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골수기증 서약…조직적합항원 일치 환자 '새 생명'
대학병원 교수가 급성림프구성 백혈병 환자에게 골수를 기증해 귀감이 되고 있다.
화제의 주인공은 박세윤 순천향의대 교수(순천향대학교 서울병원 감염내과). 박 교수는 감염질환과 원인불명열, 면역저하(장기이식과 암환자)감염 등의 외래 진료는 물론 감염관리실장을 맡아 원내 감염예방 및 관리를 총괄하고 있다.
그는 전공의 시절인 2006년 한국조혈모세포은행협회에 골수기증 서약을 했고 조직적합항원(HLA)이 일치하는 환자를 기다려왔다.
박 교수는 작년 말 조혈모세포은행협회로부터 기증자와 수혜자의 DNA 일치 소식을 듣고 기증의사 재확인, 유전자 상세검사, 건강검진 등 일련의 과정을 거쳤다. 기증 전 모든 검사에서 기증적합 판정을 받은 박세윤 교수는 최근 이틀에 걸쳐 혈액성분 채집방식으로 조혈모세포를 기증했다.
박 교수는 "건강한 내 몸의 일부가 아픈 환자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면 이보다 의미 있는 일이 있을까 생각했다"며 "앞으로 진료를 통한 의사의 역할은 물론 제 손길이 필요한 환자들에게 행동으로 보여줄 수 있는 의사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골수 내에 포함된 조혈모세포는 '혈액을 만드는 어머니 세포'라는 뜻으로 정상인 혈액에 약 1%에 해당하며 백혈구와 적혈구·혈소판 등의 혈액 세포를 만드는 능력을 가졌다. 조혈모세포는 2∼3주 이내에 기증 전 상태로 원상회복이 되고 혈액세포 생산능력에는 지장을 받지 않는다.
한국조혈모세포은행협회 통계에 따르면 1994년부터 2018년까지 골수기증 희망 등록자는 총 34만 4878명으로 매년 약 1만 7000명이 기증 희망자로 등록하고 있다. 백혈병 등 혈액암 환자 발생이 연간 4000명이지만 비혈연간 골수이식 건수는 500건에 불과하다.
민우성 한국조혈모세포은행협회장은 "조직적합항원(HLA)이 일치해야만 골수이식이 가능하기 때문에 1명이라도 더 많은 사람들이 기증희망등록을 해야 조혈모세포 이식이 필요한 환자들에게 작은 희망을 줄 수 있다"며 "난치성 혈액질환 환자분들과 나눔을 실천해주신 기증자, 기증희망자들이 행복하고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도록 협회가 더 힘껏 뛰겠다"고 말했다.
혈액암을 진단받은 환자는 항암요법, 가족간 또는 자가이식의 순서로 치료를 모색하지만 모든 치료가 불가능한 경우 조직적합항원이 일치하는 조혈모세포 기증자를 기다릴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