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사 기준, 제약 R&D·임상약학 분야 인력 양성 중점
약계 "일방적 정책 추진"…'정원배정심사위원회' 불참
수도권 이외지역 신설 약학대학 유치전에 12곳 대학이 뛰어든 가운데 약대 신설이 가시화되면서 약계 반발도 잇따르고 있다.
교육부는 신설 약대 신청서를 접수한 결과, 고신대·광주대·군산대·대구한의대·동아대·부경대·상지대·을지대·전북대·제주대·한림대·호서대 등 12곳이 유치를 신청했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1차 서면, 2차 면담 절차와 정원배정심사위원회를 거친 뒤 이르면 이달 말 신설 약대 숫자와 선정 대학, 정원 배분 등을 발표할 예정이다.
약대 선정 기준은 ▲대학 교육여건 평가(20%) ▲연구중심 약대 발전계획(5%) ▲약학 분야(화학·화공·생명공학·의학·농학·수의학 등) 교육기반·연구여건 구축정도(10%) ▲연구중심 약대 운영계획(33%) ▲연구중심 약대 지원계획(32%) 등으로 '제약연구와 임상약학 분야 인력 양성을 위한 특화 교육과정 운영'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신설 약대 숫자에 따라 대학별 입학정원은 유동적이지만 2곳 대학에 30명씩 배정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약대 2곳을 신설하면 전국 약학대학은 37곳으로 늘어나며, 입학정원은 1693명에서 1753명이 된다.
약대 신설이 수면 위로 부상하면서 대한약사회·한국약학교육협의회 등 약계 내부에서 신설을 저지하려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대한약사회는 8일 전국 약대 교수들에게 보낸 공문에서 "교육부의 '2020학년도 약학대학 정원배정 기본계획'은 약학 관련 단체와 협의없이 진행한 일방적 정책"이라며 "약대 신설을 위한 '정원배정심사위원회' 참여를 거부해 달라"고 요청했다. 약대 신설을 지속적으로 반대해 온 약사회는 지난해 말 감사원에 보건복지부와 교육부에 대한 공익감사를 청구하기도 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9월 제약·바이오 기업의 연구개발 인력·병원 약사 등의 수요 증가를 이유로 교육부에 2020학년도 약대 입학정원 60명 증원을 요청했다. 교육부는 기존 약학대학 정원 조정 대신 약대 신설을 결정했다.
약사회는 공익감사 청구에 대해 "지난 2011년 15개 약대 신설 이후 입학정원은 40% 늘어났으나 R&D 제약업체에 취업한 약사의 비중은 오히려 낮아졌다"면서 "보건복지부의 약대 신설 명분은 근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교육부에 대해서는 "기존 약학대학의 정원 조정이 아닌 약대 신설로 계획을 수립한 정책 배경에 대해 감사해 달라"고 요청했다.
전국 35곳 약학대학 학장과 교수진이 참여한 한국약학교육협의회도 지난해 말 약대 신설 심사를 위한 '정원배정심사위원회' 불참을 의결했다. 약교협은 "약학교육의 주체인 약교협과 약학계의 공식적인 의견수렴 과정·절차없이 진행한 이번 결정은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약대 신설을 통한 바이오 제약산업 진흥은 현실을 도외시한 탁상행정으로서 약학교육계가 통합 6년제 전환을 통해 약사인력 수급불균형을 개선하려는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행태"라고 비판했다.
현재 약대 정원 1693명 가운데 수도권(서울·경기·인천)이 절반(848명)을 차지하고 있으며, 지역별로는 강원(강원대)·충북(충북대)·대전충남(고려대·단국대·충남대)·대구경북(경북대·계명대·영남대·대구가톨릭대)·부산경남(부산대·경성대·경상대·인제대)·전북(원광대·우석대)·광주전남(전남대·조선대·목포대·순천대) 등이다. 제주엔 약대가 없다. 이번 약대 신설은 비수도권으로 한정한만큼 각 지역별 분포가 대학 결정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