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의원 '폭력', PC방보다 많아...정부 대책은?

병의원 '폭력', PC방보다 많아...정부 대책은?

  • 고신정 기자 ksj8855@doctorsnews.co.kr
  • 승인 2019.04.04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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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 안전진료 대책 발표...보안설비 의무화 등 골자
구체적 수가지원 방안·사법입원제 도입 등 핵심사항 빠져

의료기관에서 발생하는 폭행 건수가 PC방이나 지하철 등에 비해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정부의 <span class='searchWord'>안전진료</span> 대책에 수가 지원 방안이 빠져 알멩이가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그래픽=윤세호 기자 seho3@hanmail.net]
의료기관에서 발생하는 폭행 건수가 PC방이나 지하철 등에 비해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정부의 안전진료 대책에 수가 지원 방안이 빠져 알멩이가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그래픽=윤세호 기자 seho3@hanmail.net]

보건복지부가 안전진료환경 조성 방안을 확정, 발표했다.

일정규모 이상 병원과 정신 병·의원에 보완설비 및 인력 배치를 의무화하고, 정신질환 치료·관리체계를 강화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다만 의료기관 보완설비 비용 등을 어디에 얼마나 지원할지는 결정하지 않았다.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줄기차게 요구한 사법입원제 관련 내용도 포함하지 않아 추가 논의과제로 남았다.

보건복지부는 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이 같은 내용의 안전한 진료환경 조성 방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고 임세원 교수 사건 이후 대한병원협회·대한신경정신의학회 등과 함께 TFT를 꾸려 안전진료 대책을 논의했다.

의료기관 폭행 건수, 지하철·PC방보다 많아...폭행 70% "술에 취해, 우발적으로"

정부가 집계한 자료를 보면 2017년 기준으로 경찰이 신고를 받아 접수한 의료기관 내 상해·폭행·협박 사건은 1541건으로 같은 기간 PC방(409건)·지하철(303건) 보다 많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날 보건복지부가 공개한 진료환경 실태조사에서도 유사한 결과가 확인됐다.

전국 의료기관 7290곳이 참여한 실태조사 결과, 최근 3년간 병원의 약 11.8%, 의원의 약 1.8%에 해당하는 의료기관에서 의료인 폭행 등의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병원의 경우 병상규모가 큰 병원일수록, 또 정신건강의학과를 설치한 병원에서 폭행사건 발생 비율이 높았다.

폭행사건의 대부분은 의료인과 환자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사건 피해자의 67%는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인이었고, 특히 응급의학과와 정신건강의학과에서 근무하는 경우에 폭행 등 사건 경험 비율이 높았다.

가해자의 대부분은 환자와 환자 보호자였다. 병원 발생 폭행사건의 90.1%, 의원 사건의 85.1%가 환자 또는 환자 보호자에 의해 벌어졌다.

의료기관 폭행사건 피해자-가해자 유형(보건복지부 실태조사)

피해의 정도도 심각했다. 협박이나 폭언 등에 그치는 경우도 있었지만 병원 폭행 사건의 32.2%, 의원 사건의 6.4%에서 피해자가 일반 상해를 입었으며, 특히 의원급 사건의 2.1%에서는 중상해로 정도가 심각했다.

폭행 사건이 주로 가해자의 음주나 심리상태에서 비롯됐다는 분석결과도 눈에 띈다.

실제 병원급 발생사건 절반가량(45.8%)이 환자 또는 보호자의 음주상태에서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우발적 또는 특별한 이유가 없는 폭행이라는 응답도 25.9%에 달했다. 진료결과 불만 20.3%, 대기시간 및 순서 불만 5.7%, 환자·보호자 요구 거부 1.9% 등이 뒤를 이었다.

의원의 경우 '진료결과 불만'이 원인으로 지목된 경우가 35.6%로 가장 많았지만, 환자나 보호자의 음주 22.2%, 우발적 폭행도 13.3%로 높은 비율을 보였다.

보건복지부
폭행 사건 등 발생원인(보건복지부 실태조사)

의료기관들의 사후 대처는 어땠을까? 폭행 등의 사건이 발생하더라도 대부분의 의료기관은 피해신고에 소극적이었다. 사건 발생 후 가해자가 처벌된 사례는 병원의 경우 28.6%, 의원은 13.5%에 그쳤다.

현재 보안인력이 배치된 병원은 전체의 1/3 수준이었으며, 경찰서와 연결된 비상벨을 설치한 병원은 응답 의료기관 가운데 2곳에 불과했다.

政 "의료기관 폭행발생률 2022년까지 절반으로 감축"
구체적 지원방안 질문엔..."하반기 건정심에서 확정"

정부는 일정 규모 이상의 병원과 정신의료기관에 보안설비와 보안인력을 갖추도록 하고, 경찰청과의 협조체계를 강화하며, 의료기관 폭행 사건 대응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등의 방법으로, 의료기관 내 폭행사건 발생률은 2022년까지 현재의 절반으로 줄이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의료법과 정신건강복지법 시행규칙 등을 개선해 ▲일정 규모 이상의 병원에는 비상벨 설치·보안인력 배치 ▲정신병원에는 비상벨·비상문(공간) 설치·보완인력 배치 ▲정신과 의원에 비상벨·비상문 설치 등을 의무화한다는 방침이다.

일정 규모 이상 병원이 안전진료환경 구축을 위해 시설과 인력을 확보한 경우 일정 비용을 수가로 지원하겠다고도 밝혔는데, 구체적인 지원 기준과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브리핑에 나선 강도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병상 규모 등 구체적인 지원 기준과 내용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하반기 확정할 예정"이라면서도 "(실비가 아닌 수가지원 방식이기 때문에) 일정부분 일시적으로나마 소요비용 등에 있어 의료기관 부담이 있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 밖에 국회에서 논의 중인 의료인 폭행 가중처벌법도 대책 중의 하나로 포함됐다. 해당 법안은 최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해 법사위와 본회의 의결 등의 절차를 남겨두고 있다.

이 밖에 정부는 매 3년마다 진료환경 실태조사를 실시할 수 있도록 관련 법 개정을 추진하며, 폭행 등 사건대응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배포하겠다는 계획도 덧붙였다.

자·타해 위험 적극 개입...보호자 동의없어도 외래치료 받게 

정신질환과 관련해서는 개정 정신보건법의 재개정. 자·타해 위험에 대해서는 적극적 개입이 가능하도록 한다는 것이 골자다.

구체적으로는 치료를 중단한 정신질환자가 발경된 경우 외래치료를 받도록 지원하고, 이 경우 보호자 동의가 없어도 외래치료할 수 있도록 해 제도의 실효성을 보완하겠다고 했다.

정신건강의학계가 요구한 사법입원제는 발표내용에서 제외, 추가 논의과제로 남았다. 관련 법이 국회에 계류되어 있는만큼 입법부 차원의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행정입원은 강화하겠다고 했다. 응급상황 발생시 조기 대응을 위해 광역 정신건강센터에 응급개입팀을 배치해 상시 출동게 하고, 야간·공휴일에도 운영하는 당직 의료기관을 지정해 응급환자의 입원·치료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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