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입원 도입·외래치료명령제 강화' 정신건강복지법 입법의지 피력
신경정신의학회, 지지 선언...국가 책임하에 정신건강정책 공공성 높여야"
국회와 신경정신의학계가 끊이지 않는 정신질환자에 의한 강력사건으로 인한 피해 방지를 위한 정신질환자 관리체계 개혁을 촉구했다.
더불어민주당 윤일규 의원(보건복지위원회)은 22일 권준수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이사장과 함께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진주 방화살인사건이 되풀이되지 않을 '임세원 법' 필요하다" 고 역설했다.
윤 의원은 특히 지난해 고 임세원 교수 사망 이후 자신이 발의한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정신건강복지법) 개정안 국회 통과 의지도 피력했다.
"임세원 교수 사건 이후 발의한 정신건강복지법 개정안이 현재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소위에 계류 중"이라며 "정신질환자가 필요할 때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법인 만큼, 법률안 통과와 제도 개선을 위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함께한 권준수 이사장은 기자회견에 앞서 지난 17일 영면한 피해자들의 명복을 빌고 치료 중인 피해자들의 빠른 쾌유를 기원했다. 유가족과 생존자에게 정신건강서비스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하면서, 이 과정에서 학회도 전문가로서 최선을 다할 것을 다짐했다.
권 이사장은 "2016년 강남역 사건, 2018년 경북 경관 사망사건, 고 임세원 교수 사건에 이어 또 다시 지역사회에 방치된 정신질환자에 의한 비극적인 사고가 일어났다. 이 사건의 공통점은 치료가 중단되고 피해망상에 시달리던 환자에 의해 벌어졌다는 것으로, 사건의 책임은 중증정신질환자 관리체계를 갖추지 못한 우리 사회에 있다"며 정부를 강하게 질타하고, 후진적 정신질환자 관리체계의 전면적 개혁을 요구했다.
"사건이 발생하기 수일 전에도 경찰에게 신고가 접수됐지만 경찰이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면서도 "현 체계는 경찰관이 단독으로 정신질환자의 진단과 보호를 신청하기 어렵다"며 경찰을 지원하는 정신응급체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경찰이 전문가의 도움을 통해 행정입원을 신청하는 절차가 제대로 이행됐다면 이번 사고는 예방 가능했을 것이라고 안타까움을 표했다."피의자의 형 안 모씨가 증상이 악화된 피의자의 입원을 위해 최선을 다했음에도 현행법의 보호의무자 입원, 응급입원, 행정입원은 모두 작동하지 않았다"며 현행법의 한계를 지적했다.
실제로 현행 정신건강복지법상 민법에 따른 후견인 또는 부양의무자를 보호의무자로 규정해 직계혈족 혹은 배우자가 아닌 사람은 입원을 신청할 수 없기 때문에 피의자의 형은 강제입원을 결정할 권한이 없다.
경찰도 현행법상 정신질환자의 응급입원과 보호조치를 할 수 있지만, 바로 눈앞에서 자·타해가 발생하지 않는 한, 민원과 행정 소송을 염려하여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 시군구청장에 의한 행정입원이 가능하지만 보호의무자가 있는 경우 진행하기 어려워 실사례가 거의 없고, 입원이 꼭 필요한 경우에도 대개 보호의무자 포기각서를 요구한다. 피의자의 경우, 어머니와 형이 있어 행정입원이 어려웠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에 권 이사장은 "현행 강제입원 절차는 지나치게 까다롭고 위기상황에서 적절히 작동하기 어렵다"면서 개인의 인신구금을 입원적합성심사위원회가 심사하는 현 체계를 강하게 비판했다. 나아가 사법입원을 통해 국가가 강제입원을 책임질 것을 주문했다.
이 사건의 가장 큰 문제는 피의자가 지역사회에 방치되었다는 것이며, 고 임세원 교수 사건을 계기로 국회가 외래치료지원제를 포함한 정신건강복지법 개정안을 통과시켰지만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한편 고 임세원 교수 사건 이후 수많은 '임세원법'이 발의됐으나, 사법입원을 도입하고 외래치료명령제를 강화한 윤일규 의원의 정신건강복지법 개정안 등 핵심법안이 법안소위에 계류 중이다.
이에 대해 정신건강의학회는 "윤 의원이 발의한 정신건강복지법 개정안이 현실화되면, 보호의무자 제도를 폐지하고, 강제입원과 퇴원을 국가의 책임 하에 공공성을 높이며 위기상황에 환자가 치료받지 못하고 방치되는 위험을 최소화한다. 법안 통과를 위한 논의가 신속히 재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