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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2024-03-28 17:57 (목)
엉터리 대체의학 임상시험 연구
엉터리 대체의학 임상시험 연구
  • 강석하 kang@i-sbm.org
  • 승인 2019.03.08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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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성, 유효성 검증 부족...의학연구와 달리 재현 불가능

대체의학의 문제점에 대해 특별히 관심을 두지 않은 과학자나 의사들은 대개 대체의학 저널에 발표된 대체의학 논문들도 자신의 분야의 논문들을 대하듯이 존중하고 인정하는 태도를 취한다.

그러나 대체의학 논문은 설령 SCI 저널에 실렸다 하더라도 의심하고 비판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SCI 등재 여부나 impact factor는 대체의학 저널의 질을 보장해주지 않는다. 단지 대체의학 논문을 쓰는 사람들끼리 서로 열심히 인용했다는 의미에 불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체의학 종사자들은 자신이 발표한 논문이 자신의 상업적 이익과 연결된 경우가 많아 진실성이 의심스러운 상황이다. 몇몇 국가들의 전통의학 임상시험 논문들은 거의 100%에 가깝게 효과가 있다는 결론을 제시한다.

그래픽/윤세호기자 seho3@hanmail.net ⓒ의협신문
그래픽/윤세호기자 seho3@hanmail.net ⓒ의협신문

그리고 논문을 심사하는 사람들도 대개 의사나 과학자가 아닌 대체의학 종사자이기 때문에 의학계의 기본 상식이나 기준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영국 엑시터 대학에서 대체의학 연구에 매진해 1천 편이 넘는 논문을 발표한 에드짜르트 에른스트(Edzard Ernst) 명예교수는 은퇴 후에도 학술 활동뿐만 아니라 자신의 블로그에 엉터리 대체의학 논문들에 대한 비판을 꾸준히 이어나가고 있다.

필자는 최근에 에른스트 교수가 작년에 출판한 저서 <SCAM: So-Called Alternative Medicine>을 번역해 <대체의학이라 불리는 사기>라는 제목으로 출판했다. 

에른스트 교수는 책에서 좋은 임상시험 연구와 엉터리 임상시험 연구를 구별하는 방법을 자세히 설명했는데, 그 중에 엉터리 대체의학 임상시험에서 주로 나타나는 17가지 특징을 소개하고자 한다. 
 

   1. 수많은 의심스러운 SCAM 학술지에 출판된 논문. 
 2. 단일 저자. 
 3. 연구진이 시험 대상이 된 치료법의 추종자로 알려져 있음.
 4. 연구진이 문제의 치료법에 대해 긍정적인 내용의 연구만 출판했음.
 5. 해당 연구 또는 치료법에 대한 타당한 이론적 설명이 부족함. 
 6. 연구의 목적이 'OOO의 유효성을 입증해 보이기 위해'인 경우(임상시험은 유효성이나 효능을 검증(test)하기 위한 것이지 입증해 보이기(demonstrate) 위한 것이 아님). 
 7. 명시된 목적이 'OOO의 효과와 안전성을 규명하기 위해'인 경우(규모가 큰 임상시험이라고 해도 특정 치료법의 안전성을 규명하기엔 매우 부족하다. 안전성 조사를 위해서는 다른 종류의 연구도 해야 한다). 
 8. 본문에 오류가 많음(스펠링, 문법 등).
 9. 샘플이 너무 소규모임. 
 10. 예비(pilot) 임상시험이 본(definitive)임상시험 실시의 타당성 외의 결론을 제시.
 11. 연구 방법을 자세히 기술하지 않아서 독립적 재현이 불가능. 
 12. 연구 목적, 방법 및 결론의 부조화. 
 13. 연구 결과를 숫자가 없는 그래프로만 나타내서 다른 사람들이 직접 계산해볼 수가 없음. 
 14. 통계적 접근이 부적절하거나 엄밀하지 못함. 
 15. 비판적 사고가 없는 고찰. 
 16. 윤리 승인, 자금 출처 및 이해관계 상충에 대한 공개가 없음.
 17. 결과에 근거하지 않은 결론. 

이런 엉터리 연구들의 특징은 우리나라에서 수행한 한의학 임상시험 논문들에서도 자주 볼 수 있다. (에른스트 교수 블로그의 비판 대상 중에는 우리나라의 한의학 연구도 있다.) 엉터리 논문이 미디어를 통해서 효과가 입증됐다는 식으로 홍보가 되고 국민이 속아 피해를 입는다. 게다가 그 엉터리 연구들은 정부에서 연구비를 지급한 경우가 많다. 

정부는 효과와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한방 첩약을 급여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의계에서는 '건강보험 급여 확대'가 목표라며 정부의 예산을 받아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을 만들고 있다.

2014년 발표된 연구에서 중국 학술지 데이터베이스에 있는 침술 관련 무작위대조군임상시험(RCT) 840건 중에 99.8%가 효과가 있다는 결론이라는 사실이 지적됐는데, 한의사들이 임상진료지침을 만들겠다고 중국 논문을 주워 모으기만 하면 분석하기도 전에 이미 효과가 있다는 결론이 정해져 있는 셈이다. 

연구비 예산을 갉아먹으며 환자를 속이고 자칫 건강보험 재정까지 축낼 해로운 연구들을 근절해야 한다.

국내의 다른 의학 분야의 전문가들이 관심을 가지고 문제제기를 하지 않는다면 이 엉망인 상황은 개선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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