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2심 첫 공판…'오진에 따른 사망' 인과관계 쟁점
재판부, 엇갈린 의료감정·의학수준 반영 등 관심 집중
'의사 3인 구속 사태' 관련 의료진 3명의 항소심 공판이 오늘(16일)부터 시작된다.
환아가 처음 내원해 처음 진료한 응급의학과 전문의와 두 차례 외래진료한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마지막으로 응급실에서 진료한 가정의학과 전공의 등 의료진의 과실 인정 여부는 '주의 의무 위반'과 '사망과 오진 사이의 인과관계'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수원지방법원 제5형사부는 횡격막 탈장 8세 환아 사망 사건 의료진에 대한 공판을 16일부터 진행키로 했다.
재판의 쟁점은 의사 3인의 '주의의무 위반'과 '환아 사망과 오진 사이의 인과관계'를 중심으로 의료진의 책임 여부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예상된다. 의료진의 공동책임을 개별책임으로 구분할지도 쟁점이다.
사건이 일어난 2013년도 당시 환아에 대한 부검이 이뤄지지 않아, 사망 전 검사기록과 상황에 따른 사망 원인 규명에 한계가 있는 상황.
1심 재판부의 의료감정을 그대로 수용할지, 아니면 새로운 의료감정을 의뢰할 지도 눈여겨 봐야할 대목. 이번 사건은 민사와 형사 소송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모두 3번의 의료감정이 이뤄졌다.
유족 측이 형사 고발을 하는 과정에서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이, 민사 재판 과정에서 이대 목동병원에, 마지막 형사 재판부에서 신촌세브란스병원에 의료감정을 의뢰했다.
응급의학과 전문의 측 변호인은 "형사 재판과정에서 '신촌 세브란스병원의 의료감정'이 판결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면서 "흉부 X-ray 소견으로 탈장 진단이 가능한지 여부에 대해 앞선 2차례 감정과는 달리 의심 가능하다고 했고, 응급실 첫 내원 시 복통이 탈장에 의한 증상이라고 했다"면서 "흉부 X-ray 추가조치와 사망과의 인과관계 가능성까지 기술했다"고 밝혔다.
민사 재판부는 ▲소아의 경우 외상성 횡격막 탈장 가능성 자체가 매우 희박한 점 ▲횡격막 탈장의 조기 진단이 어려운 점 ▲횡격막 탈장 및 혈흉은 의료진의 침습 행위로 발생한 것이 아닌 점 ▲혈흉으로 인한 저혈량성 쇼크는 환아의 연령이나 체질적 소인이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해 의료진의 책임을 40%로 제한했다.
사망 원인에 대해 환아의 연령과 체질적 소인의 영향력을 함께 고려한 판결이 나온 것.
반면, 형사 1심 재판부는 의료진들의 오진이 환아의 사망에 결정적인 원인이라는 취지로 판결했다.
결국 재판부가 의료진의 주의 의무 위반과 오진과 환아의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를 어떻게 판단할 것인가가 판결의 향배를 가르는 쟁점이 될 전망이다.
응급의학과 전문의의 경우 '응급의학'이라는 학문적 특성과 역할을 고려하지 않은 판결이라는 전문가 단체의 지적이 나온 만큼 이 부분에 대한 참작 여부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응급의학회는 10월 29일 공식 입장을 통해 응급의료는 최종 치료가 아닌 임상과의 후속 치료를 연결하는 과정임을 분명히 하며 "응급의료의 특성을 고려한 올바른 판결을 해 달라"고 요청했다.
수원지법 성남지원은 10월 2일 8세 환아가 횡격막 탈장으로 사망한 사건에 대해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로 의사 3인에 대한 1년 이상의 금고형을 각각 선고했다.
사망한 환아의 유족 측과 의료진 3인은 모두 항소했다.
3명의 의사는 지난 10월 29일 환아 유족 측과 형사 합의한 후 수원지법에 보석을 신청했다. 수원지법은 6일 보석 심문을 진행, 9일 오후 구치소에 수감 중인 의사 3명에 대한 보석신청을 허가했다.
의료진 3인은 구속 39일 만에 보석신청을 허가받아,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게 됐다.
의료계에서는 이번 사건에 대해 "선의에 의한 의료행위의 결과가 나쁘다는 이유로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한 것은 너무 가혹하다"며 거세게 반발했다.
의료행위에 대한 형사처벌로 인해 '방어진료'를 양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컸다.
11월 11일 열린 '대한민국 의료 바로 세우기 제3차 전국의사 총궐기대회'에서 대한문 앞에 모인 1만 2000여 명의 의사들은 분노의 목소리를 높였다.
의료계 대표자들은 총파업과 관련된 전권을 의협 집행부에 위임키로 결의했다.
의사 3인 구속 사건으로 촉발된 사태가 전국의사 총궐기대회로, 총파업 예고로 수위를 높이고 있는 가운데 항소심 판결에 의료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2심 재판부가 어떤 판결을 내놓을지 관심이 집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