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젠, 영업사원 신규 고용…영업망 구축
사노피, 심혈관계 중심 영업팀 조기 구성
"급여 윤곽 나온 후엔 시장 선점 뒤처져"
암젠과 사노피가 PCSK9 억제제의 영업팀을 조기에 구성하며 사활을 걸고 있다. 아직 주요 적응증이 급여권에 진입하지 못했지만, 시장 선점을 위한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PCSK9 억제제 시장의 가능성이 크다는 방증이다.
4일 제약계에 따르면 최근 암젠과 사노피의 PCSK9 억제제 레파타(에볼로쿠맙)와 프랄런트(알리로쿠맙) 영업사원이 대폭 늘어났다.
PCSK9 억제제는 스타틴으로 LDL-콜레스테롤이 조절되지 않는 환자가 타깃이다. 특히 심혈관계질환(ASCVD) 고위험군 환자의 LDL-콜레스테롤 조절에 탁월하다는 평가다.
이미 미국 등 주요 이상지질혈증 학회와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는 가이드라인에서 ASCVD 고위험군 환자의 LDL-콜레스테롤 조절에 PCSK9 억제제를 권고하고 있다.
의료현장에서도 PCSK9 억제제의 필요성에 대해 입을 모은다. 스타틴 외에 LDL-콜레스테롤 조절 기전이 부족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다만 문제가 있다. 이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같은 고민이다. 지속 복용해야 하는 PCSK9 억제제의 가격이 지나치게 높다는 것.
가격 탓에 현재 국내에서 PCSK9 억제제 급여는 레파타의 동형접합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HOFH) 환자에 국한돼 있다. HOFH 환자는 인구 백만명 당 한명꼴로 발생하는 희귀질환이다.
결국 급여 확대가 이뤄져야 PCSK9 억제제 시장이 본격적으로 형성된다.
HOFH 환자에게 적용되는 레파타의 보험상한가는 140mg/1펜 당 14만 2311원이다. ASCVD 환자는 한달에 2~3펜을 사용하는 표준요법을 고려할 때 1년에 341만 5464원, 혹은 512만 3196원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급여확대로 인한 가격인하가 이뤄진다 하더라도 만성질환에 투입되는 건보재정 부담이 큰 상황이다.
반대로 급여만 된다면 레파타와 프랄런트가 가져갈 시장 규모가 큰 것을 가늠할 수 있다. 세계시장에서 팽팽한 점유율 싸움을 벌이고 있는 양사가 한국지사의 초기 영업력에 힘을 쏟고 있는 배경이다.
양사가 PCSK9 억제제 영업팀을 조기에 구성한 것도 그 일환이다.
지난해 암젠은 ASCVD 환자의 LDL-콜레스테롤 조절에 대한 레파타 급여 확대를 신청했다. 사노피 또한 지난해 말 나온 심혈관계 혜택 데이터를 바탕으로 프랄런트의 해당 적응증 허가를 FDA와 EMA에 신청한 상태다.
레파타가 다소 앞서나가고 있지만, 난항으로 예상되는 급여약가 협상을 고려할 때 결국 급여출시 시기에 큰 차이는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암젠은 최근 영업사원 10여명을 새로 채용해 PCSK9 억제제 영업팀을 구성했다. 기존에 부재한 심혈관계 영업망을 구축하고 있는 것.
서두르는 쪽은 사노피다. 아직 ASCVD 적응증도 획득하지 못한 상태에서 조직개편을 통해 프랄런트 영업팀을 구성했다.
글로벌 본사 차원의 전략적 결정도 영업팀 조기 구성에 영향을 미쳤다. 지난 1월 사노피는 전문의약품사업부와 당뇨순환기사업부를 통합했다.
자사의 대형 품목인 항혈전제 플라빅스(성분명 클로피도그렐)의 심혈관계 영업 노하우를 프랄런트에 이식하겠다는 계획이다. 실제로 프랄런트 영업팀에 심혈관계 인사이트를 갖춘 인력이 대거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영업팀 조기 구성은 암젠, 사노피 모두 PCSK9 억제제 시장에 기대가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급여 윤곽이 나오고 나서는 이미 시장선점에 뒤처질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