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과·안전성 입증 실패하고 혈세 낭비...국민 세금 눈먼 돈
바른의료연구소, 한의협 발표자료 반박 "양심·도덕성 포기했나"
한의계가 '태극권'의 기공체조를 '한방 치매예방 기공요법'으로 둔갑, 치매국가책임제에 반드시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서자 "최소한의 양심과 도덕성을 포기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정형외과·재활의학과 교과서 표절 및 저작권 침해로 민사소송에서 손해배상(2018년 8월 9일자 인터넷 의협신문 '의학교과서 베낀 한의학계 손해배상 판결)까지 한 한의계가 이번에는 치매 분야까지 넘보고 있다는 쓴소리도 나왔다.
바른의료연구소는 13일 '치매 예방과 치료, 한의약의 역할과 가능성'을 주제로 열린 국회토론회에서 "한의계가 학술적·임상적으로 검증되고 과학적이고 표준화된 한방치매치료를 치매국가책임제에 반드시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한 데 대해 "한방 기공요법의 치매예방 효과는 전혀 입증된 바 없으며, 따라서 이를 치매국가책임제에 포함시켜 달라 요구하는 것은 의료인으로서 최소한의 양심과 도덕성을 포기한 것과 다를 바 없다"고 꼬집었다.
한의계가 국회토론회를 열기에 앞서 바른의료연구소는 '한의계는 효과와 안전성 검증에 실패한 지자체 한방치매관리사업으로 치매국가책임제에 편승하려는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는 보도자료를 통해 "한의약이 치매에 효과적이라는 한의사협회의 주장은 허구"라면서 "지자체 한방치매사업은 한방치료의 치매예방 및 치료에 대한 효과와 안전성 입증에 실패하고, 혈세만 낭비한 사업"이라고 비판했다.
바른의료연구소는 "한의계의 국회토론회 발표자료를 살펴본 결과. 한방치매치료의 효과가 검증된 것처럼 주장하기 위해 부적절한 근거자료를 인용하는 등 상당한 문제점을 드러냈다"면서 무슨 문제가 있는지를 조목조목 짚었다.
'태극권' 효과를 '한방 기공요법' 효과로 '둔갑'
먼저 '한의약을 활용한 국내 치매 진료 현황' 발표자가 5편의 국내외 논문(국외 논문 4편, 국내 논문 1편)과 1건의 국내 조사자료를 근거로 한방 기공요법의 효과를 입증했다고 주장한 데 대해 "일부 논문에서 태극권(Tai Chi) 운동을 실행한 결과, 인지기능 향상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보고는 있으나, 태극권이 인지기능을 향상시킨다는 확고한 결론은 없다"면서 "설령 태극권이 인지기능 향상에 일부 도움이 된다 해도 논문마다 태극권의 유형과 수련방법이 서로 달라 태극권의 효과를 정량화 할 수도 없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홍콩 연구는 중국의 태극권 전문가가 개발한 24식 태극권이며, 태국 논문은 10가지 동작의 태극권, 대한치매학회 초록은 브레인업이라는 태극권 등으로 논문을 쓴 연구자는 한의사가 아닌 태극권 사범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조사자료는 2016년 9∼11월 16개 보건소에서 65세 이상의 노인(총 396명)을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벌인 치매예방 시범사업를 제시했다. 시범사업 결과, 인지기능 향상·삶의 질 향상 등의 효과를 보인 것으로 보고됐다.
바른의료연구소는 "국내 시범사업은 '동의보감 안마도인'이라는 기공체조가 여러 프로그램 중 하나로 포함돼 있어 그 효과가 기공체조에 의한 것인지 알 수 없다"면서 "공인된 학술지가 아닌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의 '2017 건강증진 리서치 브리프'에 간략히 소개한 자료여서, 통계분석 결과도 없고 대조군 선정방법도 불확실해 한방기공의 학문적 근거가 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토론회 자료에 인지기능 향상 효과가 있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책자 어디에도 인지기능이 향상됐다는 결과는 없다. 결과를 의도적으로 왜곡해 기만한 것"이라며 "이 논문들은 태극권에 대한 논문이지, 한방 기공요법에 대한 논문이 아니다"고 일축했다.
홍콩에서 수행한 연구는 2012년 미국의사협회지(Journal of the American Medical Directors Association, JAMDA)에 게재한 논문이라고 소개한 데 대해서도 "미국의사협회의 공식 학술지명은 'Journal of American Medical Association(JAMA)'"이라며 "JAMDA는 영향력 지수(Impact Factor)가 5.325로 JAMA(47.661)보다 훨씬 낮음에도 마치 미국의사협회지 논문인 것처럼 왜곡해 발표했다. 의도적이든 무지에서 비롯된 것이든 이러한 왜곡은 국민을 현혹시키기에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바른의료연구소는 "한방의 기공요법의 치매 예방에 대한 효과성은 전혀 입증되지 않았다"면서 "한방 기공치료의 효과를 주장하려면, 외국에서처럼 임상시험을 통해 객관적으로 효과를 입증하고, 결과를 공인된 학술지에 게재한 후에야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은 '동의보감 안마도인'을, 토론회에서는 '한국형 기공 프로그램'을 내세우는 등 한방 기공요법의 표준화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한 바른의료연구소는 "한방 기공요법의 치매예방 효능이 전혀 검증되지 않았고, 표준화도 안된 상태에서 치매국가책임제에 참여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대한한방신경정신과학회 성명서 '후안무치'
대한한방신경정신과학회는 11월 15일 최대집 의협 회장이 SNS를 통해 '태극권이 인지기능과 체력, 우울증 척도 등 치매 증상을 개선하는데 효과가 있다'는 한의계의 주장을 비판한 데 해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고 반박을 요청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바른의료연구소는 "지엽적인 인식 개선사업의 예시 내용인 기공요법을 의도적으로 부각시켰고, 이미 세계적인 연구결과와 학술논문으로 발표한 사실조차 무시해버린 어처구니없는 처사다. 기공요법을 부각시킨 것은 한의계이고, 세계적인 연구결과와 학술논문으로 발표한 것은 한방 기공요법과는 다른 형태의 태극권"이라며 "국회토론회에서 사실을 호도한 것은 바로 한의계"라고 지적했다.
"다른 사람도 아닌, 양의사협회장이 논문 사이트 검색만 해도 확인이 가능한 사항을 취권이나 영춘권 등 다른 무술들을 거론하며 조롱하고, 한의약 치료법을 무분별하고 근거 빈약 치료라는 자극적인 언어로 폄훼한 것은 한의사와 한의약에 대한 심각한 명예훼손이자 국민과 여론을 거짓으로 현혹하는 비난받아 마땅한 행태"라는 한의계의 주장에 대해서도 "이는 한의계 스스로에게 향해야 할 망언이다. 한의약 치료법이 무분별하고 근거 빈약 치료라는 것은 한의계가 자초한 것이고, 자극적인 언어로 폄훼한 것은 바로 한의계"라면서 "의사와 의협에 대한 심각한 명예훼손이자 국민과 여론을 거짓으로 현혹하는 비난받아 마땅한 후안무치한 행태"라고 반박했다.
"더욱이 발표 자료 중 우리나라 연구결과는 양방의과대학 소속의 교수가 진행한 내용으로, 작년 대한치매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발표된 내용인데 최대집 양의사협회장이 이를 어떻게 설명하고 어떻게 부정할지 자못 궁금하다"고 조롱하고 나선 데 해서도 "
정식 논문으로 게재하지 않은 포스터 내용을 효과성의 근거로 삼는 것은 한방 기공치료의 과학적 근거가 얼마나 빈약한 것인지를 여실히 보여준다"고 밝힌 뒤 "더군다나 포스터 내용은 한의사가 시행한 것이 아니라 태극권 전문가가 직접 시행한 것이고, 태극권 유형도 한방 기공요법과 아주 다르기 때문에 한방 기공요법의 근거가 될 수 없다"고 꼬집었다.
바른의료연구소는 해당 의대 교수에게 이메일로 문의한 결과 "태극권은 안전한 움직임과 표준화된 교수법으로 검증된 전문가들이 가르치는 운동이며, 이러한 운동을 전통적인 틀로만 보고 한방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혹은 태극권이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마치 한의학의 효과를 대변하는 식으로 오해하는 것은 아주 잘못된 생각"이라고 전한 뒤 "한방 기공운동이 누가 하는 것인지 모르지만, 검증된 운동전문가가 효과가 입증된 운동프로그램으로 시행한다면 이는 한의사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운동프로그램"이라는 취지로 회신, 태극권 운동이 한방 기공요법으로 잘못 오해하고 있는 데 대해 우려를 표했다.
'태극권', '한방 의료행위'로 고착화될 수도
바른의료연구소는 "한방 기공이 치매국가책임제에 편승한다면, 향후 기공은 공식적인 한의학 의료행위가 될 개연성이 크다"면서 "뜸 치료의 사례처럼, 한의사가 아닌 기공 수련단체들의 태극권 수련은 무면허 의료행위로 처벌받을 처지에 놓일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이러한 전망의 근거로 바른의료연구소는 "국회토론회에서 한국형 기공 프로그램에 대해 '운동과 호흡법과 의념법(마음을 집중함)을 배합하여 공법화한 것으로 의료적인 성격이 강함'이라고 언급한 것에서 단초를 찾을 수 있다"고 밝혔다.
바른의료연구소는 "한의계는 한방 기공과 전혀 다른 유형의 태극권 관련 논문들을 근거로 대면서 국민을 현혹시키고 있다"면서 "한방 기공요법이 치매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학술적·임상적 자료나 근거는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최근 한의계가 의사들의 의료 독점권으로 인해 치매국가책임제에서 한의사가 배제되고 있다며 의료 독점권 철폐와 국민의 의료선택권 확대를 주장하고 나선 데 대해 "의료 독점권 철폐와 의료선택권 확대를 운운하기 이전에 한방이라는 학문에 대한 안전성과 유효성 검증부터 하는 것이 순서"라면서 "태극권마저 한방의료행위로 편입해 한방의 독점권을 더욱 강화하려는 음흉한 속내가 있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