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관리 프로그램 마련...정신보건복지 전달체계 재구축 필요
이만우 국회입법조사처 보건복지여성팀장 '이슈와 논점' 발표
정신질환자의 '묻지마 살인'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가정으로 돌아간 환자들의 치료와 관리에 대한 부담과 책임을 보호의무자에게만 지도록 해선 안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가의 재정 지원을 통해 치료·관리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지역사회 정신보건복지서비스 전달체계를 제대로 구축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만우 국회입법조사처 사회문화조사실 보건복지여성팀장은 <이슈와 논점> 최근호에 발표한 '정신질환자 범죄 예방 및 치료 지원을 위한 정책방안'을 통해 "최근 빈발하고있는 조현병(정신분열병) 환자의 범죄는 지난해 5월 30일 전면 개정된 '정신건강 증진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정신건강복지법)이 시행에 따라 강제입원의 입·퇴원 절차에 대한 법적 규제를 강화하면서 지역사회로 돌아간 환자들이 체계적인 정신보건복지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함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현행 정신건강복지법은 외래치료명령을 받은 정신질환자를 전적으로 보호자의부담과 책임에 의해 강제적 치료를 받도록 하고 있기 때문에, 보호자의 성실한 돌봄이 결여된다면 환자가 제대로 지역사회에서 치료지원을 받을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한 이만우 팀장은 "정신질활자들이 체계적인 정신보건복지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재정 지원을 통해 전달체계를 새로 구축하고, 치료·관리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대검찰청이 집계한 자료를 보면 정신질환 범죄자 수는 2007년 5,726명에서 2016년 8,343명으로 최근 10년간 조금씩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정신질환자 범죄 중 '강력 범죄' 비중은 2015년 9.71%로, 非정신질환자(1.46%)와 비교해 6.6배 높다. 정신질환자에 의한 '강력 범죄'의 대부분은 중증 정신질환자에 의해 발생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반면 정신질환자의 범죄율(0.136%)은 非정신질환자 범죄율(3.932%)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중증 정신질환자의 경우 치료가 시급함에도 의료이용률은 낮은 상태다.
조현병의 경우 2016년 진단을 받은 사람 중 22.2%만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상담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중증 정신질환자의 범죄가 증가하고, 환자들의 의료이용이 미흡할뿐만 아니라 적시에 치료를 받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이 팀장은 "정신건강복지법이 정신질환자의 인권 보호와 삶의 질 향상이라는 법 취지에 따라 작동하기보다는 지역사회에서 '사회적 입원'을 고착시키는 형태로 정신질환자의 입·퇴원 방식 및 절차를 마련해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중증 정신질환자의 범죄 예방 및 치료 지원을 위해서는 미치료 기간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정신질환자들이 발병 즉시 치료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지역사회 정신보건복지서비스 전달체계의 재구축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이 팀장은 지난 7월 23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중증 정신질환자 지역사회 치료지원 강화 방안(중증 정신질환자 지원 방안)'을 발표한 배경에 대해 "정신건강복지법 시행에 따라 강제입원의 입·퇴원 절차에 대한 법적 규제가 강화돼 지역사회로 돌아간 환자들이 체계적인 정신보건복지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함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그동안 정신질환자의 인권보호와 삶의 질 향상을 위해 강제입원을 규제하는 것과 함께 지역사회 정신보건복지서비스 전달체계를 보완·재구축을 중시해야 할 이유가 분명해 진다"고 풀이했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중증 정신질환자 지원 방안'의 보완점과 개선 대책도 제안했다.
'찾아가는 방문서비스' 수가 신설...정신건강복지센터·정신재활시설 연계해야
현재 퇴원 환자들이 지역사회 센터와 연계가 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이 팀장은 "퇴원사실을 통보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통보를 해도 센터에 가지 않으려 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한 뒤 "환자동의 없이도 통보할 수 있게 법을 개정해도 지역사회에서 자동적으로 사례관리가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은 아니다"면서 "지역사회에서 사례관리를 활성화 하기 위해서는 병원이 퇴원환자를 대상으로 '찾아가는 방문서비스(outreach service)'를 실행할 수 있도록 수가를 신설하고, 정신건강복지센터나 정신재활시설로 연계하는 통로를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팀장은 외래치료명령제가 실제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보호자의 거부나 외래치료명령 대상자에 대한 관리인력 부족 등 외에 법 규정 자체가 선언적이고,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규율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현행 정신건강복지법 제64조(외래치료명령 등) 제5항에는 시군구청장이 외래치료명령을 위해 구급대원에게 정신의료기관까지 호송하도록 요청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경찰이 개입하지 않는 이상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 외래진료를 어떻게 강제할 것인지, 비용은 누가 지불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명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시군구청장 직권에 의한 외료치료명령제를 강화한다고 해도 제도 시행의 요건과 제공 서비스의 수준에 대한 규정은 여전히 명확하지 않다는 점도 짚었다.
이 팀장은 "퇴원 후 투약을 거부하고 증상이 심해 자·타해 위험이 높은 경우 궁극적으로 행정입원으로 이어지게 된다"면서 "그 이전 단계인 외래치료명령이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투약을 거부할 경우 지정의료기관에서 장기지속형 주사제를 투입할 수 있게 하는 등 구체적인 시행수단이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지역사회 다학제팀'(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간호사·사회복지사 등)과 기존 정신보건전문요원들과의 역할 구분 ▲응급입원이 필요한 경우 경찰 개입·호송 의무화 ▲정신건강사례관리시스템(MHIS)을 이용한 중증 정신질환자 서비스 연계 ▲정신건강복지센터 인프라 및 전문인력 확충 등을 제안했다.
이 팀장은 "현행 정신건강복지법은 외래치료명령을 받은 정신질환자가 전적으로 보호자의 부담과 책임에 의해 강제적 치료를 받도록 하기 때문에, 보호자의 성실한 돌봄이 결여된다면 환자가 제대로 지역사회에서 치료지원을 받을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다"면서 "본인 또는 가족 책임에 국한하지 않고, 국가 책임에 의해 제도를 운영하면서 전달체계를 재구축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재정 지원과 치료·관리 프로그램을 마련하지 않고는 전달체계의 재구축 작업은 성공할 수 없을 것"이라며 국가의 책임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