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환 입원전담전문의(서울아산병원 내과·대한입원전담전문의협의회 홍보이사)
제 직업인 입원전담전문의는 용어 그대로 입원 환자를 전문적으로 관리 및 치료하는 전문의를 말합니다.
하지만 단어가 길다 보니까 직업을 소개하려면 시간이 걸립니다.
또한 여러 단어로 축약해서 불립니다. 입원전담의·입전의·전담의 등 다양하게 불립니다.
원어인 호스피탈리스트(hospitalist) 또한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사실 호스피탈리스트라는 용어 또한 1996년 Robert M. Wachter와 Lee Goldman이 NEJM에 처음 소개했으니 미국에서도 역사가 아주 오래된 직업은 아닙니다.
당시 처음 개념은 입원한 환자의 돌봄에 책임감을 갖는 Inpatient medicine(병원에 입원한 환자를 주로 돌보고 의료를 제공하는 의학)의 전문가라는 의미로 사용됐습니다. 의료계 안에서도 아직 생소한 직업이고 단어가 어렵고 길다 보니까 환자분들 및 보호자분들에게 저를 처음 소개할 때 고민이 많이 됐습니다.
여러 고민과 시행착오 끝에 요새는 아래와 같이 입원 환자분들에게 저를 소개합니다.
"저는 이 병동을 담당하는 내과 전문의입니다.(전문의라는 말을 어렵게 느끼실 것 같으면 교수라고 표현하기로 합니다.) 저는 외래는 보지 않고 입원 환자분들만 전문적으로 담당해 진료합니다. 환자분께서 입원해 계신 동안 제가 담당해 진료하며 필요한 경우 저에게 의뢰해 주신 외래 교수님들과 협진해 진료 방향을 정할 것입니다."
제가 입원전담전문의로 근무한지 올해가 3년이 되어 가는데 위의 소개말을 정리해서 말하기 까지 참 고민을 많이 했던 기억이 납니다. 고민을 했던 이유는 크게 두 가지였습니다. 먼저 제가 제 직업의 정체성을 명확하게 이해하지 못한다면 저 또한 이 직업을 오래 유지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제 직업에 대해 자긍심을 가지고 당당하게 한 분야의 전문가로 저를 소개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실제 일하고 있는 환경은 그러지 못한 부분이 있더라도 계속 제 직업의 역할과 책임을 설정해야 환경을 바꿀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두 번째로 저에게 진료 받는 환자 및 보호자분들이 제가 어떤 일을 하는지 알고 실제 현장에서 지켜보면서 그 환자 경험을 많이 전달해 주길 바랬기 때문입니다.
저를 처음 보게 되는 환자분들에게 제 직업을 잘 설명해야 한다는 부담감은 아직도 있습니다. 아직 생소한 직업인 입원전담전문의를 제일 잘 홍보할 수 있는 방법은 방송, SNS 보다도 결국 실제 진료를 받는 환자분들의 실제 느낌, 경험이기 때문입니다.
위에서 소개한 입원환자들을 전문적으로 관리하고 진료할 수 있기 위해 국내 입원전담전문의는 대부분 병동에 상주하며 회진은 오전·오후 나눠서 2회 이상 돌고 있습니다.
입원전담전문의는 입원 환자를 관리하는 제네럴리스트(Generalist)로서 특정 세부 전문의(Specialist)의 치료가 필요한 경우는 협진을 통해 최선의 진료를 제공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또한 24시간 365일 병동을 전담하는 모델의 경우는 입원전담전문의들이 직접 밤 근무·휴일 근무를 하고 있습니다. 실제 제가 일하고 있는 병원의 병동 또한 24시간 365일 전문의 전담 모델로 저 또한 한 주간 밤 근무를 하고 있습니다. 상황에 따라 밤에도 휴일에도 환자 및 보호자 면담을 직접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병동을 입원전담전문의가 전적으로 전담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5명 이상의 입원전담전문의가 필요합니다. 입원전담전문의 시범 사업 초기에는 5명의 입원전담전문의로 24시간 전담운영 모델을 설정했는데 실제 입원전담전문의들이 근무해 보니 5명은 최소의 요건이고 6명은 필요하지 않나 하는 의견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제가 이러한 경험을 통해 입원전담전문의에 대해 배운 것은 한 팀(Team)으로 움직여야 장기간 유지할 수 있는 직업이라는 점입니다.
서로를 믿고 인계하고 퇴근 할 수 있는 입원전담전문의 팀, 그리고 환자들의 변화를 빨리 파악해 입원전담전문의에게 알리고 환자에게 최적의 치료를 수행할 수 있는 병동의 간호 팀 이 모든 팀이 소중한 한 팀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인계 시간에 같이 고민해야 하며 병동 간호사의 불필요한 업무를 줄여 줄 수 있어야 하며 역량을 향상시키기 위한 교육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아직 입원전담전문의 제도는 부족한 부분들도 많고 가야 할 길이 멀지만 꼭 필요한 제도라고 생각합니다.
저 또한 지치지 않고 그 길을 걸어갔으면 좋겠고 그 길을 같이 걷는 분들이 2019년 올해에는 더 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