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발표 NECA 보고서 연구책임자 박덕우 울산의대 교수
"출혈위험 고려한 저용량 사용…NOAC 효과 반감시킬 수도"
새로운 경구용 항응고제 NOAC이 심방세동 환자에서 처방되는 와파린의 역할을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 그간 많은 연구를 통해 NOAC 제제가 정기적인 피검사와 음식조절이 필요한 와파린의 단점을 극복하면서도 안전성·효과성이 우수하다는 검증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와파린과의 비교가 사실상 종결되면서 이제 관심은 NOAC 제제를 '어떻게 써야 하느냐'로 쏠린다. 특히 용량문제의 해결이 시급한 상황이다.
대학병원은 물론 개원가의 처방도 급격히 늘어나고 있지만, 여전히 한국인에게 어떤 용량을 사용해야 할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은 없다. 라벨에 따른 기준보다 많은 환자에게 안전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저용량이 처방되고 있다.
상대적으로 낮은 체질량지수와 높은 출혈 위험 등으로 알려진 한국인에게 서양인 기준의 표준용량 적용이 조심스럽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근거가 필요하지만 NOAC의 RCT 연구에 참여한 한국인 임상 모수가 부족하다.
지난 7월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가 발표한 '새로운 항지혈제(항응고제 및 항혈소판제) 사용의 안전성 및 효과 분석' 연구결과는 이에 대한 실마리로 떠올랐다.
임상 의사들에 의해 진행된 이번 연구는 국민건강보험공단 데이터를 기반으로 국내 5만 6000여명의 심방세동 환자를 추적한 리얼월드에비던스(RWE) 연구다. 이 과정에서 용량별 안전성·효과성에 대한 분석도 이뤄지며 시선을 모은 것.
<의협신문>은 연구책임자인 박덕우 울산의대 교수(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를 만나 이번 연구의 의미와 나아갈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이번 연구를 착수하게 된 배경은?
NOAC이 2015년 급여 확대 이후 그 사용량이 급속도로 증가한 상황에서 와파린과 비교한 효과성과 안전성은 물론 용량별 효과·안전성 차이 등에 대한 것을 확인해보고자 했다. 이를 위해 NECA에 과제를 냈고 이 과제가 채택돼 나와 한국보건의료연구원팀, 그리고 서울아산병원 부정맥팀이 함께 2년 정도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 결과 및 의의를 설명하자면?
현재 NOAC 사용의 근간이 되는 연구는 2만여명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RCT다. 이는 7∼8년 전 NEJM에 게재된 바 있다. 이와 같이 진행된 5∼6가지의 랜드마크 연구에서 한·중·일을 포함한 아시안의 비율은 10% 정도였다.
아시안의 리스크 프로파일이 서양인과 다름에도 연구 결과를 똑같이 적용할 것인가에 대한 의문점이 있었다. 이런 의문점들을 이번 리얼월드 데이터를 통해 확인했다고 볼 수 있다.
전반적인 연구 결과를 말하자면 효과와 안전성 측면에서 외국에서 보였던 RCT 연구와 결과가 매우 유사했으나, NOAC 제제들이 용량별로 다른 패턴을 보인 것을 알 수 있었다.
NOAC 제제 간 용량별 효과 차이가 연구의 핵심이라고 이해하면 되나?
결과적으로 NOAC은 표준용량과 저용량 모두 뇌졸중이나 색전증을 줄이는 효과, 그리고 출혈이라는 부작용 면에서 와파린보다 우수했다. 용량과 관계없이 NOAC은 와파린보다 좋은 약이라는 것은 알고 있던 사실이었다.
흥미로운 것은 용량별 데이터를 통해 표준용량 사용의 중요성을 확인했다는 점이다. 연구에서 일반적인 환자(75세 미만, 신장기능에 이상이 없는 환자)에게 환자에게 다비가트란과 리바록사반은 저용량에서 효과를 보였으나, 아픽사반 저용량은 와파린과 비슷하거나 그 효과가 감소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는 몇몇 다른 논문에서도 유사했다. 서양에서는 그런 경우가 없다지만, 동양인 환자를 대하는 임상의들이 출혈 위험이 두려워 저용량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렇게 되면 우리가 기대하는 NOAC의 효과를 못 볼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다른 NOAC과 비교해 아픽사반 저용량은 2.5mg으로 표준용량의 절반이다. 그 영향일 수도 있을 것 같다. 반면 데이터상에서 리바록사반의 경우 저용량이 표준용량보다 더 효과가 좋게 나온 것으로 보인다. 어떻게 분석해야 하나?
아픽사반이 저용량에서 효과가 감소하는 것의 원인은 용량도 있겠지만 약제의 반감기나 지속시간 등 여러 원인이 있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리바록사반의 저용량 효과에 대해서는 표준용량과의 차이를 보기보다 둘 모두 효과적이라는 데 집중할 필요가 있다. NOAC에서 효과가 좋다는 것은 그만큼 피를 잘 묽게 한다는 의미인데, 이는 또한 상대적으로 출혈 위험이 증가한다고 해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최근 개원가에서도 NOAC 처방이 이뤄지고 있다. 이번 연구 결과를 충분히 참고해도 되는 것인가?
한국인 데이터로는 이만한 결과가 없으리라 생각한다. 최근 서울대학교 최의근 교수가 진행하신 에독사반 연구도 고무적이다. RWE 연구가 지니는 제한점을 지적하기도 하지만, 사실상 전향적 연구가 쉽지 않다.
이 같은 RWE 연구를 통해 한국인에게서의 약제 사용패턴이나 효과 등을 확인하는 것은 중요하다.
다만 RWE를 가지고 어떤 진취를 이야기하는 것은 어렵다. 관찰연구는 그림자를 보고 대상을 추측하는 것일 뿐이다.
임상의들은 한가지 연구결과를 가지고 무조건 정답이라고 하지 않고, 여러 가지 모든 연구결과 나온 것을 모두 파악한다. 참조의 역할로는 충분하다.
이번 연구 관련 추가 분석 연구가 진행되고 있나?
우선은 소변검사를 진행한 환자군을 더 세분화해 깊이 있게 분석하는 후속 연구를 시행하고 있다. 이번 연구가 만성 신질환 정의를 ICT 코드에 국한한 한계를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이와 함께 심방세동에서 NOAC 치료 효과가 남녀가 다르다는 논의에 대해 확인하는 분석도 진행하고 있다.
NOAC을 처방하는 의사들에게 제언한다면?
NOAC이 와파린을 대체했다는 데는 이의가 없다. 와파린은 INR수치 체크를 해야 하는 등 관리가 힘들었지만, NOAC은 와파린만큼 혹은 그 이상 효과적이면서도 출혈 위험도 적으니 사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이번 연구가 항응고치료를 받는 한국인 환자들에서 NOAC의 효과와 표준용량 사용이 중요성을 확인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다만 이 연구가 정답은 아니기에 더 많은 관련 연구가 시행돼야 할 것으로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