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80mmHg 혈압관리 했더니 심혈관질환 위험 21% 감소
강시혁 교수팀, 미국 고혈압 진단기준 국내 환자 분석 결과
2017년 11월, 미국심장학회(ACC)와 미국심장협회(AHA)는 고혈압 진단 기준을 기존 140/90mmHg 이상에서 130/80mmHg 이상으로 강화하는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더불어 고혈압 환자의 치료 목표도 130/80mmHg 이하로 더 철저하게 조절할 것을 권고했다.
그런데 미국에서 발표된 새로운 고혈압 진단 가이드라인은 전문가들 사이에서 많은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먼저, 새로운 기준을 적용하면 너무 많은 사람들이 고혈압 환자로 분류된다는 점, 그리고 기존의 목표혈압인 140/90mmHg 이하도 달성하지 못하는 환자들이 많기 때문에 고혈압 기준이 강화되면서 사회적인 부담이 보다 커질 것이라는 점이 주된 논란의 대상이다.
대한고혈압학회는 지난 2018년 5월 18일, 국내 고혈압 진료지침을 통해 이전과 마찬가지로 140/90mmHg 이상을 고혈압으로 정의하기도 했다.
이러한 가운데 미국의 고혈압 진단 기준을 국내 환자에게 적용한 분석 결과가 발표돼 화제다.
분당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강시혁 교수팀은 2013∼2015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참여한 30세 이상의 성인 1만 5784명의 데이터를 분석, 미국 가이드라인을 국내에 적용했을 때 예상되는 결과를 확인했다.
연구결과 고혈압 진단 기준을 130/80mmHg 이상으로 강화하게 되면 한국인의 고혈압 유병률은 기존 30.4%에서 49.2%로 크게 증가할 것으로 나타났다.
또 목표혈압으로 조절되는 고혈압 환자의 비율도 감소했는데, 기존 목표혈압인 140/90mmHg 이하로 조절할 때는 고혈압 조절율이 59.5%였던 반면 새로운 목표혈압인 130/80mmHg에서는 16.1%로 나타나 크게 감소된 경향을 보였다.
하지만 실제로 고혈압이 중증이거나 심혈관질환 등 합병증이 진행돼 약물치료가 필요한 환자의 비율은 29.4%에서 35.3%로 소폭 증가했다.
결과적으로 고혈압 유병률은 약 19% 증가하지만 그 중에서 6% 정도의 환자만이 약물치료가 필요하며, 나머지 13%는 '고혈압으로 분류되지만 약물치료가 아닌, 건강한 생활습관이 권고되는 사람'에 해당되는 것으로 해석된다.
아울러 주목할 만한 점은 고혈압 환자들을 11년 간 추적 관찰한 결과, 130/80mmHg 이하로 혈압조절을 철저하게 한 환자들은 기존의 140/90mmHg 이하를 목표로 조절한 환자 그룹보다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이 21%나 줄어든다는 것이었다.
연구에 참여한 이지현 교수(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심장내과)는 "고혈압 환자들이 본인의 목표 혈압을 보다 철저하고 적극적으로 관리할 경우, 고혈압뿐만 아니라 심혈관질환의 발생 위험도 낮출 수 있다는 객관적 근거를 마련한 것이 이번 연구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강시혁 교수(분당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는 "사실 미국에서 발표한 가이드라인은 고혈압에 대한 인식을 증진시키고 식습관 및 운동을 통한 예방과 비약물적 치료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며 "고혈압은 심뇌혈관질환, 신장질환, 치매 등 다양한 질병을 유발하는 위험인자인 만큼, 일찍부터 혈압에 관심을 갖고 최적 수치인 120/80mmHg을 유지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노력을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 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 9월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