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병원 기저귀 대란...소각처리 길 막혀

요양병원 기저귀 대란...소각처리 길 막혀

  • 송성철 기자 medicalnews@hanmail.net
  • 승인 2018.12.13 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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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 의료폐기물 20% 감축 방침에 소각업체 계약 해지...처리 물량 줄여
요양병원 "한 달 기저귀 7톤 배출...처리할 곳 없어" 청와대 국민청원 

12월 6일 시작한 청와대 국민청원(요양병원 기저귀, 처리할 곳이 없어요!!!). 13일 현재 2539명이 서명했다. ⓒ의협신문
12월 6일 시작한 청와대 국민청원(요양병원 기저귀, 처리할 곳이 없어요!!!). 13일 현재 2539명이 서명했다. ⓒ의협신문

"요양병원의 의료폐기물을 처리할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전국의 요양병원들이 눈 앞에 닥쳐온 기저귀(의료폐기물) 대란에 발을 구르고 있다. 주무 부처인 환경부가 이렇다할 대책을 내놓지 않자 청와대 국민청원에 나섰다.

A요양병원은 계약을 맺은 의료폐기물 전문 소각업체로부터 12월 31일까지만 처리하고 내년부터는 계약을 하지 않겠다는 해지 통보를 받았다. 다른 지역의 의료폐기물 전문소각업체를 수소문하고 있지만 계약을 맺겠다는 업체는 전무한 실정.

A요양병원에서 하루에 배출하는 의료폐기물은 줄잡아 한 달에 약 7톤. 이중 기저귀가 85%(6톤)를 차지한다. 당장 내년부터 의료폐기물 전문 소각업체와 계약을 맺지 못하면 의료폐기물을 병원 곳곳에 쌓아 둘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의료폐기물을 소각할 수 있는 전문 소각업체는 전국적으로 13곳에 불과하다. 수도권과 충청권을 통틀어 3곳, 호남권에 2곳, 영남권에 5곳이 있다. 청정지역인 제주도는 의료폐기물 소각장을 지을 수 없어 배편으로 육지에 있는 소각장으로 실어 나르고 있다. 

2013년 14만 4000t이던 의료폐기물은 2017년 20만 7000t으로 44%가 늘었다. 의료이용량이 증가하고, 인구 고령화의 여파로 요양병원에서 배출하는 의료폐기물은 급격히 늘고 있다.

의료폐기물 배출량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전국 13곳 의료폐기물 소각업체에서 적정 처리기준을 초과한 115%를 처리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환경부의 폐기물 정책이 현장과 엇박자를 내면서 기저귀 대란을 예고했다.

환경부는 지난 6월 22일 2020년까지 의료폐기물을 20%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구체적인 감축 방안으로 의료폐기물에 섞여 있는  플라스틱·포장재 등을 분리수거토록 독려해 폐기물의 양을 줄이고, 대형병원의 멸균시설 설치 확대와 함께 폐기물처리업 허가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또 운영 중인 처리시설이 고장나 의료폐기물을 처리하지 못하는 등 비상 상황이 발생한 경우, 예외적으로 위해성이 낮은 일반의료폐기물을 일반 소각시설에서 처리하는 방안도 추진키로 했다.

하지만 정부가 의료폐기물을 20% 감축하겠다고 발표하자 일선 의료폐기물 업체는 기존 병원들과 계약을 해지하거나 물량을 줄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정부는 지난 11일 국무회의를 열어 노인요양시설(요양원)에서 발생하는 감염 우려가 없는 일회용 기저귀는 의료폐기물이 아닌 일반폐기물로 분류하도록 '폐기물관리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을 심의·의결했다. 

하지만 시행령에 요양병원을 포함하지 않으면서 기저귀 대란을 키우고 있다.

A요양병원 관계자는 "최근 의료폐기물 소각업체로부터 올해 말부로 계약을 해지한다는 통보를 받았다"면서 다른 의료폐기물 소각업체를 찾아보고 있지만 의료폐기물을 20% 줄이라는 정부 방침 때문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환경부는 보관기간을 2개월 연장해 주겠다고 하지만 14톤에 달하는 의료폐기물을 어떻게 보관하라는 것이냐"면서 "소각처리 업체에 사정하고 있지만 답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요양병원이 의료폐기물을 처리하고 싶어도 의료폐기물을 처리할 수 있는 길이 갈수록 좁아지면서 소각처리 비용도 최소 2배에서 6배까지 치솟고 있다. 

복수의 요양병원 관계자는 "의료폐기물을 처리하고 싶어도 처리할 곳이 없다"면서 "요양병원에서 배출하는 감염 가능성이 낮은 기저귀는 요양시설과 같이 의료폐기물이 아닌 일반폐기물로 분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B요양병원 관계자는 "요양병원에 입원하는 대부분의 환자들은 감염 위험이 없는 단순한 요양환자"라면서 "요양병원에서 배출하는 기저귀는 의료폐기물이 아닌 일반폐기물로 배출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줘야 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대한노인요양병원협회는 "단순하게 대소변 처리를 위해 사용하는 기저귀는 일반폐기물로 분류하면 의료폐기물량을 20% 이상 줄일 수 있다"면서 "소각장 증설을 반대하는 민원과 의료폐기물 처리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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