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인정 '심신미약' 기준 '엄격'…재범 가능성·범죄경력 등 종합적 판단
의협 변호사 "진료 이력만으로 '감형' 바로 이어지긴 어려울 것" 전망
'심신미약' 법률상의 심신장애. 시비를 변별하고 또 그 변별에 의해 행동하는 능력이 상당히 감퇴된 상태.
강북삼성병원 故 임세원 교수를 흉기로 찔러 죽인 피의자에 대한 엄중한 처벌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피의자가 조울증을 앓고 있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흉악범죄에 또 '심신미약'에 따른 감형이 이뤄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서울 종로 경찰서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현재 피의자는 범행동기에 대해 '횡설수설'로 일관하고 있다"고 밝혀, 피의자가 '심신미약'을 주장할 가능성이 더욱 높다는 판단도 나오고 있는 상황.
이 가운데, 법원이 인정하는 '심신미약'의 기준이 엄격해 진료 이력만으로 '감형'이 이뤄지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서지수 변호사(대한의사협회 불법의료대응팀) 역시 "정신과 진료를 1년여 동안 받던 병력을 볼 때, 피의자는 심신미약을 주장할 가능성이 아주 높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피의자의 주장이나 진료 이력만으로 심신미약에 따른 '감형'으로 바로 이어지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심신미약은 형법상의 개념으로 필요적 감경 사유였다. 하지만 작년 발생한 'PC방 살해사건' 후 심신미약 감형에 대한 국민감정은 최근 크게 악화됐다. '심신미약' 감형에 반대하는 청원 '또 심신미약 피의자입니다' 서명자 수는 역대 최대기록인 119만2천49명에 달했다.
이후 2018년 12월 형법이 개정됐다. 심신미약에 따른 형량 감경을 '의무'에서 '임의'로 바꾼 것이 골자. 심신미약에 해당하더라도 감경하지 않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서지수 변호사는 "환자가 정신과 진료를 꾸준히 받아오던 상태라고 하더라도 심신미약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살인행위를 한 시점을 기준으로 판단한다"며 "살인행위를 한 당시에 정상인과 같이 변별력과 의사능력이 있었다면 심신미약으로 인한 감경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법원이 심신미약을 인정하는 기준은 정신과 전문의의 판단기준보다 엄격하다"며 "감정의는 피고인의 정신의학적 상태와 증상을 위주로 판단한다. 반면 법원은 재범 가능성, 범죄경력 등과 같은 요소를 종합적으로 판단하게 된다"면서 "따라서 정신과 진료를 받는다는 사정만으로 심신미약이 받아들여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피의자 측에서 정신과 진료 이력만으로 심신미약을 주장한다고 하더라도, 법적 심신미약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이다.
특히 흉기를 미리 준비해 진료실 안으로 들어간 정황을 볼 때, '계획 범죄'의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서지수 변호사는 "살인은 예비행위도 처벌이 가능하다. 살인을 위해 준비하는 정도도 형사처벌의 대상이 된다"며 "흉기를 미리 준비한 점 등 계획적인 범행 정황을 감안한다면 우발적 살인보다 계획적 살인에 더욱 형량을 가중하는 경향이 동 사건에도 적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 역시 "범행을 사전에 준비한 증거가 하나라도 나온다면 심신미약 상태로 보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故 임세원 교수의 빈소는 오늘(2일) 적십자병원 장례식장 301호에 마련됐다. 사건 피의자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도 오늘 오후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