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학회 보험위원회, '커뮤니티케어 방문의료 모델' 고민
건강보험법, 방문의료 근거 부족…의료사고·분쟁 대책 필요
건강보험과 노인장기요양보험에서 다양한 방문의료(방문진료)를 실시하고 있지만, 명확한 법적 개념은 물론 건강보험법 상 방문의료에 관한 근거가 미비하다는 진단이 나왔다.
방문의료진의 안전과 의료사고에 관한 법적 근거를 확보할 수 있도록 국민건강보험법 하위법규인 '요양급여 기준에 관한 규칙'에 방문의료 대상과 범위에 대한 세부 규정을 마련하고, 방문의료 시 발생할 수 있는 의료사고와 의료분쟁에 대비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확보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대한가정의학회 보험위원회는 7일 의협 용산 임시회관에서 '방문의료 모델링 중심으로' 주제 세미나를 열어 커뮤니티케어·만성질환통합관리사업·장애인주치의사업 등에서 추진하고 있는 다양한 방문의료 형태와 내용을 살폈다. 일차의료에서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 바람직한 방문의료 모델은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모색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커뮤니티케어, 일차의료에서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퇴원 후 연계와 방문의료 중심으로(이건세 건국의대 교수·예방의학교실) ▲만성질환 통합관리 시범사업에서의 방문의료 관련 이슈 및 해외 사례(조비룡 서울의대 교수·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장애인주치의사업 방문의료 모델(안은미 국립재활원 장애인건강사업과장)에 대한 주제발표가 이어졌다.
이건세 건국의대 교수는 "현재의 방문의료는 서비스 간 연계가 부족하고, 시설과 병원에서 서비스를 받는 상황이어서 지역사회에서 통합적 케어를 제공하는 데 한계가 있고, 책임성과 자율성을 충분히 갖추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 교수는 "커뮤니티케어는 지역사회의 통합적 케어 제공 문제를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고, 방문의료도 활성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비룡 서울의대 교수는 "노쇠하거나, 치매에 걸렸거나, 암을 비롯한 말기 환자의 경우 병원을 방문하기 어렵다"면서 앞으로 방문의료의 요구와 필요성이 더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주제발표에 이어 열린 패널 토의에서는 △퇴원환자 연계진료 시스템을 통한 방문의료모델 구상(최재경 건국의대 교수·건국대병원 가정의학과) △가정형 호스피스 사업을 바탕으로 커뮤니티케어 방문의료모델 구상(장윤정 국립암센터 중앙호스피스센터장) △커뮤니티케어 방문의료 수가개발과 관련한 모든 것(김정옥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수가개발부 실장) 등을 통해 다양한 모델과 방문의료 수가에 대해 모색했다.
최재경 건국의대 교수는 "지역사회의 특성을 잘 알고 있는 병원 내 가정의학과가 입원 시점부터 퇴원 후 연계에 대한 조정기능을 담당하고,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한 일차의료와 보건의료시스템이 긴밀히 협조해야 한다"면서 "환자가 퇴원 후 거주하게 될 자택을 포함한 보건의료시설에서의 관리가 가능하도록 해야 환자에 대한 연속적이고, 통합적인 케어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윤정 국립암센터 중앙호스피스센터장은 "가정형 호스피스 시범사업을 시행하고 있지만 이용자 수는 입원형(92.0%)에 비해 2.3%로 저조하고, 시범사업 참여기관도 7.0%로 입원형 호스피스(75.6%)와 비해 낮다"면서 "재가의료를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장비·의료·복지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정옥 심평원 수가개발부 실장은 건강보험과 노인장기요양보험에서 시행하고 있는 방문의료를 평가하고, 보다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건강보험에서 방문의료 제도는 ▲1989년부터 급여를 인정한 왕진제도 ▲1994년 시범사업으로 시행해 2001년 본 사업으로 전환한 가정간호제도 ▲2016년 시행한 가정형 호스피스 시범사업 ▲2018년 시행한 장애인 건강주치의 시범사업 ▲올해 1월부터 시행한 중증소아 재택의료 시범사업이 있다. 노인장기요양보험의 방문의료는 ▲시설급여 방문제도 ▲재가급여 방문제도가 있다.
김 실장은 "보건복지부는 2025년까지 '지역사회 통합 돌봄 기본계획'(커뮤니티케어)의 일환으로 요양병원 퇴원환자의 방문진료 시범사업과 의원급 중심의 지역중심 방문진료 시범사업과 서비스 모형 등을 검토 중"이라며 "일상생활 동작에 어려움이 있는 노인이 사는 집으로 찾아가는 방문의료(왕진 등)와 퇴원 후 방문건강관리서비스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김 실장은 "'방문요양급여'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국민건강보험법 제41조의5(방문요양급여)를 신설(2019년 6월 12일 시행)함으로써 초고령 사회에 대비하고, 국민의 의료서비스 요구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의료인 방문진료 시 법적 근거가 명확하지 않은 점, 의료진의 안전 및 의료사고에 대한 법적 근거가 부족한 점은 개선해야 할 문제점으로 손꼽았다.
현재 진료형태는 국민건강보험법 상 의료기관 내에서의 진료를 전제로 설계돼 있어 의료인 방문진료에 관한 법규 상 근거가 미비한 실정이다.
김 실장은 "국민건강보험법 제41조5(방문요양급여) 신설에 따른 하위법령인 '요양급여 기준에 관한 규칙'에 방문의료 대상과 범위에 대한 세부규정을 마련하고, 의료기관들이 적극적으로 방문의료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실장은 ▲폭력이나 성희롱 등의 위험성으로 인한 의료진의 안전 문제 ▲의사의 휴가 또는 처치나 검사 등이 부적절한 경우에는 의료사고로 인한 의료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면서 방문의료 대상자, 표준화된 방문의료 진단이나 치료 기준 등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이날 세미나를 참관한 성종호 대한의사협회 정책이사는 "커뮤니티케어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의료가 중심이 돼야 한다"고면서 커뮤니티케어를 얘기하면서 중증환자가 많은 요양원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다. 요양원까지 포함한 돌봄 서비스를 하기 위해서는 의료가 중심이 되는 것이 당연하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커뮤니티케어를 하면 건강보험재정이 절감될 것이라고 하는데, 국민의 건강을 돌보는 데 재정 절감이 목적이 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짚은 성 정책이사는 "1월 중에 일본을 방문해 왕진 등 커뮤니티케어가 실제 어떻게 돌아가는지 살펴보고, 다양한 정책을 건의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