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공단, 김세연 의원 국회토론회 열어 공론화 시동
의료계 인사 없어...원가자료 '공단 직영병원'만 신뢰?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일산병원 외에 영남과 호남에 직영병원을 설립하기 위한 공론화 작업에 착수했다.
패널병원 등에서 수집한 자료만으로는 정확한 의료행위 원가를 산출하기 어렵다는 이유를 내세웠다. 즉 패널병원이나 민간 병·의원에서 제출한 자료는 원가 산출을 할 때 참고자료로 활용할 수는 있지만, 100% 신뢰할 수 없다는 논리다.
자유한국당 김세연 의원(보건복지위원회)은 21일 국회에서 '원가조사체계 구축을 위한 보험자병원 확충 방안 마련 국회토론회'를 주최했다. 건보공단이 후원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김윤 서울의대 교수(의료관리학교실), 신현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보건정책실장, 강청희 건보공단 급여상임이사, 공진선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포괄수가실장 등은 건보공단 직영병원 설립에 이견이 없었다.
이들이 직영병원 설립에 찬성하는 견해를 종합하면, 그간 정부와 건보공단은 의료행위 원가조사를 위해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과 일부 의원급 의료기관으로부터 원가자료를 수집했으나 민간병원에서 제출한 자료를 토대로 산출한 원가를 그대로 인정할 수 없고, 건보공단 직영병원을 추가로 설립해 얻은 자료와 민간병원 자료를 비교·수정해 원가를 산출해야 좀 더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의료원가를 산출할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 보험자 직영병원은 일산병원이 유일하다. 건보공단 측은 원가조사체계 구축을 위한 방안으로 건보공단 직영병원 추가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건보공단은 직영병원 한 곳에서 확보한 의료행위 원가자료로는 지역·규모별 의료행위 원가를 정확하게 산정하기 어렵다며 직영병원 추가 설립에 무게를 싣고 있다.
법률상 병원급 의료기관 이상에서는 원가정보 제출을 의무화 하고 있는 반면에 의원급 의료기관의 비협조로 원가조사에 한계가 있다는 이유도 덧붙였다.
발제를 맡은 김태현 연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의료행위 원가 조사에 있어 대표성 있는 원가 정보 산출의 어려움을 강조하면서, 보험자 직영병원 추가 설립 필요성을 타진했다.
다만, 원가 정보의 대표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약 3800개 병원 전수조사를 비롯해 종별·지역별·규모별로 층화집락표본추출한 병원들의 원가 정보 산출 등이 필요하지만 ▲현재 원가분석시스템을 구축한 병원이 50개에 불과한 점 ▲시스템 구축에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는 점 ▲병원 자료 협조 미흡 등으로 의료행위 원가정보 확보에 현실적 어려움이 있다는 점도 짚었다.
김윤 교수는 "원가 구조가 다른 의료기관의 원가를 산출하기 위해서는 체계적으로 층화된 일정 수의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한 원가 자료가 있어야 한다. 그래야 신뢰 가능한 수가를 산출할 수 있다"고 밝혔다.
"(원가 자료를 건보공단에 제출하고 있는)패널병원 중심의 원가 산출 시스템은 정형화, 예측 가능하면서 제한된 정보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 김 교수는 "건보공단 직영병원을 통해 얻은 정보는 비정형화된 정보, 정보 내밀성 측면에서 내부자 관점에서 볼 수 있는 자료"라면서 "직영병원과 기존 패널병원의 원가 산출 방식은 상호 보완적인 관계"라고 주장했다.
신현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보건정책연구실장은 "공공병원은 공공성, 민간병원은 수익성을 중시한다. 그래서 건보공단 일산병원은 공공성과 수익성을 균형있게 가져가야 한다"며 "보험자 병원으로서 보건의료 제도·정책적 활용도가 높은 병원이라는 장점을 잘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산병원의 지역적 특성, 환자 특성 등의 이유로 모든 의료기관 유형을 대표하기 힘들다"고 언급한 신 실장은 "유형별로 표준화된 원가 산출을 위해 보험자 병원 추가 설립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강청희 건보공단 급여상임이사는 "보험자 병원 추가 설립을 위한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라며 "올해 말 연구용역을 완료할 것"이라고 밝혔다.
강 이사는 "일산병원 외에 500∼800병상 규모의 보험자 병원 2개 정도를 추가로 설립하면 적정 원가 산출에 충분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일산병원이 수도권에 있는 만큼 추가 설립 보험자 병원은 영남권, 호남권에 설립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는 원론적인 반응은 보였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험정책과장은 보험자 병원 설립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면서도 "건강보험 재정이 투입되는 문제인 만큼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토론회를 주최한 김세연 의원은 보건복지부가 적극적으로 검토해 볼 것을 요구했다. 김 의원은 지난해 국감에서 적자로 파산 절차를 밟고 있는 부산침례병원을 국가에서 인수해 회생시키는 방안을 보건복지부에 주문했다. 부산침례병원은 김 의원의 지역구인 부산 금정구에 위치하고 있다.
보험자인 건보공단이 직영병원 자료를 토대로 원가 산출을 하겠다고 나서면서 의료계와의 논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