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접 흡연·주방 환경·연기나는 요리·라돈 노출' 비흡연 폐암 위험 요인
대한폐암학회, "비흡연 여성 저선량 CT 통한 조기검진 노력 필요" 강조
폐암으로 진단받은 여성의 약 90%가 한 번도 흡연한 경험이 없는 것으로 나타나 비흡연 여성의 폐암 발병이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비흡연 여성의 경우 ▲육체적·심리적 스트레스 ▲주방 환경 ▲요리 시 연기에 노출 ▲튀김·부침 요리를 할 때 ▲간접흡연 노출 ▲남편의 흡연량 등에 따라 폐암 발생률이 증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밖에 최근 사회적 쟁점이 됐던 라돈 노출도 비흡연 여성의 폐암 발생 위험요인으로 거론돼 실내공기 정화 등 생활 방사선 노출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대한폐암학회 연구위원회는 오는 26일 '2018 비흡연 여성 폐암 캠페인' 행사를 앞두고 '비흡연 여성 폐암 설문조사 결과'와 '라돈과 폐암 관련성'을 발표했다.
연구위원회에 따르면 과거 수십 년간 폐연은 흡연하는 남성에서 자주 생기는 질병으로 알려졌지만, 여성에서 급격한 증가를 해 최근 수년간 국내 여성 폐암 환자 발생은 연간 7000명을 넘어 2015년 기준 7252명의 여성이 폐암 진단을 받았다.
이는 2000년도 3592명 발생자 수에 비해 두 배 이상 증가한 셈이다.
더욱 심각한 사실은 폐암으로 진단받은 여성의 약 90%(2014년 기준 87.6%)에서 한 번도 흡연한 경험이 없다는 점인데, 이런 점을 고려할 때 흡연 외 다른 발생 원인을 찾아보는 것이 중요하다.
김승준 교수(대한폐암학회 연구위원회 위원장)는 최근 대한폐암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발표된 연구결과를 소개하면서, "한국인 여성에서 폐암 특성은 흡연경력 유무에 따라 증상, 병기, 세포 형태, EGFR 돌연변이 여부, 치료방법에 큰 차이를 보였다"고 말했다.
또 "비흡연 여성의 경우가 흡연 여성에 비해, 증상이 없는 경우가 더 많았고(17.7% vs 9.8%), 1기의 조기 폐암이 더 많았으며(41.1% vs 27.1%), 선암의 발생빈도가 더 높았고(80.2% vs 39.1%), EGFR 돌연변이 빈도가 높았고(49.8% vs 32.5%), 완치를 위한 수술적 치료가 많았다(48.5% vs 28.6%)"고 설명했다.
대한폐암학회 연구위원회는 춘계학술대회에서 발표된 연구 이외에도 2017년부터 2년간 전국 10개 대학병원에서 비흡연 여성 폐암 환자 478명과 비흡연 여성 환자 45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시행했다.
총 70개 항목의 설문 내용에는 ▲육체적·정신적 스트레스 정도 ▲평소 운동량 등의 일반적인 건강 정도를 측정하는 것 외에도 ▲주방 환경 ▲취사 연료 ▲요리 종류 ▲머리 파머와 염색 등으로 남성보다 여성에게 더 익숙한 생활방식을 포함했다.
또 간접흡연 역시 직접 흡연과 마찬가지로 폐암의 원인이 되기 때문에 ▲간접흡연 노출 정도 ▲특히 남편의 흡연 여부 ▲집안에서의 흡연 여부 등도 설문 내용에 포함했다.
설문결과 심리적 스트레스를 일주일에 4일 이상 겪는 경우 3일 이하인 여성에 비해서 폐암 발생률이 1.5배 높았다.
주방이 분리되어 환기가 잘 안 되는 공간에서 요리하는 여성은 그렇지 않은 여성에 비해서 1.4배 높았고, 요리시에 눈이 자주 따갑거나 시야가 흐려질 정도로 환기가 안 되는 경우 폐암 발생률이 각각 5.8배, 2.4배로 높았다.
무엇보다 튀기거나 부침 요리 등의 기름을 많이 쓰는 요리를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간접흡연에 대한 설문에서는 2년 이상 간접흡연에 노출되는 경우 폐암 발생률이 2배 증가했으며, 남편의 흡연량이 증가할수록 폐암의 발생률이 증가했다.
고윤호 교수(대한폐암학회 연구위원회 간사/가톨릭의대 종양내과)는 "여성 폐암의 원인을 여성의 생활방식과 주변 환경에서 찾고자 하는 노력의 시작으로 어느 정도 예측한 결과를 얻었다"고 말했다.
또 "간접흡연도 직접흡연 못지않게 폐암의 중요한 원인으로 알려져 있는데, 비흡연 여성 폐암 환자에게서도 간접흡연의 노출이 많았고, 노출 시기도 빨랐다는 것은 간접흡연의 위험성을 다시 한번 경고하고 이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한폐암학회 연구위원회는 라돈과 비흡연 여성의 폐암 발생과의 관련성도 조사했다.
라돈은 지각의 암석 중에 들어있는 우라늄이 몇 단계의 방사성 붕괴과정을 거친 후 생성되는 무색·무취·무미의 기체로 어디에나 존재하는 자연방사능 물질이다.
라돈은 지각에서 벽의 틈을 통해 실내로 유입되며, 고농도로 장기간 흡입 시에 폐암을 발생할 수 있다. 다시 말해 라돈 노출은 비흡연 폐암의 중요한 원인이라는 것.
WHO에서는 148 Bq/m3 (4 pCi/L)의 노출수준에서 흡연자는 1000명 당 62명, 비흡연자의 경우 1000명 당 7명의 폐암 발생률을 보고했다.
명준표 교수(서울성모병원 직업환경의학과)는 2017년 대한폐암학회가 국민건강보험공단 빅데이터를 활용해 비흡연 여성 폐암의 원인을 분석한 결과를 소개했다.
명 교수는 "2003년∼2004년 일반건강검진을 수행한 비흡연 여성 600만명을 12년간 추적 관찰해 본 결과, 약 4만 5000명의 폐암이 발생했음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또 "비흡연 여성 폐암 환자의 지역적인 분포를 전국실내라돈지도(2015∼2016)와 연계해 빅데이터 분석을 수행한 결과, 라돈농도가, 기하평균 기준 74 Bq/m3, 100 Bq/m3(WHO 일반인 노출 권고기준), 148 Bq/m3(환경부 일반인 노출 권고기준)로 증가할수록 폐암 발생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명준표 교수는 "흡연을 하지 않아도 폐암 발생이 가능하며, 흡연과는 별개로 라돈은 비흡연 여성 폐암 발생 위험요인으로 나타났고, 현재 노출보다 과거 실내공기 중 라돈 노출이 높은 점을 고려해볼 때, 과거 라돈의 노출이 문제가 됐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따라서 "향후 비흡연 여성 폐암을 예방하기 위해 생활 방사선 노출을 줄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계영 대한폐암학회 이사장은 "이번 설문조사는 국내에서 2017년에 이어 빅데이터를 이용해 비흡연 여성 폐암 발생 위험인자에 대해 추가 분석한 것으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또 "흡연과 관련이 없는 여성 폐암에 대한 위험인자 분석에서 나타난 흡연 외의 생활 습관이나 환경 등의 위험인자 노출에 대한 개선 노력만으로도 비흡연 여성 폐암 환자의 발생빈도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며 "비흡연자의 경우에도 저선량 CT를 통해 조기 검진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대한폐암학회는 26일 건국대병원에서 '2018년 비흡연 여성 폐암 캠페인'을 열고 비흡연 여성 폐암 설문조사 결과와 라돈과 폐암 관련 분석자료를 발표한다.
또 비흡연 여성 폐암 환자의 방사선치료, 비흡연 여성 폐암 환자의 항암치료, 비흡연 여성 폐암 환자의 조기진단 중요성 등도 적극적으로 홍보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