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의사 불벌 규정 삭제·안전기금·보완인력 정부 지원 필요
의협 "고 임세원 교수 유지 이어 '안전한 진료현장' 만들 것"
대한의사협회는 5일 제367회 국회(임시회) 제10차 본회의에서 안전한 진료환경 조성을 위한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을 가결한 데 대해 "진료중인 의료인에 대한 폭행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처벌을 강화하는 법 개정이 이루어 진 데 대해 환영한다"고 평가했다.
다만 "의료계가 지속적으로 요구한 반의사 불벌 규정 삭제가 불발된 것은 매우 아쉬운 일"이라고 밝혔다.
의협은 이번 의료법 개정에 반영되지 않은 ▲반의사 불벌 규정 삭제 ▲의료기관 안전기금 신설 ▲보안인력 및 보안장비 배치에 대한 정부 비용 지원 등 안전한 진료환경 조성을 위한 필수요건의 법제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의료법 개정안은 의료인 등을 폭행, 상해에 이르게 했을 경우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상 7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중상해는 '3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사망은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할 수 있도록 처벌 수위를 높였다.
음주로 인한 심신미약을 이유로 처벌을 감경하는 주취감경 적용 배제 등도 포함하고 있다.
의협은 2018년 7월 전북 익산에서 발생한 응급실 진료의사 폭행사건(2018년 7월 2일자·7월 3일자 의협신문 특종보도)을 계기로 의료기관 내 의료인에 대한 폭행사건 근절과 안전한 진료환경 구축을 위해 관련 법률 개정과 제도 개선을 추진했다.
우선 진료실 내에서의 폭력은 어떠한 이유에서도 허용해서는 안되는 중대 범죄로 규정, 입법적 조치로 가중처벌법 개정을 제안했다. 정부에 대해서는 적극적이고, 실효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민갑룡 경찰청장과의 간담회를 통해 응급실 폭력범의 경우 '구속 수사'라는 수사원칙 개정도 이끌어 냈다.
최대집 의협 회장은 전북 익산 응급실 폭력 사건·강릉 망치테러 사건·경북 권역응급의료센터 전공의 폭행 사건·오물 테러 사건 등 연이어 발생한 폭력사건 피해 회원을 찾아 위로하고, 경찰·국회·보건복지부 등을 방문,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는 데 앞장섰다.
의협은 청와대 국민청원을 펼쳐 15만 명의 서명을 이끌어 냈으며, <의료기관 내 폭력사건 의료기관 대응 매뉴얼>과 의료기관 내 폭행과 협박의 심각성을 알리는 스티커를 제작, 전국 1,721곳 의료기관에 배포했다.
'의료인 폭행 근절을 위한 대책 마련 촉구 대정부 건의문'과 '의료인 폭행 관련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하며 진료현장의 안전 회복을 위한 분위기 조성에 나섰다.
안전한 진료환경을 촉구하는 의료계의 목소리가 사회적인 반향을 얻으면서 지난해 12월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개정 응급의료법은 응급실 내 응급의료종사자에 대한 폭행으로 상해의 결과 발생시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1억원의 벌금, 중상해시 3년 이상 및 사망 시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음주로 인한 심신미약을 이유로 처벌을 감경하는 주취감경 적용 배제 등도 포함됐다.
지난해 말 진료 중 사망한 고 임세원 회원의 비보를 접한 의료계는 정부와 국회 차원의 실효적인 대책 마련을 요구하며, 응급실로 한정된 안전망을 의료기관 전역으로 확대하기 위한 ▲안전한 의료환경 조성을 위한 범정부적 기구 구성 ▲사회안전망 보호차원으로 의료기관 내 폭행 등 강력범죄 근절법안 마련(반의사 불벌 규정 폐지·의료인 보호권 신설 등) ▲의료기관 안전관리기금(가칭) 신설 ▲국가의 의료기관 청원경찰 배치 의무화 및 비상호출 시스템 구축 등 의료기관 안전시설 마련 ▲의료인에 대한 국민의 불신과 불만을 해소하고 상호 신뢰할 수 있는 환경 마련 등을 제안했다.
최대집 회장은 국민의 건강권을 지키기 위해 불합리한 의료제도를 개혁하고, 안전한 진료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명하기 위한 삭발을 단행하기도 했다.
박종혁 의협 대변인은 "이번 법 개정이 그 동안 가려졌던 의료인에 대한 폭력 근절의 계기가 되어, 진료현장에 더 이상의 폭력사건이 일어나지 않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의협은 이번 법안 통과를 무거운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언급한 박 대변인은 "개정된 법이 잘 집행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며 추가적인 법 개정을 통해 환자들이 좀 더 안전한 진료현장에서 치료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면서 "사랑으로 환자를 대하면서 끝까지 주변 동료들을 위했던 고 임세원 교수의 숭고한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