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욱 성균관의대 교수(삼성서울병원 가정의학과)
빵이 하나 있다. 아들 둘이 서로 자기가 큰 것을 먹고 싶어한다. 현명한 엄마라면 어떻게 할까? 엄마가 최대한 공평하게 나눠 주면 아들 둘이 모두 만족할까? 남의 떡이 항상 더 커보이는 것이 인지 상정이다. 더 현명한 엄마라면, 형이 빵을 자르도록 하고, 동생이 고르게 할 것이다.
최근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는 의료 행위 원가 계산을 위해서 보험자 병원을 추가로 설립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재 정부가 비급여를 급여화하고 있기 때문에 결국 건강보험에서 적정 수가를 보장해줘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정확한 원가를 산출할 필요가 있다고 한다.
현재 유일한 보험자 직영병원인 일산병원 하나만으로 모든 의료기관을 대변할 수 없기 때문에 3개 정도의 보험자 병원을 더 신설하겠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공감하는 면이 있다. 단일보험자 제도가 바람직한지는 별개로 하고, 현행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하에서는 시장 가격이 없으니 적정 수가가 필요하나, 일산이라는 도시지역 지역에 있는 하나의 종합병원급 의료기관에서 나온 자료가 대표성이 있기 어렵기 때문이다.
제대로 하려면 병원급 3개 정도가 아니라, 의원급 의료기관, 인구가 적은 농촌지방의 지방병의원, 노인 요양병원이나 호스피스 완화의료기관도 필요하다고 본다. 아예 한 지역의 병의원을 통으로 인수해 시스템적으로 의료 체계와 원가를 모두 계산해봐도 좋겠다.
다만, 보험자 병원을 몇 개 또는 몇 십 개쯤 더 설립하면 정확한 원가 계산이 가능할까? 거기서 만들어진 자료를 우리나라 공급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민간 의료기관의 당사자들이 받아들일 수 있을까?
이미, 연세대학교 산학협력단에서는 2013년 일산병원의 자료를 토대로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원가계산시스템 적정성 검토 및 활용도 제고를 위한 방안 연구 (2016)'라는 보고서를 제출한 바 있다.
이 보고서에서 원가보전률은 진찰료 50.5%, 입원료 45.4%로, 전체적으로는 62.2%였다. 보험자는 이 연구결과를 받아들여서 수가에 반영했는가?
이 보고서 대로라면 진찰료는 2배정도로 인상돼야 하는데, 금년 초 정부는 재정문제를 들어 의협의 30%인상안 조차도 거부했다. 그러면 만일 보험자 병원이 1개가 아니고 4개, 아니면 그 이상이 된다면 그 결과는 받아들여서 수가를 원가+alpha가 되도록 조정해줄 것인가?
이렇게 해보면 어떨까? 엄마의 지혜를 적용해 보는 것이다. 보험자 병원의 모든 조건을 그 결과를 수용해야 하는 민간의료기관에 맞춰 보는 것이다.
민간의료기관은 정부의 예산이 아닌, 개설자 스스로가 의료기관 설립과 시설, 장비 구매에 필요한 비용을 댄다. 이후 인력을 뽑아 운영을 하면서 의료 수익을 통해서 인건비와 운영비도 대야 한다. 정부가 요구하는 각종 법규 및 규제, 질평가 등을 받을 때에도 다른 보조금 없이 의료 수익 내에서 해결해야 한다.
보험자 병원에도 같은 경제 원리를 적용해보자. 우리나라의 의료기관들이 본으로 삼을 만한 '모델 의료기관'으로서의 역할도 함께 하면 더 좋겠다.
1. 별도의 예산지원 없이 설립에 필요한 비용을 스스로 대고, 이것에 들어가는 모든 비용은 자본 비용으로 잡아 원가 계산에 반영한다. 병원 건립비, 시설 장비 구입비, 차입으로 인해서 발생하는 이자 등이 모두 포함돼야 한다.
2. 3분 진료 대신 인간미가 느껴지는 외래 진료, 보호자의 부담을 덜어주고 환자의 안전이 보장되는 입원 진료를 시행한다. 환자들에게 부담을 주는 비급여는 최대한 하지 않고, 의료기관 질평가의 모든 사항은 거짓 없이 365일 준수한다.
3. 임세원, 윤한덕 선생님 같은 희생자가 나오지 않도록 안전한 진료환경을 만들고, 의료진들이 과로하지 않고 충분한 휴식을 할 수 있게 한다. 전공의 특별법을 철저히 준수함과 더불어 양질의 수련 교육환경을 제공하고, 간호사나 다른 직종들은 과도한 업무량이나 임신 출산에 따른 부담을 가지지 않도록 하여 태움 문화를 근절한다.
4.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 공단의 임직원들이 보험자 병원의 설립에 필요한 자본을 크라우드 펀딩의 형태로 대고, 의료 수가를 받아 병원을 운영한 후 발생하는 운영 수익이나 손실에 대한 재무적 책임을 공유한다(원하는 국민이 있다면 투자 기회를 줘도 좋을 것이다).
통상 어떤 산업이든 일종의 리스크가 따르기 때문에, 은행이자율 + alpha의 자기자본이익률이 나와야 정상이다. 첫 해에는 잘 맞지 않을 수 있겠지만 적정한 자본 수익이 날 때까지 몇 년간 의료 수가를 조정해보자.
그렇게 해, 적정 수익이 나올 수 있다면 오히려 공단 임직원들이 서로 펀딩을 늘리기를 원할 것이다. 마치 교직원들이 교직원 공제회에 최대 구좌를 불입하려고 하는 것처럼 말이다.
"기소불욕 물시어인 (己所不欲勿施於人)"
필자의 제안과 같이 보험자 병원을 운영해 수가를 도출한다면, 민간 의료기관에서 받아들이지 못할 이유가 없다.
오히려, 보험자 병원을 "환자와 의료진들이 모두 만족하는 의료기관"의 좋은 모델로서 벤치마킹하려 할 것이다. 그런 멋진 보험자 병원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