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임기여성 75.4% "낙태죄 규정 형법 개정해야"

가임기여성 75.4% "낙태죄 규정 형법 개정해야"

  • 고신정 기자 ksj8855@doctorsnews.co.kr
  • 승인 2019.02.14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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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사연, 인공임신중절 실태조사 결과 발표...2011년 이후 7년만
임신여성 5명 중 1명 인공임신중절 경험, 사회·경제적 이유 많아

가임기여성 10명 7명 이상이 낙태죄를 규정한 형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자녀 출산여부는 기본적으로 개인·가족이 선택해야 할 문제로, 인공임신중절이 불법으로 규정돼 오히려 여성을 안전하지 않은 환경에 노출하고 있다는 의견이다.

합법적 낙태 범위를 규정한 모자보건법 개정 여부에 대해서는 절반 정도인 48.9%만이 개정이 필요하다고 답했지만, 실제 인공임신중절을 받은 여성들이 중절을 결심한 사유는 법적 허용범위를 넘어선 사회·경제적 이유였다. 

임신여성 5명 중 1명, 인공임신중절 경험...사회·경제적 사유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보건복지부로의 용역으로 진행한 '인공임신중절 실태조사'결과를 14일 발표했다. 인공임신중절 수술과 관련해 정부차원의 대단위 연구가 이뤄진 것은 2011년 이후 7년만이다.

조사는 만 15세 이상 44세 이하 여성 1만명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설문조사 형태로 이뤄졌다.

조사결과 총 1만 명의 응답자 가운데 임신경험이 있는 여성은 3792명, 이 중 인공임신중절을 경험한 여성은 756명으로 파악됐다. 임신경험 여성의 19.9%가량이 인공임신중절을 경험한 셈이다.

인공임신중절을 하게 된 주된 배경으로는 사회·경제적 사유가 꼽혔다.

구체적으로는 ▲학업, 직장 등 사회활동에 지장이 있을 것 같아서 인공임신중절을 했다는 답이 33.4% ▲경제상태상 양육이 힘들어서(고용불안정, 소득이 적어서 등) 32.9% ▲자녀계획(자녀를 원치 않아서, 터울 조절 등)이 31.2%(복수응답)로 높게 나타났다.

인공임신중절 방법으로는 △인공임신중절 수술을 받은 여성이 90.2%(682명) △약물 사용자 9.8%(74명)였고, 약물사용자 74명 가운데 53명은 약물로 인공임신중절이 되지 않아 의료기관 등에서 추가로 수술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 인공임신중절을 경험하지는 않았으나, 임신 중 이를 고민한 적이 있다는 응답자도 383명으로, 전체 임신경험여성의 10.1%에 달했다.

인공임신중절을 고려한 이유로는 경제 상태상 양육이 힘들어서라는 응답이 46.9%(복수응답)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최종적으로 임신중절을 하지 않은 이유로는 태아의 생명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서가 71.5%(복수응답)로 가장 많았다.

응답자 10명 중 7명 이상 낙태죄 규정 형법 개선 필요

가임기 여성들이 제일 필요로 하는 정책으로는 임신·출산에 대한 인식제고, 피임 등 교육과 상담과 함께 낙태죄 규정 개선 등이 꼽혔다.

전체 응답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결과, 응답자의 27.1%는 인공임신중절과 관련해 국가가 해야 할 일로서 '피임·임신·출산에 대한 남녀공동책임의식강화', 23.4%는 '원하지 않는 임신을 예방하기 위한 성교육 및 피임교육'을 1순위 과제로 꼽았다.

의료 및 심리·정서상담 필요성에는 대부분의 응답자가 공감을 표했다. 응답자의 97.5%는 인공임신중절 전후 의료적 상담이 필요하다고 답했고, 97.7%는 의료상담 이외에 심리·정서적 상담도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낙태죄를 규정한 형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응답한 여성도 전체의 75.4%에 달했다. 가임기 여성 10명 중의 7명 이상이 낙태죄 폐지 또는 개정에 동의한다는 의미다.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로는 '인공임신중절시 여성만 처벌하기 때문(66.2%)', '인공임신중절의 불법성이 여성을 안전하기 않은 환경에 노출시키기 때문(65.5%)', '자녀 출산 여부는 기본적으로 개인(혹은 개별가족)의 선택이기 때문(62.5%, 복수응답)이라는 답이 많았다.

합법적 낙태 범위를 규정한 모자보건법 개정 여부에 대해서도 개정이 필요하다는 답(48.9%)이 개정이 불필요하다(10.7%)보다 많았다. 낙태죄 폐지에 비해 개정 필요성에 공감하는 의견이 작았는데, 이는 응답자의 상당수가 해당 내용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거나 판단을 유보했기 때문으로 보인다(잘 모름, 40%).

낙태죄는 형법 '낙태의 죄'에 근거한다.

모자보건법의 허용범위를 넘어 임신한 여성이 낙태를 한 때에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만원 이하의 벌금, 부녀의 촉탁이나 승낙을 받아 낙태시술을 한 의사는 2년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현행 모자보건법이 허용하는 합법적 낙태의 범위는 ▲유전학적 장애 ▲강간 또는 중강간 ▲혈족간 임신 등 모두 5가지다.

연구진은 설문조사 겨로가를 타당으로 "국가차원에서 출산과 양육에 있어서 사회·경제적인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한 적극적인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연구진은 특히 "인공임신중절 경험 여성과 경험하지 않았지만 인공임신중절을 고려한 여성 모두에서, 인공임신중절 결정(내지는 고려) 사유의 상당부분을 사회·경제적 배경에 있음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료계-여성계, 낙태죄 위헌 논란 이참에 정리해야

이에 맞물려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소원 심판결과, 또 이에 따라 결정될 인공임신중절술 의사 비도덕 윤리행위 처벌 여부 등도 재주목을 받고 있다.

앞서 정부는 현행 법에 의거해 인공임신중절술을 비도덕 윤리행위 중 하나로 포함, 처벌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의료계의 거센반발을 산 바 있다. 이는 산부인과 의사들의 임신중절수술 거부사태, 낙태죄 위헌 논란, 청와대 낙태죄 폐지 청원으로 이어졌고 헌재는 지난 2018년 다시 낙태죄 위헌여부 판단을 위한 심리에 들어갔다.

이번 설문조사는 헌법재판소 위헌판단을 돕기 위한 근거 자료의 성격도 갖는다. 조국 민정수석은 2017년 낙태죄 폐지 청원에 대한 답변에서 "정부가 2018년 임신중절 현황과 사유에 대해 자세히 파악하기 위한 실태조사를 시행하기로 했다"면서 "실태조사 결과를 토대로 관련 논의가 한 단계 진전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의료계와 여성계는 낙태죄 폐지를 재차 주장하고 있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14일 성명을 내어 "인공임신중절을 둘러싼 현실과 법 집행 사이에는 괴리가 매우 커 의사들은 의사대로 위법인 줄 뻔히 알면서 수술을 해 줄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며 "이렇게 불완전한 법은 빨리 개정이 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낙태죄 폐지시위, 이른바 한국판 검은 시위를 주도했던 BWAVE(Black wave)는 "낙태죄는 가부장제 사회의 피지배계급에 대한 낙인이자 여성 집단 전체에게 부과된 족쇄다. 헌법재판소는 더 이상 의무를 방기하지 말라"며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위헌 결정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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