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동 즉시 제압·체포, 전기충격기 사용 검토
최대집 의협 회장 민갑룡 경찰청장 4일 만남
경찰이 응급실 내 폭력 사범에게 공무집행 방해죄를 적용, '무관용 원칙'으로 대응키로 했다. 흉기를 소지하거나 중대 피해 발생 등 중요 사건은 피의자 구속 수사 원칙을 적용키로 했다.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한 의료계는 지난 7월 전북 익산 응급실 의사 폭행 사건이 터진 후 2개월 여 만에 경찰의 강경한 초동대처안을 끌어내는 성과를 거뒀다.
최대집 의협 회장을 비롯한 보건의료단체장은 4일 민갑룡 경찰청장을 만난 자리에서 의료기관 내 의료인 폭력 행위자에 대해 경찰이 적극적으로 제압할 수 있도록 경찰의 수사매뉴얼 개정을 요청했다.
이에 민 경찰청장은 강화된 대응매뉴얼 발표로 화답했다.
경찰은 응급실 내 폭력사건 근절을 위해 사건 발생 현장에 신속 출동해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리하고, 폭력행위 등 불법행위를 멈추지 않으면 즉시 제압하거나 체포키로 했다. 사안의 위급함에 따라 전자충격기 등도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민 청장을 만나기 전 의협이 제안한 ▲가해자에 대한 구속수사 원칙 ▲의료법 및 응급의료법 근거 폭행·협박·진료 방해 혐의 적용 ▲당사자 간 합의 종용 배제 ▲피해자(의료인) 및 경비인력의 방어행위, 제압행위에 대한 정당방위의 폭넓은 인정 등 응급실 내 폭력사건 근절안을 대부분 수용해 눈길을 끌었다.
최 회장은 "응급실 등 의료기관 내 폭력사건이 계속 발생해 의료인 대상 폭력을 근절하기 위한 의협과 경찰의 포괄적인 협의가 필요하다는 판단 아래 경찰청장 면담과 수사매뉴얼 개정안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의협 최대집 회장과 방상혁 상근부회장은 지난 7월 전북 익산 응급실 의사 폭행 사건이 터진 직후 익산경찰서를 방문, 폭행 사범에 대한 엄중한 수사를 요구해 이례적으로 폭행사범의 구속수사를 이끌어 냈다.
폭행 피해 의사를 만나 위로하고 응급실의 의료진 폭행을 막기 위해 관련법 개정과 경찰의 초동대처 개선을 촉구했다.
'의료기관 내 의료인 폭행방지 대책'을 촉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은 더는 의료기관에서 폭행을 없애야 한다는 의료계의 의지를 보여준 대표적 사건.
15만명의 시민과 의료인이 7월 한 달간 국민청원에 동참해 '의료인 폭행 예방'에 대한 목소리를 높였다.
비록 청와대의 공식답변을 들을 수 있는 20만건의 청원을 달성하지는 못했지만 15만명이라는 적잖은 청원을 기록해 주변을 놀라게 했다.
본지를 비롯해 공중파방송, 일간지 등 언론매체 역시 의료기관 내 의료인 폭행의 심각성을 집중 조명했다.
국회의원들도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과 의료법 개정안은 물론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발의안을 잇따라 발의했다.
발의안은 피해자의 의사와 상관없이 가해자를 처벌하거나 최소 형량을 정해 형량을 높이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국민의 생명과 신체를 다루는 중요한 공간인 응급실에서 응급의료 종사자를 폭행한 사건이 연달아 발생해 매우 안타깝다"고 유감을 표명했다. 이어 "오늘 간담회를 개최해 의료계의 입장을 청취하고, 보다 효율적인 예방·대응체계를 논의했다"고 말했다.
참석한 의료계와 보건복지부에는 "만취자 치료·보호가 원스톱 서비스로 될 수 있는 '주취자 응급의료센터' 증설을 검토해달라"고 요청했다. "정신질환자 치료연계 활성화를 위한 정신응급의료기관 지정·운영, 공실 현황에 대한 실시간 공유시스템 구축을 검토해 달라"고도 덧붙였다.
간담회에 동석한 보건복지부는 "주취자 응급센터를 확대하는 등 인력·예산이 투입해야 하는 사업은 경찰·의료계와 함께 검토해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간담회에는 최대집 의협 회장을 비롯해 임영진 대한병원협회장, 김철수 대한치과의사협회장, 최혁용 대한한의사협회장, 신경림 대한간호협회장이 참석했다.
의협은 "간담회에서 공개된 경찰청의 대응방안을 환영한다"면서 "향후 의료기관내 폭력 발생의 경우 일선 경찰관의 출동·수사 시 경찰청이 밝힌 폭력대응 지침을 적극적으로 적용하는지 지켜볼 것"이라고 밝혔다.
정성균 의협 대변인은 "폭력 근절을 위해 지속적으로 요청한 사항들이 이번 간담회를 계기로 조속히 실행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