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익위, 의료기관 휴·폐업 신고서에 '업무정지' 사유 명시
의료기관 개설자 불법 의료행위 행정처분 강화 의결
행정처분을 받은 뒤 행정처분 기피수단으로 편법으로 폐업하거나 개설자를 변경하는 행위를 제한하는 방안이 추진될 전망이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해 11월 5일 '의료기관 개설자 불법의료행위에 대한 행정처분의 실효성 제고안'을 의결,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올 12월까지 제도를 개선토록 권고한 적이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상희 의원(보건복지위원회)은 지난해 12월 3일 의료기관이 불법 개설 또는 불법 의료행위 등으로 행정처분을 받은 경우 의료기관 양수인에게 처분 효과를 승계하는 법안을 대표발의했다. 권익위의 권고안 취지를 십분 반영한 법안이다.
현행 의료법(제66조)에는 의료인의 불법 의료행위에 대한 행정처분으로 '자격정지'·'면허취소' 등을 규정하고 있다. 특히 의료기관 개설자가 부정한 방법으로 진료비를 거짓 청구해 자격정지된 경우 의료업이 금지된다.
최근 3년간 의료인 행정처분 현황(2018년 6월 기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보면 자격정지는 2015년 964건, 2016년 886건, 2017년 663건, 면허취소는 2015년 37건, 2016년 70건, 2017년 64건으로 집계됐다.
의료기관에 대한 행정처분은 '업무정지'·'폐쇄'·'개설허가 취소' 등이 있으며, 업무정지 처분은 의료법 및 국민건강보험법 적용 여부에 따라 효과에 차이가 있다.
무자격자 의료행위 등 의료법상 업무정지는 의료기관을 운영할 수 없으나, 국민건강보험법상 업무정지는 요양급여 청구만 제한하고 있다.
최근 3년간 의료기관 행정처분 현황(2018년 6월 기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보면, 업무정지에 해당하는 행정처분은 종합병원 5곳, 병원 68곳, 한방병원 34곳, 의원 262곳, 한의원 135곳, 약국 21곳으로 파악됐다.
권익위는 "병·의원 등 의료기관이 국민건강에 미치는 중요성을 고려해 의료기관 개설자격은 물론 불법 의료행위에 대해서도 각종 벌칙 규정과 행정제재를 의료법으로 엄격히 규정하고 있다"면서 "진료비 거짓 청구 등 불법행위에 대해 의료인에 대한 자격정지 및 면허취소, 의료기관에 대한 영업정지 등의 행정처분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부 의료기관 개설 의료인은 불법 의료행위에 대한 행정처분으로 인한 의료업 금지 기간에도 편법으로 개설자 변경이나 폐업 후 개설 등을 통해 의료기관을 계속 운영하고 있다"며 "의료기관의 중요성을 고려해 불법 의료행위에 대한 행정처분의 효과가 편법적인 방식으로 무력화되지 않도록 관련 제도를 개선하는 방안을 의결하게 됐다"고 제도 개선 배경을 설명했다.
권익위는 먼저 행정처분으로 운영이 금지된 의료기관을 편법으로 운영하는 데 주목했다.
권익위는 "의료인에 대한 행정처분으로 의료기관 운영이 금지된 의료기관 개설자가 개설자 편법 변경을 통해 의료기관을 계속 운영하는 것은 문제"라면서 "진료비 거짓청구로 자격정지 처분을 받은 의료기관 개설자가 '의료기관 개설 및 변경신고' 제도를 행정처분 기피수단으로 악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권익위가 조사한 자료를 보면 서울특별시에서 개원하고 있는 A의사는 진료비 거짓 청구가 확인돼 자격정지 7월(2017년 9월∼2018년 3월)의 행정처분을 통보받자, 2017년 6월 의료기관 개설자 변경신고를 B의사에게 한 후, 행정처분 기간이 종료된 2018년 5월 의료기관 개설자 변경을 B의사에서 다시 A의사로 신고했다.
불법 의료행위로 업무정치 처분을 받은 의료기관이 편법적 폐업 및 개설, 개설자 변경을 통해 업무정지 기간 중 의료기관을 운영하는 것도 문제라고 봤다.
업무정지 기간 이전에 폐업 후, 다른 의사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하다가 처분 기간이 종료된 후 개설자를 변경하고 있다는 것.
권익위는 실태조사에서 서울시 소재 C의원 D의사는 진료비 거칫 청구가 확인돼 자격정지 6월(2017년 10월∼2018년 4월)과 영업정지 9월(2017년 10월∼2018년 6월) 처분을 받자, 2017년 10월 의료기관 폐업신고를 하고, E봉직의사로 하여금 같은 장소에 F의원을 개설 신고하고, D의사의 자격정지 기간이 지나간 2018년 6월 의료기관 개설자 변경신고를 통해 공동명의(D의사에서 D, E의사)로 변경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 밖에 불법 의료행위에 대한 의료법상의 업무정치 처분은 의료기관 폐업 시, 사실상 행정처분 효력이 상실되는 것도 문제점으로 꼽았다.
권익위는 의료기관 업무정지 처분은 해당 의료기관에만 적용되므로 의료기관 개설자가 폐업 후 다른 지역에 의료기관을 개설하면 행정처분 없이 의료기관 운영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권익위는 의료기관 개설자가 의료업을 폐업하거나 1개월 휴업하려는 경우 신고의무를 부과하고, 부득이한 사유가 있는 경우는 6개월까지 허용하나, 부득이한 사유가 불명확해 휴·폐업 신고 누락이 많은 점, 업무정지 처분을 받은 상당수 의료기관이 업무정지에 해당하는 과징금으로 대체하고 휴·폐업 신고(신고율 11.9%)를 하지 않는 점, 의료기관 휴·폐업 신고서 서식에 업무정지 등 행정처분에 따른 사유가 제외된 점도 제도 개선 대상으로 봤다.
권익위는 이런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의료기관 개설자가 의료기관 업무정지 처분에도 편법적 개설자 변경 등을 통해 의료업 제한 기간 중 의료기관을 운영하지 않도록 행정처분 효과의 승계 규정 마련 ▲불법 의료행위로 인한 행정처분 중이거나 절차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의료기관을 다른 의료인에게 매각하는 경우, 양수하는 의료인의 피해 방지를 위해 행정처분 관련 내용 고지의무 규정 마련 등 의료법에 관련 내용을 반영할 것을 보건복지부에 권고했다.
의료기관 휴·폐업 신고누락 방지 장치와 관련해서는 ▲행정처분을 받은 의료기관도 휴·폐업 신고대상으로, 의료법(제40조 제1항)에 따라 1개월 내에 미신고 시 과태료가 부과됨을 의료기관 개설자가 인지하도록 관련 내용에 대한 사전 안내 절차를 마련하고, '의료기관 개설 및 의료법인 설립 운영 편람' 등에 반영할 것 ▲부득이한 사유를 명확하게 규정하거나 의료법에 따라 휴·폐업일로부터 1개월 이내 휴폐업 신고 누락 시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시행규칙을 개정하고, 의료기관 휴·폐업 신고서 유의사항에도 명시할 것(의료법 시행규칙에 반영)을 권고했다.
이 밖에 행정처분으로 의료기관이 휴·폐업하는 경우, 불법의료행위로 인한 행정처분 사유(업무정지 등)를 명확하게 기재할 수 있도록 의료기관 휴·폐업 신고서 양식을 개선(의료법 시행규칙에 반영)할 것도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