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 "한의원 리도카인 사망 사건 재수사"

대검 "한의원 리도카인 사망 사건 재수사"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19.02.27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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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완 수사 이유있다" 판단 '재기수사' 명령...고검 기각 뒤엎어
의협 "고발 내용 판단도 하지 않고, 필요한 수사도 안해" 지적

ⓒ의협신문
ⓒ의협신문

의약품공급업체가 한의원에 '리도카인'(전문의약품)을 판매하고, 한의사가 이 약을 환자에게 투여해 사망한 사건에 대해 대검찰청이 재기 수사명령을 내렸다.

고발장에 의약품공급업체가 한의사에게 전문의약품을 공급한 것은 의료법 위반의 교사 내지 방조 혐의가 있다고 명시했음에도 검사가 이 부분에 대해 판단하지 않고 불기소 처분을 내린 것은 중대한 과오가 있다고 본 것.

'리도카인'은 국소마취제이자 부정맥 치료제다. 주사제는 국소마취 또는 부정맥 치료 목적으로, 액제·분무제·크림·연고·거즈 등은 제형과 함량에 따라 국소 마취나 통증 완화 등의 목적으로 사용한다. 즉, 의사만 처방할 수 있는 전문의약품이다.

그런데 2017년 3월 경기도 오산의 한의원에서 한의사가 리도카인을 투여, 환자가 사망한 사건이 발생하면서 사회적으로 논란이 됐다.

사건을 접한 대한의사협회는 2017년 3월 28일 한의사를 의료법 위반(무면허 의료행위)과 업무상 과실치사로, 의약품공급업체를 약사법 위반(의약품 불법 공급)으로 수원지검에 고발했다. 도매업을 하는 의약품공급업체가 전문의약품을 사용할 수 없는 한의원에 약품을 공급하는 것이 옳은지가 핵심 쟁점이 됐다.

하지만 수원지검(2017년 12월 28일)은 한의사의 의료법 위반에 대해 벌금형 약식기소를, 업무상 과실치사에 대해서는 불기소처분을 내렸다. 이와 함께 의약품공급업체에 대해서는 약사법 위반에 대해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이유를 들어 혐의가 없다며 불기소처분을 내려 의료계의 공분을 샀다.

수원지검은 약사법에는 도매상의 의약품 판매 대상이 모호하게 규정돼 있다며 불기소 처분을 내린 이유를 들었다. 의약품 도매상의 판매 대상이 명확하게 규정되거나, 정의되지 않은 이상 의약품 도매상이 전문의약품인 리도카인을 한의사에게 판매하면서 불법의 인식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

의약품공급업체에 대한 검찰의 불기소처분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 의협은 서울고등검찰청에 항고했다. 서울고검은 2018년 8월 23일 항고를 기각했다.

의협은 서울고등검찰청에 재항고장을 제출(2018년 9월 19일)한 데 이어, 대검찰청에 재항고 이유서 제출(2018년 10월 14일), 재항고 이유 참고자료 제출(2018년 10월 15일), 재항고사건 조속 결정 촉구의견 및 참고자료 제출(2019년 1월 15일) 등을 통해 재기 수사를 강력히 요구했다.

대검찰청은 2월 14일 보완 수사의 이유가 있다고 판단, 재기수사명령(재항고사건처분통지)을 내렸다.

의협은 재항고 이유서 및 참고자료를 통해 "의협이 최초 고발장에 분명히 의약품공급업체의 의료법 위반의 교사 내지 방조 부분에 대해 분명히 적시했으나 수원지검에서도 판단을 제대로 하지 않았고, 서울고등검찰청도 수원지검에서 중요한 죄명의 판단을 유탈한 명백한 과오에 대해 지적도 하지 않고 기각을 내렸다"고 밝혔다.

"서울고등검찰청은 단순히 판단을 누락한 것뿐만 아니라 그에 필요한 수사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주장한 의협은 "한의사에게 전문의약품을 공급해 불법 주사하게 한 의약품공급업체(업자)를 처벌하지 않는다는 것은 논리칙이나 경험칙상 맞지 않는다"면서 "마약 투약자를 처벌하면서 그 투약자에게 마약을 공급한 자를 알면서도 처벌하지 않는 모순과 같다"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의협은 "피해 환자가 사망 또는 중한 결과가 야기되어 사회적 관심거리가 될 때만, 사회나 사직당국이 관심을 두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면서 "검찰에서 이런 부분에 대해 직접 인지 수사를 해도 만시지탄인 마당에 한의원의 리도카인 주사로 피해환자가 사망한 사안조차 주임검사가 수사와 판단을 누락하면 차후 이 문제가 더 커졌을 때 검찰에 쏟아질 비난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라면서 재항고 사건에 대해 조속한 결정을 내려줄 것을 촉구했다.

대검찰청의 이례적인 재기 수사명령에 대해 서지수 의협 변호사는 "수원지검 검사는 의협이 고발한 의약품 도매상의 의료법 위반이나 의료법 위반 방조 부분에 대한 수사와 판단도 하지 않았고, 수사 미진 및 판단 유탈의 잘못이 있음에도 이를 지적하는 항고를 기각한 서울고검의 결정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서 변호사는 "한의사에게 리도카인을 납품하는 의약품공급업체를 처벌해야만 한의사의 무면허 의료행위를 근절할 수 있다는 취지의 재항고 이유서를 대검찰청이 받아들인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의협은 법률대리인을 통해 재기 수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자료를 제공하고, 자문에 나서는 등 적극적인 대응을 위해 팔을 걷었다.

의협은 한의사가 전문의약품을 처방하거나 의약품공급업체가 전문의약품을 한의사에게 공급할 수 없도록 명확한 법규와 처벌 조항을 신설할 수 있도록 대외 활동을 펼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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