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자유한국당 "법·제도 개선 근본 대책 마련하자" 한 목소리
최대집 의협회장 "하루 빨리 실효책 마련"...정신질환자 편견 경계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안타깝게 유명을 달리한 고 임세원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의 숭고한 희생이 의료계와 정치권의 의료현장 안전에 대한 인식을 다시 한번 각성시켰다.
고 임 교수의 의로운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의료인 폭행 재발 방지를 위한 안전한 진료환경 구축과 정신질환자들이 충분히 진료받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도록 근본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의료계와 정치권의 논의가 속도를 내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대한병원협회·대한신경정신건강의학회 등 의료계와 자유한국당은 7일 국회 본청 자유한국당 대회의실에서 '의료인 폭행·사망 사건 재발 방지를 위한 정책간담회'를 열어 조속히 법·제도적 개선 대책을 마련키로 의견을 모았다.
이날 회의를 주재한 정용기 자유한국당 정책위원회 의장은 먼저 고 임 교수의 명복을 빌고 유가족에게 애도를 표했다.
정 의장은 "임 교수가 자신의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사망하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고인의 명복을 빌고, 유족에 애도의 뜻을 전한다"면서 "고인은 자살예방 가이드라인을 개발하고, 유족들은 누구를 원망하기보다는 조의금을 관련 제도 개선 및 보완을 위해 기부했다. (고인과 유족의 뜻을)무겁게 받아들인다"고 말문을 열었다.
"사회 모든 면에서 안전의식이 결여돼, (산업현장, 의료현장 등에서)안전 관련 사건이 이어지고 있다"고 밝힌 정 의장은 "고 임세원 교수 관련 안타까운 사건을 보면서 많은 것을 바꿔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언론보도를 보고 눈시울이 붉어졌다. 임 교수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노력해야겠다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정 의장은 "이런 사고가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의료계에서 우리나라 정신건강 진료 현실이 낙후되고 후진적이라는 지적하는 점 등을 고려해 법·제도적 개선책을 하루빨리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당 차원에서 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은 자유한국당의 신속한 대책 마련 약속에 감사를 표하는 한편 의협에서 추진 중인 임 교수에 대한 추모사업 계획과 의료인 폭행 방지 대책에 대해 설명했다.
최 회장은 "충격적인 사건에 의료계는 참담하고 비통한 심정이다. 한 달간 추모 기간을 정했고, 곧 추모의 날을 정해 애도할 예정"이라면서 "이번 사건은 의료환경과 의사의 직업적, 사회적 책무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상징적 사건이다. 해결 과제로는 안전한 의료환경 조성을 위한 법·제도 개선이라는 문제가 남아 있다. 의협과 병협은 이번 간담회에 앞서 미리 정리한 관련 대책을 자유한국당에 전달했다. 충분히 대화하고 토론해서 가급적 빨리 안전한 진료환경 구축과 정신질환자들에 대한 편견 을 유발하지 않는 실효적인 대책을 마련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의 본질은 의료기관 내 폭력이기 때문에, 정신질환자와 정신과의 문제로 국한하지 말고 의료기관 내 폭행에 대한 근본대책을 마련하는 계기가 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임영진 대한병원협회장은 안전한 진료환경 구축을 위한 정부의 인력·시설 보완을 위한 비용 지원을 요청했다.
임 회장은 "이런 사건의 원인은 환자의 문제도 있지만, 병원인을 포함한 모든 보건의료인의 진료 패턴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한다. 환자에게 따뜻한 진료를 제공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면서 "이번 사건으로 의료현장에선 이미 진료 위축, 방어진료 등의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정치권이 의료 정상화를 위해 협조해 주길 바란다"면서 "이런 사건이 발생하면 병원에는 많은 변화가 따른다. 인력, 시설 확충은 큰 부담이 된다. 이런 부담을 줄이는 노력도 정치권에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권준수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이사장과 이상훈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장은 이번 사건으로 정신질환자에 대한 편견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