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이익 줄었지만 송금액 150억원 유지
국내 이익잉여금 7년 새 1900억→650억
지난해 희망퇴직프로그램(ERP)를 통해 30여명의 직원을 내보낸 한국GSK가 본사 송금액은 전년과 동일하게 유지한 것으로 확인됐다. 과도한 본사 송금이라는 지적이 다시 한번 나올 것으로 보인다.
한국GSK는 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2018년 감사보고서를 공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GSK의 당기순이익은 82억원으로 전년 88억원 대비 6.8% 감소했다. 2011년 420억원에 상회했던 연간 순수익이 실적악화로 축소된 것.
현재 한국에서 벌어들인 이익잉여금은 653억원이다. 2011년 당시 한국GSK의 이익잉여금은 1901억원에 달했다.
그런데 한국GSK의 잉여금 축소가 한국 내 재투자, 혹은 사회공헌이 아닌 본사 송금 탓이 크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국GSK는 글로벌 GSK의 지사로서 매년 수익금의 일정부분을 본사로 보낸다. 과거 국내에서 올린 수익을 쌓아두던 한국GSK는 2012년부터 본사송금액을 300억원까지 크게 늘렸다. 이는 2012년 당기순이익인 265억원 보다 많았다.
다음해인 2013년에는 본사송금액을 600억원까지 늘렸고 2016년에도 500억원을 본사에 송금했다. 이 기간 순이익의 3배에 달한다.
한국GSK의 잉여이익금은 7년 새 3분의 1로 줄었다. 한국 입장에서는 다국적제약사가 국내에서 거둬들인 이익을 국내에 재투자하길 바란다. 현재 상황은 국부유출이라는 지적이다.
2017년 결산에서도 한국GSK의 순이익은 88억원에 불과했지만, 본사에 송금한 금액은 150억원이었다. 이에 지난해 4월 지나친 본사 송금이라는 뭇매를 맞기도 했다.
지난해에도 한국GSK는 본사에 150억원을 송금했다. 순이익은 지난해보다도 떨어졌지만, 송금액을 유지한 것.
다만 2017년 대비 이익잉여금은 653억원으로 줄지 않았다. 이는 지난해 한국GSK가 진행한 ERP의 영향이 크다. 30여명의 임직원이 퇴직하면서 순확정급여부채가 줄어 이익잉여금 유지가 가능했다.
실적악화를 벗어나려 진행한 ERP가 결국 유지된 본사 송금액의 구멍을 막는 역할에 그쳤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최근 <의협신문>과 만난 줄리엔 샘슨 한국GSK 대표는 본사 송금액에 대해 "한국법인이 본사에 보내는 액수는 150억원이지만, 반대로 한국법인이 본사로부터 200억원의 R&D 투자금을 받는다"라며 "글로벌로 가는 자금만 보지 말고 글로벌에서 한국으로 들어오는 금액도 봐주면 좋겠다"고 밝혔다.
R&D 투자금을 현지 재투자로 볼지, 자사 의약품에 대한 투자로 볼지는 의견이 엇갈린다. GSK는 지난해 임상 86건에 한국인 피험자가 4000명이라고 밝히고 있다. 물론 자사의 의약품 허가 등에 필요한 임상이었다.
이에 대해 한 임상 연구자는 "전임상이나 임상 1상을 한국에서 진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은 투자로 볼 수 있다. 국내 임상연구나 제약산업 발전에 매우 도움이 된다"면서도 "임상 3상 이후에는 자사의 의약품 개발, 혹은 현지 데이터 마련을 위한 목적이 커지는 것은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한국의 경우 중국에 비해 임상 결과의 신뢰도가 높다고 알려져 있으며 일본에 비해 피험자 모집이 상대적으로 쉬우며 비용도 크지 않다는 장점이 있다. 과도한 본사 송금액에 대한 지적을 R&D 투자 규모만으로 해명할 수 없는 배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