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의약분업 3주년 평가 4끝

[기획] 의약분업 3주년 평가 4끝

  • 송성철 기자 songster@kma.org
  • 승인 2003.07.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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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들은 직업적 정체성과 전문가로서의 자긍심을 잃어버린 채 공익을 저버리고 이익만을 추구한 의도(醫盜)로 낙인찍히는 수모를 당했다. 이러한 수모를 당하면서 의사 사회가 부르짖었던 '교과서적 진료권 확보'라는 대의명분은 갈수록 빛을 잃고 있다. 의료계 내부적으로는 회원들의 무관심이 확산되고 있으며, 내부단체간에는 이해관계가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분열 양상마저 보이고 있다.

새로 출범한 31대 의협 집행부 예산안은 15% 인상안이 부결됨에 따라 동결예산으로 재편성, 운신의 폭이 그만큼 줄어들었고, 의협 회무 수행과정에서 의사 면허를 박탈당하더라도 의사 회원의 자격을 유지하도록 한 정관 개정안은 복지부 승인이 요원한 상태다. 병원계는 병원계 대로 법정단체화를 관철시킴으로써 의협의 영향력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의협 회원으로서 당연한 의무인 회비 납부도 기대에 못미치고 있다.

이러한 상황속에 건강보험 재정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본인부담금 인상, 심사 삭감을 비롯한 규제 강화 등 갖가지 대책이 쏟아지고 있다.
이 와중에 의료정치의 주도권은 관료사회가 장악해 버리고 말았다.

한국 의료의 모순과 왜곡을 바로잡을 수 있는 주체가 의사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누구도 대신해 주지 못하는 의료의 원형질을 되찾아야 하는 숙명이 의사와 의사 사회에 부여되어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무관심과 분열양상을 보인다는 것은 의약분업과 의료대란 당시 의료계가 내세웠던 대의명분을 망각하는 것이다.

이제부터라도 한국의료의 미래를 위해 무엇을 준비하고 실천해 나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시작해야 한다.

의사 사회가 우선적으로 실천해야 할 과제는 무너진 의사 사회의 조직력을 재건하는 일이다. 체계적이고 강력한 조직이어야 어떠한 사업이라도 추진할 수 있다. 의사 사회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개선하는 일은 중요하다. 의사에 대한 부정적 선입견을 갖고 있는 시민·사회단체와 대화하고, 이해를 넓혀 의료왜곡과 모순에 따른 문제를 함께 풀어나가야 한다.

여론을 움직이는 사회 곳곳의 오피니언과 토론하고 이해를 넓혀 가는 작업을 벌여야 하며, 언론 전담 창구를 구축하여 쟁점으로 부각되는 의료와 사회현상에 대해 신속히 지원,자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의사의 직업적 정체성을 널리 알리는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 의사의 사회적 이미지 향상을 위해서는 대대적인 의료윤리실천운동과 체계적인 봉사활동이 필요하다. 사회적 쟁점에 대한 정책대안을 개발하고 제시해야 한다.

의료정책연구소의 역할과 기능을 대폭 확충하여 꾸준히 보건의료정책과 현안을 연구하는 일도 중요하다. 의협 홈페이지를 활성화하여 국민이 불편하게 느끼고 있는 보건의료문제를 해결하는데 앞장서야 한다.

내부적으로는 회원과 다양한 직역간의 유대감과 통합을 통해 의협 조직을 체계적으로 정비해야 한다. 조직을 개방하고 회원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여 보다 강력한 집행부를 건설해야 한다.
회원들은 지도부에 전폭적인 신뢰와 협조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회원들의 지지와 지원이 강력할수록 지도부도 강한 힘을 발휘하게 마련이다.

모든 정책과 사업에 있어 객관적인 평가를 통해 문제점을 발견해 내고 이를 시정하는 것은 기본이다. 더욱이 의료대란이라는 엄청난 사태를 야기한 의약분업에 대한 평가는 반드시 필요하다. 이러한 환류과정을 통해 정책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이라도 정부당국은 각계의 전문가들을 한 데 모아 객관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자료를 기초로 의약분업과 의료개혁의 방법을 모색하고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의료계 또한 의약분업과 의료대란의 교훈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 의대 교수들은 여전히 양심껏 떳떳하게 진료할 수 없는 기형적 의료환경 속으로 매년 3,300여명의 제자들을 내보내고 있다. 기형적 의료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 병원과 의원, 봉직의와 개원의라는 구도아래 이이제이(以夷制夷) 전략에 휘말려들 하등의 이유가 없다.

저수가 건강보험체계에서 비롯되고 있는 의료왜곡의 폐해와 이로 인한 국민건강 황폐화 문제 앞에서 각자의 목소리를 낸다는 것은 국민의 건강권과 의사의 진료권을 바로 세우는데 아무런 도움이 되질 않는다. 보다 대승적인 차원에서 국민건강과 진료권의 문제에 접근하지 않는 한 한국의료에 희망은 없다. 의약분업 시행 3주년의 빛과 그늘을 다시 돌아보고자 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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