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개인 건강정보, 상업적 활용 대상 삼지 말라"
미국 FDA, DTC 유전자 검사 정확도·불필요한 치료 유발 등 우려
규제 샌드박스 사업에 DTC 유전자 검사가 들어간 것에 대해, 개인 건강정보의 상업적 이용과 유출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건강세상네트워크는 13일 성명을 통해 "규제샌드박스에 DTC 유전자 검사 서비스를 포함한 것은 국민의 건강정보를 상업적 활용 대상으로 삼고 시장거래를 허용하겠다는 의도"라고 비판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1일 유전자 검사항목 확대 및 건강증진 서비스를 규제 샌드박스 대상으로 정했다고 밝혔다.
DTC는 소비자 직접의뢰 유전검사(Direct to Consumer)로, 소비자가 유전자 검사 기업 등 비의료기관에 직접 유전자 검사를 의뢰해 검사를 받는 서비스다.
'규제 샌드박스'는 신산업·신기술 분야에서 새로운 제품, 서비스를 내놓을 때 일정 기간 동안 기존 규제를 면제·유예시켜주는 제도다. 어린이들이 자유롭게 뛰노는 모래 놀이터처럼 규제가 없는 환경을 주고 그 속에서 다양한 아이디어를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한다고 해 붙여졌다.
보건복지부는 2016년 DTC와 관련해 비의료기관도 ▲체질량지수 ▲중성지방농도 ▲콜레스테롤 ▲혈당 ▲혈압 ▲색소침착 ▲탈모 ▲모발굵기 ▲노화 ▲피부탄력 ▲비타민C 농도 ▲카페인대사의 12개 항목에 대해 유전자 검사를 허용했다.
11일에는 비의료기관에게 DTC유전자 검사를 ▲만성질환 6개 ▲호발암 5개 ▲노인성질환 2개 등 질병유전자 검사를 13개 항목까지 확대·허용했다. 질병 예방을 위한 건강·식단 관리 등 건강증진 서비스도 포함했다.
규제 샌드박스 대상에 DTC가 포함된 것은 마크로젠이라는 유전체 정보 분석 기업이 DTC 검사항목 확대와 건강관리 서비스에 대한 실증특례를 신청해 이뤄진 결과다. 이때, DTC 유전자 검사 질 관리나 개인 건강정보 보호관리규정 등 별도로 마련된 법적·제도적 장치가 허술하다는 것이 시민단체의 지적이다.
건강세상네트워크는 "정부는 관련 제도가 미비한 상황에서도 민간기업에 국민의 개인 건강정보 보호·관리의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 민감정보인 개인 건강정보를 민간이 활용하도록 허용하겠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유전자 검사업체가 국민 개인의 유전자 정보와 생활습관정보를 손쉽게 수집·집적할 수 있다. 이를 분석·가공해 빅데이터 플랫폼 등을 구축하는 등 바이오 및 제약산업에 활용될 수 있는 개연성이 상당히 크다"고 짚었다.
이어, DTC 유전자 검사 자체에 대한 한계와 위험성에 대해서도 우려했다.
건강세상네트워크는 "DTC 유전자 검사만으로는 질병유전자 감수성에 대한 정확한 위험도 예측이 어렵다. 만성질환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식습관·환경적 요인 등에 대한 관련성은 평가가 불가하다"며 "정부가 질병예방과 국민건강 증진을 위한다는 선정 이유를 밝혔지만, 질병 위험도를 신뢰하기에는 과학적 타당성이 상당히 부족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미국 FDA는 2009년부터 DTC 유전자 검사와 관련해 부정확한 검사 결과에 의해 발생하는 위해성을 방지하기 위한 규범을 마련했다. 2013년에는 DTC 유전자 검사의 정확도와 불필요한 치료 유발 및 약물 오남용에 대한 우려를 제기, 유전자 분석기업에 DTC 유전자 검사 중단을 요구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건강세상네트워크는 "이는 전체 유전자 중 어떤 부분이 질병 발생과 연관성을 갖는지 아직까지 명확지 않은 반면, 질병 발생의 공포에 의존한 오남용이 오히려 더 위해 하다는 인식에 근간을 두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하며 "이러한 위험성이 존재하고, 과학적 타당성이 부족한 규제샌드박스 적용과 DTC 유전자 검사 활대를 즉각 중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