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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년째 징벌적 대체복무 중인 의사 '이젠 인권 문제'
37년째 징벌적 대체복무 중인 의사 '이젠 인권 문제'
  • 최승원 기자 choisw@kma.org
  • 승인 2018.11.25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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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원기자

대법원이 '양심적 병역거부를 처벌'해서는 안 된다고 최근 판결하면서 정부가 양심적 대체복무 제도 설계에 두 팔을 걷어붙였다. 관심은 대체 복무 인정 범위와 영역, 대체 복무 기간 등으로 쏠리고 있다.

그중 대체 복무 기간을 두고 시민사회계는 현 현역 군인의 18개월보다 2배가량 긴 36개월 제안에 '징벌적 복무기간'이라며 27개월을 밀고 있다.

시민단체들이 36개월의 복무기간을 '징벌적'이라고 보는 근거는 UN 자유권규약위원회의 결정 탓이다.

자유규약위원회는 지난 1999년 프랑스 정부가 대체 복무 기간을 군복무 기간의 2배로 정하자 '대체 복무 기간이 현역 복무기간보다 더 긴 경우 그런 차이를 설명할 수 있는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근거가 있어야 한다'며 자유권규약 위반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양심적 대체 복무를 허용할 정도로 성숙한(?) 한국 사회에서 여전히 징벌적 복무기간을 감내하는 '어둠의 자식들'이 있다. 바로 의사들이다.

의대를 졸업하고 면허를 딴 남자 의사는 신체검사를 통해 군의관 또는 이른바 '공중보건의사'로 대체 복무한다. 의사들은 양심적 병역거부자와 달리 순전히 국가가 원해서 대체 복무를 하지만 도입될 양심적 대체 복무 기간보다 더 긴 복무 기간을 군말 없이 수행한다.

전쟁이 나면 보충역 즉 '이등병' 계급으로 징집되기 때문에 공보의는 사실상 장교가 아닌 사병이다. UN 기준으로 보면 의사들은 36개월간 사병으로 징벌적 대체 복무를 수행하는 셈이다.

서울지방변호사회 법제연구회(2018년 6월 기준)에 따르면 서구 유럽의 사병 복무기간은 7∼9개월 정도다.

비교적 복무기간이 긴 우크라이나나 리투아니아 같은 구소련 국가도 12개월이다. 콜롬비아나 아르메니아가 긴 복무기간을 자랑하지만 24개월을 넘지 않는다.

UN의 표현대로 '징벌적' 복무기간을 한국 의사는 감내하고 있지만, 사회적으로 공보의의 복무기간을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는 힘을 얻지 못하고 있다. 공보의협의회가 나름대로 단축을 위한 활동을 펴고 있지만 정작 혜택을 입을 의대생은 공부에 치여 단축을 위한 움직임을 조직화하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공보의는 거의 '헐값'에 이른바 취약 지역에서 36개월간 일할 인력이라 국가도 복무기간 단축에 소극적이다. 세계적으로 유례없이 긴 공보의 복무기간이 지속되는 이유다.

그나마 최근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공보의 훈련 기간인 4주를 36개월 복무기간에 포함하자는 법안을 냈지만, 국회 통과가 난망하다. 일반 군인의 훈련 기간은 전부 복무기간에 들어간다.

당연히 공보의도 훈련 기간을 복무기간에 넣는 게 상식적이지만 '어둠의 자식'에게는 허락되지 않는다.

훈련 기간까지 포함해 37개월에 달하는 공보의 복무기간에 대한 큰 폭의 단축 논의가 절실하다. 

의사들의 37개월(훈련기간 포함) 복무는 양심적 대체복무가 도입된 2018년 현재 '인권의 문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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