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혈관 공급 중단 사태'…엇갈린 비난의 화살

'인공혈관 공급 중단 사태'…엇갈린 비난의 화살

  • 홍완기 기자 wangi0602@doctorsnews.co.kr
  • 승인 2019.03.22 2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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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심장수술 중단 사태, 정부의 저수가 강제 횡포인가
환자 생명 담보로 한 외국기업 비윤리적 배짱 영업인가

ⓒ의협신문
ⓒ의협신문

논란이 된 고어 사 인공혈관 공급·수술 중단사태를 두고, 비난의 손가락이 서로 다른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건강세상네트워크는 22일 논평을 통해 "환자의 생명을 담보로 한 가격협상 행태에 대한 윤리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최근 고어 사와 협상을 진행, 인공혈관 재공급이 결정된 것에 대해 건강세상네트워크는 "고어 사가 요구한 '미국 정가 수준의 판매가격'과 '의료기기 제조 및 품질관리 기준 심사 및 규제서류 면제'조건을 정부가 받아들인 것이나 다름없다"며 "결과적으로 고어 사의 영업전략이 성공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앞서, 의료계가 정부에 사태의 모든 원인을 정부의 오판과 태만에 돌린 것과는 다른 다소 비난의 방향이 엇갈리는 모양새다.

대한의사협회는 14일 "국민 생명을 방관한 정부는 반성하고, 사태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정부의 무사안일식 대책을 비판했다.

의협은 "인공혈관 사태는 이미 2017년 이전에 시작된 일"이라며 "인공혈관 제조사는 당시 외국에 비해 절반 이하의 공급 단가, 정부 기관의 경직된 업무처리 방식에 반발해 한국 시장에서의 철수를 통보했다"고 짚었다. 고어 사의 철수는 한국 정부의 무리한 절감 정책에 따른 부작용이라는 진단이다.

바른의료연구소는 19일 "고어사 인공혈관 공급·수술 중단사태의 책임은 대한민국 정부에 있다"며 관련 내용을 WHO에 서한으로 전달했다. 바의연 역시 소아용 인공혈관 공급 고어사의 철수는 저수가를 강제한 대한민국 정부의 횡포로 인한 것으로 규정한 것.

반면, 건강세상네트워크는 고어 사 역시 비윤리적 행태에 대한 비난을 피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건강세상네트워크는 최근 고어 사가 정부, 식약처와 협상을 한 것에 대해 "소아 심장병 환자들의 생명과 부모들의 절박함을 이용해 공급가격을 인상하고 규제심사면제조건을 얻어내려는 비윤리적인 행태"라고 비판했다. 정부의 안일한 행태도 문제지만 고어 사의 '배짱영업'에 대한 윤리적 책임 또한 물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낸 것이다.

한편, 인공혈관 사태는 2017년 9월 국내 고어 사측이 한국 시장을 철수한 것에서 시작됐다. 2016년 고어 사가 공급하던 인공혈관의 국내 수가는 미국 수가의 반 정도, 중국의 1/3 수준이었다. 정부가 그 가격에서 19%를 더 삭감하겠다고 통보하자, 결국 고어 사 측은 한국시장에 제품공급을 종료키로 결정했다. 심장수술 중단 문제는 선천성 심장병 환아의 어머니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인공혈관 공급을 호소하고, 언론 보도가 이어지면서 화제가 됐다.

의료계는 "환자 생명에 필수적인 수술임을 생각했을 때, 정부가 최소한의 노력을 기울였다면 이번 인공혈관 사태는 없었을 것"으로 진단했다. 특히, "인공혈관 재고분이 바닥날 때까지 1년 반 동안의 기간이 있었지만 식품의약품안전처와 보건복지부는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았다"며 거세게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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