌아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