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방법원, 벌금 4억원...추징금 3억 5000만원 부과
재판부 "청렴성 유지해야 할 공무원 신뢰 훼손…죄질 무겁다"
가천대 길병원으로부터 각종 뇌물과 향응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보건복지부 전직 국장이 1심에서 징역 8년의 중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조의연 부장판사)는 11월 27일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로 구속기소된 A 전 보건복지부 국장에게 징역 8년과 벌금 4억원을 선고했다. 아울러 3억 5000여만원의 추징금도 부과했다.
재판부는 청렴성을 유지해야 할 공무원의 신뢰를 훼손해 죄질이 무겁다고 중형 선고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청렴성을 유지해야 하는 공무원이 직무의 대상이 되는 병원 관계자로부터 금품을 받아 사용해 직무에 대한 신뢰가 크게 훼손됐다"면서 "오랜 기간 수수한 이익이 크고, 우월적 지위에서 먼저 법인카드를 요구한 점 등에 비춰 죄질이 상당히 무겁다"고 밝혔다.
A 전 국장은 지난 2013년 3월부터 2017년 12월까지 길병원 법인카드 8개를 건네받아 유흥업소와 스포츠클럽, 마사지업소, 국내·외 호텔 등에서 약 3억 5000여만원을 결제하고, 결제대금을 길병원이 하도록 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 조사결과, 2012년 연구중심 병원을 선정하는 주무부서에서 근무할 당시 길병원 측에 정부 계획과 법안 통과 여부, 예산, 선정 병원 수 등의 정보를 제공하고 골프 접대와 향응까지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길병원은 2013년 연구중심 병원으로 선정돼 정부 지원을 받았다.
A 전 국장 측은 공판 과정에서 법인카드를 받아 사용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직무 관련성과 대가성은 없었다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병원을 관리·감독해야 할 보건복지부 공무원이 평가 대상인 병원 관계자로부터 접대를 받고 법인카드를 사용했다면 직무집행이 불공정하게 이뤄질 것이라 보기 충분하다"면서 "설령 병원 측에서 연구중심 병원 지정에 관해 명시적으로 청탁한 바가 없더라도 수수한 이익과 직무 사이에 관련성과 대가관계가 인정되고, 피고인도 수수할 때 직무 관련성을 인식했으리라고 인정된다"고 밝혔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A 전 국장의 직위를 해제하고, 징계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