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부지방법원, 출혈·혈관손상을 사망원인으로 단정 어려워
선천성 심장기형·폐동맥 협착...사망과 인과관계 불인정
의료행위의 결과로 환아가 사망,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형사 기소된 전공의가 무죄 판결을 받았다.
서울남부지방법원(형사8단독)은 폐동맥 판막 협착으로 폐동맥 고혈압 증세를 보인 4살 소아의 증상을 개선하기 위해 스텐트 삽입술을 시도했으나 실패, 결국 사망한 사건에서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전공의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A양은 선천성 심장기형인 대혈관 전위(Transposition of great arteries)로 두 번의 심장수술과 심한 폐동맥 협착으로 심장 기능이 비정상적인 상태.
폐동맥 판막 협착으로 인한 고혈압 증세로 2016년 6월 29일 B대학병원을 방문했다. 소아심장 분야를 전공하는 C전공의(소아청소년과)는 심도자실에서 '풍선성형술 및 스텐트 삽입술'을 시술했으나 오전 11시 9분경 주폐동맥 판막 부위 입구의 턱에 걸려 더 이상 스텐트가 삽입되지 않았다. 스텐트를 밀어 넣는 과정에서 압력으로 스텐트에 변형이 생겨 더 이상 삽입할 수 없는 상태가 됐다.
스텐트를 제거하기 위해 빼내는 과정에서 골반이 있는 외장골 정맥 부위에 이르러 더 이상 빠지지 않게 됐다. 올가미가 달린 카테터를 이용해 스텐트를 제거하려 했지만 이 과정에서 2개가 끊어졌다. 11시 50분경까지 40여분 가량 스텐트를 제거하려 했지만 갈고리에 외장골 정맥이 파열되고, 대퇴쪽으로 구겨져 혈관이 손상됐다.
오후 3시경 같은 B대학병원 이식혈관외과 D의사가 수술로 '스텐트 및 강선 제거술과 총장골정맥 및 외장골정맥 단단문합술을 시행했다. A양은 수술 후 오후 7시경부터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았으나 다음 날 새벽 3시 35분경 '불응성 대사성 산증으로 파종성 혈관 내 응고 등이 발생, 결국 사망했다.
검찰은 ▲환아가 폐동맥 판막 협착으로 인한 폐동맥 고혈압 증세를 보이며 심장 기능이 정상적이지 않은 상태였음에도 최대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수술 없이 무리하게 스텐트 제거를 시도한 점 ▲최대한 주의를 기울여 스텐트가 빠져나오는 혈관에 손상을 주지 않도록 해야 함에도 외장골 정맥 파열과 대퇴쪽 혈관을 손상시킨 점 ▲그 과정에서 발생한 출혈로 심기능이 악화되면서 심부전·부정맥 등으로 사망에 이른 점 등을 들어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C전공의를 기소했다.
남부지법 재판부는 "스텐트를 더 이상 삽입할 수 없어 제거해야 하는 경우, 올가미가 달린 카테터를 사용하는 것이 부담을 덜면서 수술을 피할 수 있어 우선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이라면서 "바로 수술로 제거하지 않고 고리형 카테터를 사용해 스텐트를 제거하려고 시도한 것에 잘못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스텐트 시술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는 검사측 주장에 대해 재판부는 "대퇴동맥까지 이동시키는 과정에서 불가피한 혈관 손상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피고인이 무리하게 했다면 하대정맥부터 장골정맥 등 상위부가 모두 손상됐을 수 있는 데 그 같은 손상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혈관 손상 부위가 2∼3㎜로 굉장히 짧은 점을 봤을 때, 무리한 시술을 했다고 볼 수 없다"면서 "무리하게 진행했다면 혈관 손상 부위는 더 늘어났을 가능성이 있다"는 진술에 무게를 실었다.
재판부는 "고리형 카테터가 올가미 철삿줄로 약한 부분에서 끊어지는 경우도 있어, 끊어진 사실만으로 무리하게 해당 시술을 진행했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A환아가 이미 두 차례 대혈관 전위 수술과 폐동맥 협착으로 심장에 이미 부담이 있었던 상태여서 심각한 부정맥과 심기능 부전이 언제라도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밝힌 재판부는 "C전공의의 의료행위 과정에서 심각한 출혈이나 무리한 혈관 손상이 없었다는 점에서 출혈이나 혈관 손상을 환아의 사망 원인으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의료행위에 어떠한 과실이 있었다거나 의료행위와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검사가 제기한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무죄로 판결한 이유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