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 건선·아토피에 효과 입증 치료제 속속 등장
치료제 가격·비과학 치료 광고 등 넘어야 할 산
대표적인 난치성 피부질환인 건선·아토피 치료에 전환점이 마련되고 있다. 효과와 안전성이 입증된 치료제가 환자의 치료 접근성을 높이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흐름이 국내에서 유달리 높은 민간요법·보완대체요법 치료 시도를 줄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그간 효과나 부작용에 대한 과학적 연구가 부족한 민간요법·보완대체요법으로 인해 환자들이 치료 시기를 놓치거나 부작용으로 증상이 악화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3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스텔라라(성분명 우스테키누맙)와 코센틱스(성분명 세쿠키누맙)에 이어 이달부터 탈츠(성분명 익세키주맙)와 트렘피어(성분명 구셀쿠맙)까지 국내 시장에 출시된 인터루킨 억제제 기전의 중증건선치료제 전부가 급여권에 진입했다.
해당 치료제들은 사이클로스포린·메토트렉세이트 등 경구용 면역억제제나 광화학요법·광선요법 등 자외선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중등도 및 중증 환자에게 사용된다.
얀센의 스텔라라는 인터루킨-12와 인터루킨-23 작용을 선택적으로 차단하는 단일클론항체로 2011년 국내 허가를 획득했다. 최초의 인터루킨 억제제 계열 건선치료제였지만 그간 환자가 60%의 부담을 안아야했다.
지난해가 돼서야 산정 특례제도로 중증건선이 적용되면서 급여가 시작됐다. 하지만 스텔라라 대비 우수한 효과를 무기로 한 신제품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건선·아토피 눈에 띄는 치료효과 확인 '인터루킨 억제제'
릴리의 탈츠와 노바티스의 코센틱스는 인터루킨-17 억제제 기전의 중증건선 치료제다. 두 치료제는 스텔라라와 직접 비교를 통해 효과를 입증했다.
IXORA-S 임상에서 12주 차 PASI 90 도달 비율이 탈츠 72.8%·스텔라라 42.2%, CLEAR 임상에서 16주 차에 PASI 90 도달 비율이 코센틱스 79.0%·스텔라라는 57.6%로 나타났다.
PASI는 건선 병변의 면적 및 중증도를 나타내는 지수로 PASI 90은 첫 치료 시점 대비 90% 이상 개선된 것을 의미한다. 현재 PASI 75로 제시되는 중증건선의 치료목표를 재고할 만한 결과다.
스텔라라를 개발한 얀센 또한 인터루킨-23의 신호전달 경로를 차단하는 새로운 기전의 트렘피어를 내놓았다. 트렘피어 또한 VOYAGE1, VOYAGE2 임상에서 16주 차에 PASI 90 달성률을 각각 73.3%, 70%로 입증하고 이달부터 급여권에 진입했다.
해당 치료제 모두 기존에 사용하던 엔브렐 등 TNF-α 억제제와 비교하면 효과는 더욱 도드라진다.
중증 아토피의 경우에도 새로운 치료제가 국내에 출시됐다. 사노피 젠자임은 중증 아토피 치료제 듀피젠트(성분명 두필루맙)을 지난달 27일 출시했다.
아토피 치료제로는 처음 개발된 인터루킨-4, 인터루킨-13 억제제로 국소치료제로 조절되지 않는 중등도-중증 아토피 환자에게 사용할 수 있다.
중증 성인 아토피 환자 2800여명이 참여한 대규모 임상시험 프로그램인 LIBERTY AD 연구결과, 듀피젠트를 단독 또는 국소 코르티코스테로이드(TCS)와 병용 투여 할 경우 피부 병변, 가려움증 등의 증상이 유의미하게 개선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민간·보완대체 요법 줄어들까?…치료제 가격·비과학치료 광고 등은 넘어야 할 산
이 같은 효과적인 치료제가 급여권에 진입하는 것이 민간요법·보완대체요법 의존도가 높은 국내 환자들의 변화를 끌어낼 수 있을까.
건선학회에 따르면 158명의 건선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에서 43.7%의 환자가 보완대체요법을 사용한 경험이 있으며 그중 56.5%는 두 가지 이상의 보완대체요법을 사용했다고 답했다.
참가자들이 사용한 136가지의 보완대체요법 가운데 변화 없음은 56개, 악화 16개, 부작용 발생했다고 답한 것도 57개에 달했다. 대부분 효과를 거두지 못한 것.
이외에도 인터넷 포털에 건선치료를 검색하면 독소를 제거해 건선을 치료한다거나 악화되는 증상을 명현현상이라고 주장하는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치료 또한 성행하고 있다.
아토피 환자들의 보완대체요법을 통한 치료 시도 또한 건선과 다르지 않다.
효과적인 치료제의 등장에도 민간요법이나 보완대체요법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은 치료제 가격이 매우 고가라는 점이 있다. 탈츠·코센틱스·트렘피어 등은 환자 1인당 연간 1000만원 이상의 보험재정이 소요된다. 이에 따라 중증도 기준을 까다롭게 정하고 있다.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중증도의 건선 환자는 10∼20%에 불과하다. 개인이 부담하기에는 높은 가격이다.
아토피 치료제인 듀피젠트는 출시된 지 갓 일주일이 지났고 보험적용이 되지 않아 정확한 가격은 알 수 없다. 다만 미국에서는 연간 4000만원 이상으로 가격이 형성돼 있다.
인터넷 포털을 이용한 무분별한 비과학적 치료의 홍보도 문제다. 만성 난치성 질환인 건선·아토피 환자들은 직업선택 문제나 대인기피, 심지어는 자살 사건까지 일어날 만큼 삶의 질이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삶의 질 문제에 처한 환자들이 대형 인터넷 포털에 질환명만 입력해도 수두룩이 등장하는 광고성 기사와 광고에 접근하고자 하는 환자가 생겨날 수밖에 없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